================== 환생이야기 3 부 시작 ========================== 나는 솔찍히 이번에도 아기로 태어날줄 알았다. 하지만 까무룩히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나는 풀밭위에 누워서 있었던 것이다!!! 흠...풀색이 정말 짙군....이 아니라!! 내 모...몸은? 서둘러서 내 몸을 살피자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아까 걸치고 있던 침대 시트. 그리고 내 머리카락은 칠흙같은 검은빛.....이 아니라 원래의 남색이었다. 거기다가 눈높이도 그대로인듯 했다. 그럼 변한건 없는건가? 자아. 그러면 확인[?] 도 했으니, 이 풀만 빽빽한 벌판에서......벗어날 생각을 해야 할거 아냐!!!! 지평선까지 넓게 퍼져있는 풀밭. 내가 그곳을 어떻게 벗어나냐고오오오! 사람도 하나 없는데에에에! 그때, 정말로 운 좋게도 누군가가 타고 있는 말 발굽소리가 들려왔,,,... ,..... .....으면 나는 정말로 운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판타지세계에서 지독하게 나빴던 운이 이 세계에서도 따라붙었는지 휑한 벌판에는 나 혼자만 바람을 맞으며 휑그러니 서 있었다. 신님들 미워어어어어! 왜 나를 이런곳에 떨군거야아아아! ========= 신님들의 입장 [ ...이자 관찰자의 시점] ============== 그때, 아주 젊은, 또한 마계를 다스리는 마신이며 저질스런 장난을 즐기는 농담의 신이자 아까 카르를 꼬셔서 무협세계로 데려갔던 그 신은 다른 차원을 관리하는 신들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아니, 왜 기껏 행복을 누리려는 카르를 데려간 건가!] [어째서 지민을 무협세계에 떨군 거지?] 흐릿한 영체인데도 불구하고 팅팅 불어날 정도로 맞다가, 그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렘건설에서 필요한 놈들을 꼬셔왔으면 해서. 네놈들도 그거 좋아하잖아, 맨날 정사장면을 리플레이 해서 보는 주제에.] [크흠...그런 그렇지만....] 흐릿흐릿한 형체들 사이에서 한 형체가 막 거칠게 흔들렸다. ....분노의 표현일까? [아니, 그건 그래도 왜 지민을 벌판에 떨어뜨린거냐! 마을과는 엄청난 거리가 떨어져 있는 그 벌판에!] 그러자 그 장본인이자 카르를 꼬셔서 데려갔던 마신은 어쩔수 없었다는듯 어께를 으쓱하며 머쩍게 웃는다. [ 어어...그건 실수였어. 영혼을 담아서 가던 주머니에 구멍이 뚫려 있을 줄이야.... 하마터면 다른 세계에 떨어질뻔 했지.] 신들의 사이에서 ' 주머니를 관리하지 않다니... 이건 직무 태만입니다! 연봉을 깎아야 겠어요!' 라던가 ' 아니..감히 카르를 다른 세계에 흘려보낼뻔해? 저놈은 우리 神회사에서 강제퇴직을 시켜야 합니다!' 라는 투덜거림이 터져나왔다. ....아니 그런 그렇고.... 신들의 회사라니? 원래 전지전능한거 아니었는가? 한 할아버지틱한 목소리를 내는 영체가 입을 열었다. [으음....사장님께 말씀드려 보지요.] ....이제야 알겠다. 신들은 거대 기업을 세우고 그것을 통해 인간계와 여러 세계들을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이 그렇게 마신의 행동에 대한 결론을 정하고 있을때, 정작 마신은 다른 신들이 못보게 혀를 슬쩍 내밀었다. [....쳇.... 시끄러운 늙은 영감들 같으니....] =========== 다시 카르의 시점 ============== 헥헥... 죽겠다. 꼬박 일주일을 굶은 끝에 나는 마을에 간신히 도달했다. 풀이 말라비틀어진 황량한 벌판에서 침대 시트만 두른채 뾰족한 풀잎들에 맨살을 베어가면서 나는 그렇게 마을에 도착했던 것이다. 몸에 간신히 묶어 놓았던 시트는 그야말로 걸레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으음.... 어째 노예로 팔려온 소년같아 보이는걸? .... .....내가 도착한 마을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원래 이렇게 무협세계가 황량한 곳이던가? 금을 쳐바른 기와와 강한 무림 고수들이 넘쳐나는 곳이 아니야? 나는 지나가는 늙은 아낙네를 붙잡고 물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마을인데요." 아니! 나는 마을인건 아는데에! 여기가 무슨 마을이냐고! 아니, 하다못해 여기 지명이 어디야? "....무슨 마을인데요?" "말 그대로 村 인데요." "......뭔 말이 그렇습니까." "여기는 촌 마을 이라고요." ....순간 나는 말도 안돼!!! 를 마음속으로 소리쳐야 했다. 뭐 그딴 이름이 다 있어! 한국어로 해석하면 마을마을 이냐? .....순간 여기도 꽤 깨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름한 옷을 입고있던 아낙네가 가고나자 나는 비틀거리며 길 구석에 주저앉았다. 하아아아... 원래 역사를 볼때 벌판을 끼고 있는 곳은 작은 마을임이 분명하다. 그리 발전하지 못한. 그렇다면 발전한 마을..즉 수도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나는 치파오나 아오자이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달구지가 지나갈때마다 먼지가 뿌옇게.....콜록콜록... "...여기 사람은 아닌듯 한데.?" 늙은 노인이 부채로 나를 탁 치면서 물었다. 허름하긴 하지만 깨끗한 옷. 깊고 맑은 눈빛.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듯 한데... 그래도 '소년은 무슨 사정이 있어서 이러 변두리마을까지 왔소?' 라고 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 변두리인지 아닌지 내가 알바 아니니까. 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내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여기서 내 모드는 뭘로 할까? 아방수는 저번에 했었고, 냉혈수는 현실세계에서 했었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 기품이 철철 넘치는 우아한 수를 연출해 볼까. 그리고 내 사정은 그에 맞춰서 우연히 이 곳에서 정신을 들어보니 기억을 다 잃은걸로 하자. 그야말로 동인의 로망이 아니던가- 후후후. "...저...저는..." 나는 약간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이면서 울먹거렸다. 그리고 부드럽게 어께를 떨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도저히 모르겠사옵니다. 그냥 정신이 들어보니 여기었을 따름이옵니다." 사극에서 여자들이 많이 쓰는 어투를 유연하게 혀를 굴려 발음하면서, 나는 감격했다. 역시 나는 천재인 거야. 역시 연예계로 나갔어야 했어. "..집이 어디냐? 데려다 주마." "... 기..기억이 도무지 나질 않습니다....그래서 사람이 많은 수도로 가면 절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하여 가려고 하나 아무런 돈도 없고 이곳의 지리도 몰라서..." 노인은 딱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따라 오시게나. 내가 내 고깃배로 수도까지 태워다 줌세." .....여기가 어촌이었나? 아니면 커다란 강? 아니, 고깃배로 태워다 줄 정도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 아냐? 어쨌거나 나는 노인을 따라서 고깃배에 올라탔고 하안- 참 뒤에 이 나라의 수도, 銀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나의 강호미남고수 꼬시기가 시작된다! 노인은 그대로 사라졌고 [ 돈도 없을테니 먹으라면서 직접 잡았다는 생선도 주고 ] 나는 찢어지고 너덜너덜한 침대 시트를 몸에 두른 채로 은에 도착했다. 바쁘게 오가는 인력거,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가마꾼들과 비단 휘장을 드리운 가마 福 이라는 글씨가 황금색으로 써져 있는 붉은 종이가 붙어 있는 문 붉은색의 기름바른 종이로 만든 등 그리고 무엇보다..... 비단 옷자락을 휘적휘적 저으며 걸어가는 공자들! 아아... 심히 아리따우십니다.... 나는 속으로 즐거움의 비명을 지르며 어지러운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중간중간에 불안한 듯한 표정도 지어주고. 원래 안 보는 곳에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지 않은가! ...길을 가는 사람 중에서 미남은 거의 없지만. 에에... 이 근방에 學園 표지판이 있었던것 같은데... 그 학원에 다녀볼까? 하지만 문제는 돈! .... 그거야 그곳에 앉아 애걸복걸 하면 부잣집 노인네들이 하룻밤을 대가로 보내주지 않을까나. 물컹물컹한 비곗살은 정말 싫지만 그 학원에서 이 세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는것도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그 학원....을 자칭하는 곳에 도착했다. 엥? 《중원 화산 고수 양성 전문 학원》 뭐...뭔가 매우 거창한데? 어쨌거나 나는 그 거대한 팻말을 써붙인 높은 담장을 올려다 보며 서 있었다. 크윽....근데 아무리 이 담벽을 따라가도 문이 안 나온다... 설마 이거 담을 넘으라는 뜻은 아니겠지? =========== 왜 아니겠는가! 나는 거의 1 시간을 걸어도 문이 안나오자 포기하고 담을 넘는 중이다. 어쩌라고! 이건 정당한 행위야! 나같은 아리땁고 어여쁜 미소년은 그 옥체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발을 간수할 의무가 있어... ..! 라는 핑계를 대며 나는 지금 담을 넘고 있다. 크ㅡ으윽-! 거의 다 넘어 왔는데.... 아뿔사. 내가 늘 그렇지 뭐. 지독히도 안 따라주는 운 때문에 나는 기껏 다 기어올라온 4미터에 필적하는 거대한 담에서 뒤로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아아악-!" 이렇게 해서 또 한 삶을 마감..? 절대 안돼! 누군가 나를 잡아달란 말이다! ....뭐 아무도 없겠지만.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어? 근데 통증이 안 느껴진다. 누가 날 잡아 준 건가? 부시시 하게 눈을 떠보자... 나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억센 팔, 그리고 손아귀...는 고사하고 그 비스므리 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 내가 설마 그 사이에 깨달음을 얻어 낙법을 이용한것.......이란 허무맹랑한 망상은 하지도 말자. ..그..그런데 왜 바닥에서 통증이 안 느껴지는 거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금빛 찬란하고 붉은빛이 맴도는 비단 옷자락. 그곳에는 아홉마리의 용이 수놓아져 있다. 자고로 용은 황제만 쓸수 있는 전설의 獸 [ 짐승 수 자입니다;; ] 거기다가 황제만 사용하는 9 라는 숫자와 황금색의 비단, 그리고 붉은빛의...도포? 오 마이 갓! 차...차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스토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호...혹시 이거... "황제폐하! 괜찮으십니까!" "무례한 놈! 네놈의 목을 베어버리겠다!" 나는 신들을 저주합니다.... 나 정말 죽을지도 몰라-! 그 황.제.폐.하. 는 바로 내 밑에 깔려서 기절한 상태이니. 꿈틀. 엉? 잠깐... 뭔가 거대한 꿈틀거림이? "앗- 황상! 괜찮으십니까?" "비켜라! 옥체에 상처를 낼 셈이냐!" 나는 붉은 술을 단 모자를 쓴 관리들의 손에 의해 곧 거칠게 바닥으로 내팽개쳐 졌다. "아윽-!" 날카로운 창이 내 목에 겨누어진다. 곧이어 황제 [로 추측되는 인물 ]는 꾸물꾸물거리며 일어나서 옷자락을 툭툭 털었다. "하아...." 그가 먼지를 털다 말고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 무슨 일로서 나를 덮친 것이냐." 허억-! 아까 내가 등 뒤에 앉아있을땐 몰랐지만 정말 엄청난 미남이다. 화려한 루이스씨와 기타등등의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미남. 단아한 얼굴선과 쌍꺼풀이 없는 갸름하고 날카로운 눈, 하얀 피부. 풍채 좋은 몸과 옷자락 속에서도 드러나는 근육, 부채를 들고 있는 억센 손과 마지막으로 정말, 정말로 큰 키. ...수...숨이 막힌다.... 그의 단정한 입술이 다시 열렸다. "어째서 그런 담벼락에 올라갔었는지... 내게 설명하라." ....하지만 그런 외모와는 달리 성질이 나빠보인다. 젠장... 누구누구랑 삐까삐까해 보이는구만. 누구누구 : 유민혁 나는 위압적인 관리들에 의해 바닥에 꿇여 앉혀졌다. "...저..저는..." 눈물을 글썽거려야겠지. "..... 몇일전에...기...기억을 잊어버려.... 아무것도 모르겠는지라 수도로 와...와서..." 나는 의심에 점점 갸름해지는 황제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큭... 안돼... 여기서 눈 마주치면 그대로 웃어버릴것 같다. "...혹시 저를 아는 분이 있을까 하여 돌아다녀보던 참이었습니다...." 황제는 고압적인 태도로 나를 내려다보며 냉엄하게 말했다. "..넌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하지 않았나? "어째서 담벼락에 올라갔었는지... 또 어째서 내 위로 떨어졌는지를 해명하라."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는데. "....저는 글도 잊고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물어물어 학원을 찾아왔는데 문이 어딨는질 모르겠어서...." 그리고는 고개를 가슴팍에 닿을 정도로까지 깊게 떨구었다. 그러자 위에서 왕의 큭...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웃기는 아이로군. 말투를 보아하니 귀족가의 여식같은데... 어쩌다가 기억을 잊어버린거냐." ....여식이 아닌뎁쇼. 물론 말투가 귀족같다는건 고맙지만서두. "..자...잘 모르겠사옵니다. 그냥 정신이 들어보니 벌판에 쓰러져 있을 따름이옵니다." 연신 옵니다 와 그러하였습니다 를 남발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 어휘력의 미숙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아...좀더 사극을 열심히 봐 둘걸. "....너는 여인이 아니더냐, 어째서 사내대장부만 들어갈수 있는 이 곳에 배우러 온 것이지." 왕이 진한 즐거움이 배여있는 말투로 물었다. 하아아아.... 그러니까 나는 여자가 아니라고. "..죄송하오나....소인은..... 여.... 여인네가 아니옵니다." 내 말이 떨어지는 순간 관리와 황제, 그리고 나 사이에 휑한 바람이 불었다. 고개를 약간 들어 흘낏거리니 관리들은 ' 뭣이! ' 하는 표정을 지으며 샤샤샥 뒤로 물러나 있었다. 잠시후 깨어난 황제는 골치아프다는듯이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돌아섰다. "....재미없군. 그 얼굴로 사내자식이라니....좋다. 기억을 잊어버렸으면 돈도 마찬가지로 없을 테지. 이 학원에 입학하게 해주겠다." 그는 그렇게 무덤덤한 얼굴로 앞질러 나갔고, 나는 ' 황제' 를 노리기로 마음먹었다. .....저런 미남은 흔하지 않다구. 좋았어- 이 화산 학원에서 공부하는것을 밑바탕으로, 당당한 관리가 되어서 황실에 입성하는거야! 나는 앞서가는 황제를 보며 즐거움으로 눈을 반짝거렸다. 너는... 동인남의 발톱에 따악~ 찍힌 거야, 알겠어? ------------------------------------------------------------ ".... 이놈을 넣어라." 황제가 나를 집어던지면서 대뜸 화산의 전 지부장이라는 놈한테 한 소리다. "....무슨 일이기에 이 소녀를 여기에 넣으려 하는 것입니까? 황제폐하의 권력이라 해도 계집아이는 화산의 이름을 더럽힙니다!" "....꼴은 이렇지만 사내놈이다." 전 지부장이라는 놈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나를 흘낏흘낏 보았다. 그러더니 눈가를 씰룩거리면서 대뜸 내뱉는 말. "여긴 무골이라 해도 힘든 곳인데 이런 약골을 가지고..... " "그런 자를 가르치는게 네 임무가 아니던가." 결국 그 염소수염 놈은 황제의 권력과 화려한 말빨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게 역력한 표정으로 그는 내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앗차... 이름을 안 물어봤군. 네 이름이 뭐냐?" "...저...저어.... 기억이 안...." 황제폐하가 몸을 잔뜩 움추린 나를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기억을 잃었다는걸 깜빡했군. 그럼 내가 지어주마." 그는 잠시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신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지무지하게 여성스러운 이름을 척 하니 내놓고 말았다. "銀聖幽! 은성유가 네 이름이다. 은은, 성스러울 성, 그리고 그윽할 유다. 마음에 드느냐?" 황제가 감히 하사한 이름을 거부할수 있을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황제는 곧 대신들의 이끌림에 화산학원을 나갔고 나는 그 염소꼬리 사내의 손에 의해 기숙사를 배정받았다. 더불어 수련복도. 그냥 펑퍼짐한 검은 옷은 검도복과 비슷했다. 아래 자락도 그냥 널널하게 풀어져 있었고. 검도복과 다른 점은 가슴에 수놓아진 다섯장의 꽃잎이랄까? 하여튼 그렇게 나는 잠자리에 들었고 날은 밝았다. ============================================= 자고로 고수란!!! 특히나 내가 추구하는 고수란! 눈웃음 한방으로 남자를 보내버리고 후미걸기를 가뿐하게 성공하고 수십마리, [아니면 수백마리?] 남정네들을 꼬리에 매달고 다니는 놈을 말한다. .....나는 고수다! "....크흑..." 하지만 여기 화산 [ 華山 ] 어쩌고 하는 학원이 추구하는 고수란 장풍으로 산을 날려보내고 벽차기 한방으로 집을 무너뜨리고 강력한 검술 한방으로 인간을 골로 보내버리는 것이었으니.... ...내가 가능할리가 없다. 나는 지금 [ 자칭 ] 스승님의 무거운 죽도세례를 맞으며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다. ....비...빌어먹을. ".... 무림 최고의 고수이신 황제폐하가 몸소 추천해 주신 사내놈이 얼마나 대단한 자질을 가졌는지 볼까 했더니..."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그 노인네는 나를 시퍼런 흉광으로 노려보았다. 큭.... 고양이 앞의 쥐가 된 기분이로군. "...이거 완전히 계집애 아냐? 몸도 나긋나긋, 얼굴은 희기 그지없고.... 그게 달려있기는 하냐?" 물론 달려있지! 농담하냐!? 나는 다른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참으면서 이를 악물었다. 아우이씨-! 젠장할! 그만좀 때려요! 머리 뽀개지겠다! 검술연습이라는 명목하에 위대하신 화산의 前 지부장씨는 나를 무참히 두들겨 팼고, 다른 학생들은 그런 나와 그 할아범의 모습을 즐기며 검술 수업시간을 그냥 날려보냈다. 우씨-! 망할것들! ================================== 저녁시간 =============================== 바닥을 수십번 뒹굴렀으니 배가 안 고프겠는가? 고대하고 고대한 저녁을 받은 나는 인상부터 쓰고 말았다. .....갑자기 괜히 왔다는 후회가 드는걸? 아, 그냥 담 넘어서 달아나버릴까? 하얀 사기그릇 안에 들어있는것은 묽은 토마토 국이었던 것이다. 역시 중국-! 하면서 손가락을 쳐들고 싶냐? 방금 엄지손가락 든 놈들 다 죽여버린다! ..... 묽고 묽은 토마토를 끓인 것에 계란을 풀어 넣은 그 탕은 정말 토하도록 맛이 없었다. 그런것을 다른 놈들은 잘만 쳐먹고 있다니.... 그냥 확 엎질러 버릴수도 없고.... ....여기서 모드를 확 그냥 바꿔버려? 참자...참자... 참을인 3개라면 살인도 면한단다. 남길수도 없어서 우거지상을 쓰면서 토마토국을 억지로 입에 밀어넣는 나에게 화산의 지부장이라는 놈이 다가왔다. ".... 입맛에 맞지 않는가?" "..... 괜찮습니다." "역시... 근육도 없고... 몸도 너무 나긋나긋하고 가늘어. 아무리 내가 가르치려는 술법이 柔를 바탕으로 한 喩 라고 해도 기본 바탕이란게 있는 법인데..." 그래서 어쩌라고. ' 부드러울 유 ' 와 ' 깨달을 유 ' 가 밥 먹여주기나 한데? 나는 이마에 뾰록히 솟는 혈관을 내리누르며 살풋이 웃었다. "...저도 그점은 당황스러워서요." 당황스럽기는 뭐가? 근육질이면 침대위에서는 육탄전이 될 텐데. ....설마 나더러 레슬링을 하라는 말은 안하겠지? "그래서 내 자네에게만 특별히 약한 여자들이나 신체가 약한 문가의 자손들이 쓰는 전법을 가르쳐 줄 것이니...." 듣던중 고마운 소리네. 나는 염소수염 사부님의 동그랗고 깐깐한 눈을 응시하며 입 안에다가 다시 토마토 죽을 우겨넣었다. 우엑- 토하겠어. 무협지 같은데 보면 나오는건 만두나 이런거던데 어찌하여 여기밥은 이렇단 말이냐. "...그럼 그렇게 알고 저녁 독서시간 후에 나를 찾아오시게나." 오케이- 오케이. 나는 공손하게 포권을 취해보인 후 다시 숫가락을 잡았다. 나 그냥 모드 바꿔버릴까봐. 우씨, 그냥 지랄수 할래. =============== 말도안돼-! ====================== 저녁식사 후 자습시간을 2- 3 시간 가지고 나니 완전 해는 떨어져 있었다. 쳇... 밥먹을때 까지만 해도 남아있었는데. 젠장. 속으로야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어도 겉으로는 지나가는 동기들한테 인사를 건내며 나는 유유히 연무장으로 들어갔다. 연무장이라고 해 봐야 별것 없다. 노송을 깎아 만든 나무 판때기 건물에 자잘한 모래를 깔아놓은게 전부다. " 왔구나. " 염소수염 사부님이자 이 화산의 [ 한때 ] 지부장이였다는 사람이 낡은 대나무 찻잔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아아아.... 또 뭘 시키시려고. 아까 검술 수업때처럼 두들겨 패려고? 아니면 어제 날 보자마자 했던 것처럼 대뜸 독설을 퍼부으려고? 그는 내 예상을 깨끗하게 깨부쉬고 부채를 펴 들었다. "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줄 것은, 화산파도 모르는, 내 조부님만의 비전이다." 그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가 다시 감았다. "식당에서야 여자들이 어쩌네, 문가들이 어쩌네 했지만, 이 비견은 황제폐하도 모를 것이야."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걸 가르치려 하시는 겁니까?" "....그거야....." 싸부님은 흠흠하고 말을 얼버부렸다. 그리고는 부채를 탁 접어 나를 가르치며 말했다. "어쨌던 내가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그는 부채를 쥔 손을 뒤로 한 후에 다른 손의 검지와 중지를 세워 앞으로 길게 뻗고 다리 한쪽을 앞으로 내밀며 호성을 터뜨렸다. " 부채권과 채찍술이다!" 에에에엑???!!!! 그런게 어디있어??!!!! ========= 스승의 시점 =============== 처음부터 내 수업에 끼어들게 된 이 녀석은 맘에 안들었다. 계집애처럼 희기 그지없는 얼굴과 잘록한 허리, 미소년이라면 미소년이고, 미소녀라 하면 미소녀라 할 엄청난 중성적인 얼굴이 아닌가! 그 꼴에 황제가 추천한 인물이라니.... 화산파의 망신이 될 터였다. 하지만 입에 맞지도 않는 토마토 국을 억지로 먹는 녀석을 보니, 그런 앙금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노력은 하는 인물이로군. 그래서 녀석을 어둑어둑 해질 무렵에 연무장으로 오라 했다. 오긴 왔는데 녀석의 표정은 그렇게 썩 밝은게 아니었다. 왠지 주저주저 하고 불안한것 같달까? 결국 그는 이렇게 내 말을 막고 말았다. "왜 저한테 이런걸 알려주시려 하는 겁니까?" ....입이찢어져도 말 못한다. 황제폐하가 시켰다고는. 아까야 황제도 모른다 어쩐다 했었지만 모르기는 누가 모른다는 건가? ...그것이야말로 황제의 증조부께서 나의 조부께 내려주신 비전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그 은혜도 모르는 사랑스러운 미소년 제자놈은 아까부터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이렇게 묻고 있다. ".... 이 초식부터 어떻게 하라고요?" .....정말 은혜도 모르는 것이다. 정말. -------------------------------------------------- 앞으로 손을 쭉 뻗었다가 강하게 내리친다. 부채의 유유함 속에서 채찍의 날카로움이 배어든다. "이야앗-" "기합이 작다!" "이야아아아앗-!" 천상의 고고한 수..... 라는 당초의 내 목표와는 별개로, 나는 지금 SM 에서나 나올듯한 채찍술을 배우고 있다. 부채권 [ 扇 ] 이라는건 부채를 최대 10개까지 쓰는 고난이도의 묘기 기술이다. [ 그 비법 하나 만으로는 별 필요가 없는 잡기술이다 ] 하지만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권 이라는것은 주먹과 같이 쓴다는 의미, 발이랑 주먹을 이용해서 부채의 현란함 속에 정신없는 구타형식이다. 또한 이 부채 기술 자체가 상대의 혼란스러움을 목표로 만든 잡술이다 보니까 그냥 맘 내키는데로 섞어 쓰면 된다. 암기를 부채에 끼워놓는다던가, 침을 안에 숨겨놓는다던가, 독을 발라서 상대를 고통에 빠뜨리기 하는데도 유용하다. 내가 배우는건 여러가지 잡술과 그 잡술에 섞어 사용할 초보적인 무술들이다. .....독약제조라던가 풍향측정을 잡술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부르겠는가? [ 가장 초보적인,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잡술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 팔을 좀더 앞으로 뻗어라-!" "예에에에-" 고정연재 1 방에 있는 환생이야기 1~2부를 봤으면 알다시피, 초인적인 미모를 가지고 있는 내가, 절세고수 이겠는가? 답은 절대로 아니다- 이다! 다만 사람이라는게 저마다 특기가 있어서, 날카로운 감각과 방향조준,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거리측정이 필요한 단검술 [ 이름은 거창하지만 단순하게 단검날리는거다 ] 과, 암기술에 묘한 재능을 보이는 나였다. 하지만 갈고닦지 않은 옥은 빛을 발하지 못한다고, 아무리 재능이 있어야 어쩌겠는가! ....사람의 특기란 거기서 거기인 것을. 툭 까놓고 말하면, 절세고수도 아니요 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내공을 지닌 진흙속의 진주도 아닌 나는 말 그대로 평범한 미소년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화산 [華山 ] 의 전 지부장이라는 사람을 사부로 모시고 있는데 실력은 조금...이나마 늘겠지. ....이런걸 위안삼아서, 오늘도 열심히 무술에 정진하고 있는 나였다. "좀더 팔을 길게 뻗으라니까!?! 네게 있는건 그 이쁘장한 면상밖에 없는거냐? 좀 제대로 암기를 날려봐!" "예이-" "이제, 채찍술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부채권만 제대로 해 다오!" 별로 알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제 2 가지 비전을 전수해주려던 우리 사부님은, ....나의 극악할 정도로 둔한 채찍조종으로 인해, .....부채권을 주 기술로 가르쳐주고 채찍을 부 기술로 가르치는걸로 적당히 타협을 보았다. =================== 그렇게 2 개월이 흘렀다..... ========================= ....시공간이 마구 넘어간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렇게밖에 설명할수 없는걸 어떡하란 말인가! 나더러 새벽 4 시에 기상 6 시까지 세안후 명상 7 시까지 아침식사 8시 까지 독약제조비술 배우기 9 시~ 11시 - 단검날리기와 암기던지기 특별수련 11~ 12 - 무림의 역사 [도대체 왜 이런걸 배우는지 모르겠다] 12 ~ 1 - 점심식사후 간단한 휴식 1 ~ 2 - 모든 학생들과 함께 기본 검술, 창술, 도술 배우기 [ 말그대로 기본이다. 쥐는법과 휘두르는 법만 배운다 ] 2 ~ 5 - 주 기술을 배우기 5 ~ 6 - 저녁식사 6 ~ 7 - 다도시간 7 ~ 8 - 자습시간 9 ~ 11 - 스승님께 배우는 즐거운 [?] 부채권시간 11~ 12 - 잠자리준비 12 ~.... -취침 이렇게, 내가 온 둘째날과 조금 다른 시간표를 따라 매일매일 같은 일과를 보내온걸, 무슨 재미로 설명하란 말인가? 그나마 화산의 절정 고수들을 [ 다른 학생 몰래 스승님이 ] 초빙해서 내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 준 것이 최대의 사건이었다. 지금은 부채로 매화를 그려낼수 있게 된 정도랄까.. .....검이아닌 부채로 매화꽃잎이 흩날리게 만든건 대단한 일일지도. 하기야 백 단위가 넘는 고수들이 내 몸에 기운을 있는대로 다 불어넣어 주고는 탈진해서 실려갔는데 못하면 바보겠지. 여기서 무협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잠깐. 화산의 주요 검법은 매화검법이다. 무지무지 종류가 다양하고 화려하며 매우 우아한 비술이지만,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매화검법...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매화가 칼 끝에서 선명하게 그려지는 검법이다. [ 아름답지만 잠깐 정신이 팔리면 목은 어느새 달아나있는 흉폭한 놈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 검향의 경지...라는 이론상으로 가능한 경지에 오르게 되면 꽃을 피운 매화에서 향이 난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이론이다. [ 이론을 믿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 없다 ] 실력이 늘 수록 매화 꽃의 수도 늘어가는데 지금 나는 얼마나 고수들의 기운을 빨아들였던지 내 매화 꽃의 수를 센다는것은 무의미하다. .....지금은 폐인으로 살고 있는 전 고수들에게 잠시 묵념.... 지나칠정도로 현란한 붉은 꽃잎과 그 개수들은 ....다 사부님의 협박이었다고!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내가 무슨 남자의 정기를 빨아들인다는 요부냐! ....흠흠...잠시 말이 엇나갔군. 뭐 어쨌거나 백 단위가 넘어서 자칫하면 천 단위까지 올라갈뻔한 고수들의 기운을 빨아들인 나는 강호에 화려하게 정식데뷔.....는 하지 못했지만 사부님에 의해 이상한 칭호까지 얻어버렸다. 靑梅花扇美小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청매화선미소년! 푸른 매화 부채의 미소년이란 뜻이다! 아니, 내 부채는 붉은색이라고-! .....라는 농담은 하지도 말자. 청색의 청이란건 내 머리색때문에 붙었고, 매화...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부채는...순전히 내가 매화를 부채끝으로 펼쳐내서 붙은 이름이니 넘어가자. 미소년...그거야 당연한거지. 이렇게 서로 떼어놓고 해석하면 그럴싸하기 그지 없는데,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 구조를 붙여놓고 생각하면 왜 그렇게 거창하게 들릴까? 무려 일곱 글자란 말이다! 일곱글자! 학원내에서 벌어진 비무대회에서, 너무나 황당하게도 매화로 상대의 시야를 가린 후 암기를 날리는 비겁한 수법으로 상대를 모두 쓰러뜨린 후, [ 솔찍히 그 뻔한 수법이 통할것이라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 쪽팔리게 결승전까지 진출, 그러나 도중에 상대가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리를 삐끗해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수 없게 된 관계로 우승까지 차지해 버렸었다. ....그 뒤로 내게 붙은 별명... 청매화선미소년. 거창하지 않는가. 내가 지나갈때마다 그 [ 화려했던 시작과는 달리 ] 어이없는 경기결말과 내 별칭을 키득이는 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가령 지금처럼... "어이- 청매화선 미소년!" "야아- 상대를 얼굴만으로도 홀리다니....역시 너는 강호제일의 4 鳳 [ 봉황새 봉 ] 중 하나야~ " 4봉이 무엇이냐 하면.... ...좀 감으로 때려잡아! 이 인간들아!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다! 그냥 최고의 미녀집단이라고 하면 된다. 나는 봉황새가 조각되어 있는 기둥을 지나 거대한 문 앞에 섰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문을 열어졎혔다. 안에계신 사부님과 기타등등 할아버지들이야 내 기척쯤은 알고 있겠지. 설마 모르실라고. " 성유입니다. 부르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솔찍히 달디단 점심시간에 곱게 자던사람을 깨워 불렀는데 열이 안받고 배기겠는가, 맘이야 어떻든 그들은 내 사부이니 한껏 신경써서 나는 말을 내었다. "오오. 왔구나, 원래 폐하가 제시했던 기한이 6 개월이었지만 2개월로 앞당기다니 놀랍구나." 뭔 기한을 땡기는데? 내 의문을 읽었는지 방금 말을 꺼낸 [ 한국에서는 장학사쯤 되는 ] 할아버지가 인자하게 웃었다. "....황제폐하께서 자네를 관리로 채용하고자 하셨네." 뭐? "물론 조건은 화산에서 자네의 가문이 되어 준다는 것이었네. 원래 그 비무대회의 우승자는 관리가 될 자격이 있어서, 우승자인 자네가 채용된 것이네." 그...그거야 결승 상대가 내 얼굴만 멍청히 들여다 보다가 다리를 삐었으니 당연한 거지. 팔아먹고 엿 바꿔먹은 양심도 부스러기가 조금 남아있었는지 가슴께가 쿡 찔러오는걸 애써 무시하고 나는 속으로 슬쩍 미소지었다. 앗싸~ 그럼 애써서 관리 등용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나이쓰으으... 그 어이없는 비무대회가 조금은 도움이 되는군! 나는 할아버지와 스승님의 응원아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스토리 전개가 무지무지 빠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내일은 입성이다. 꽃잎을 흩날리는 화산의 고수로서, 또한 신입 관리로서. 내 강호데뷔는 화려하게 펼쳐질 것이다. ============ 황제의 시점 ================= 어쩌자고 그런 아이한테 덜렁 이름을 지어줬을까? 그것도 성스러울 성 자와 그윽할 유를 써서... 그렇게 여성틱한 이름을.... 생긴것도 여자같은데 이름까지 여자로 지어주다.....그게 문제가 아니고, 문제는!! 황제라는 직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난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줬다는 것이다. 황제가 지어준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그의 자식, 또 하나는 그의 연인. 별호를 지어주는 경우까지는 있어도 [이것도 흔치 않지만]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는 없다. 하다못해 충신의 경우라도. 하아아.... 얼마전에 화산에서 비무 우승자가 결정났다. 우승자는 아무나 데려오라고 말을 해 놨기 때문에 내일 누군가가 입성할 것이다. 왠지 풀벌레가 찌륵찌륵 우는게, 뭔가 불안한 밤이었다. ------------------------------------------------------------- 드디어 입성!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궁, 기와는 황금을 덧씌웠고 궁녀들은 진한 향수냄새를 풍기며 걸어다닌다. 내가 걸어가는 앞에는 갓 거세한듯한 어린 환관이 나를 안내해주고 있다. 기둥을 휘감은 9마리의 용, 4개의 발가락을 가진 그 용의 입에는 여의주가 물려져 있고, 수도 銀 [은] 의 이름에 걸맞게 붉은 성벽에는 은으로 장식이 들어가 있다. 벽을 타고 기어오른 포도덩굴, 붉고 파란 옷을 입은 관리들, 도도한 콧대를 세우며 비단가마에서 내리는 귀부인들.... .....무림이라고 하기에는 좀 뭣하군. 젠장. 완벽하게 중.국. 이잖아? 뭐 중국안에 무림이 있고 무림에 중국이 있고 그런거지....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쳇....궁궐만해도 하루만에 둘러보기 어려운 곳인데 걸어가라고? 바닥을 하얀 돌로 도배해놔서 기분은 반짝반짝 하다만 ....기분덕에 아픈 발이 낫는건 아니거든? 한 30분을 더 걸었을때야 나는 이 세계에 [ 인천공항에 설치되어 있는것과 비슷한 ] 자동도보가 없는것을 한탄했다. ========= 잠시후 ============= 계단계단계단...그리고 복도복도복도.... 도대체 궁을 몇개 거쳤는지 모르겠다. 솔찍히 그냥 자포자기 하고싶다! 내가 [ 스승님의 완곡한 부탁으로, 또는 협박으로? ] 백단위 고수들의 기운을 받아들였다고 한들, 여기서 경공을 쓸수도 없는 일이다. 괜히 빠른 걸음으로 지면을 날아가듯 걸어갔다가 길을 잃으면 그거야 말로 낭패중의 낭패가 아닌가. 크윽... 신이시여..... 왜 내게 운이 이렇게 없는거죠! 말해보쇼! 내가 게임 캐릭터고 분배가 공격력, 명중률, 회피, 그리고 운 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공격력은 점수가 2도 못 나올 것이고 명중률은 한...2 .5 정도 될까? 회피율은 당연히....10점 만점에 9 점! 그리고 운이라 함은.... ...... ....... .....묻지 마라. 100점 만점이라면 한 마이너스 10000 정도 될까? 우씨. 왜 나한테 운을 내려주지 않은 것이냐고요오오오~ ....하고 외쳐봐야 나만 또라이소리 들을테니까 그냥 조용히 걷자. 종종걸음으로 걷는 꼬마환관뒤를 따라서 걷고 걷고 했을때, 내 눈앞에 빽빽한 나무숲이 띄였다. 엥? 궁에 이런 나무숲이? 여기도 환타지세계만큼 깨는 곳인지 계절관념이 없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솟아있었다. 실수. 계절관념이 아니라 지방관념. 이곳은 열대는 커녕 춥기까지 한 곳인데 더운 지방에서 나는 이상한 나무들까지 서 있었다. 적송 백송 사이에 서 있는 넓찍한 활엽수라니... 그만큼 깨는 곳도 없다. 꼬맹이가 나를 손짓했다. 뭔일이냐? " 들어가십시오." 컥... 완전 여자애 목소리. 뭐 거세 했으니 변성이 안되는 것도 당연하지만.... ....솔찍히 충격이다. 나는 꼬맹이가 정중하게 들려준 등불을 잡고 하늘을 가릴만큼 높이높이 솟아오른 나무들 사이를 지났다. 으으으.... 축축하면서도 건조하고...여긴 이상한 곳이야. 여기에는 솔잎먹는 송충이뿐만 아니라 갈잎먹는 송충이도 있어. 그렇게 부들부들 떨면서 나무에 입고온 세 송이의 매화가 수놓아진 옷이 스치지 않도록 지나쳤다. 원래 같으면 2 송이여야 할 텐데 저번 비무대회 [라기보다는 개그대회] 에서 하극상을 해버렸더니 2 계급이 상승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장로들의 5 송이와 학생들의 1 송이의 딱 중간이 되어버렸다. 에이....참 여기는 내 당초 예상과 너무 딱떨어지는 곳이다. ....한마디로, 깨. 는. 곳. 것도 무지무지하게. 그건 그렇고... "...헥헥...." 이 숲은 어디까지 이어진 거야?! =========== 약 3 시간후 ================== 으아아아! 뻥 까지마아! 말도안돼! 으리으리한 황궁의 뒤에 이렇게 넓은 숲과 산이 있었단 말야?! 한 시간쯤 걸으니 초반에 침엽수들과 뒤엉킨채 자라났던 활엽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소나무랑 기타 등등 북쪽의 나무들이 가득한 산이 나타났다. 간신히 산을 올라갔다 싶었더니 이어지는건 계곡. 그리고 다시 낭떠러지와 산, 그리고 강과 숲. 이곳은 대체 뭐란말이냐아아아! 그때 내 목 쪽에서 섬뜩한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졌다. "..무, 무슨?!" 오싹한 소름이 팔이 오소소소 돋는다. 두려움을 참고 뒤를 팍 돌아봤더니.... .....하얀 옷을 입고 청실로 머리카락을 묶고 있는 황제의 모습이 보였다. 에에에엑?!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습니까! 지금 여기는 황궁도 안 보일 정도로 먼 거리라구요! 덤으로 저는 길까지 잃었고...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건가, 은성유."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 "소인은 이번 화산 수련 비무 대회 [ 뭔가 굉장히 어려운 이름이다 ] 에서 승자가 되었기에 관리로 채용되었다 하여 왔나이다." "아아..." 그가 미치도록 잘 생긴 입술을 비틀며 자신의 길게 내려온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긴다. "그게 너였나." 우웃... 발동하고 있어... 동인녀의 빌어먹을 정신아! 깨어나지 마! 안타깝게도 내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도발적인 동인녀의 정신은 도도하게 황제를 지적했다. "....가슴이 참 단단하시군요." "!" 읏.... 이미 나온 말...어쩔수 없지. 황제가 자신의 가운식으로 걸친 흰 옷자락이 벌어져 보이는 가슴을 놀란듯이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냉큼 추스른다. "..미안하군." 나는 약간 부끄러운듯이 웃었다. "....황공하옵니다." 어찌 보면 상당히 무례할 대화에 천인공노할 내 대사들이지만 한번 우아하게 웃어주면 본래 성격이 도도하면서도 굉장히 부드럽고 기품있는 것처럼 행세할수 있다. ...빨간딱지 책에서도 여러번 나온다. 무슨 책이라고 꼭꼭 찝어주고 싶은 맘은 없지만. 앗...그러고 보니...! 나 지금 벌써 스무살이 넘었잖아? 그럼 청매화선 미소년이 아니라 미청년이 되는 걸텐데...! 어찌하여 어찌하여 어찌하여어어! ...라고 외쳐봐야 지금 이 황제 앞에서는 ' 자네 간질 [혹은 발작?] 증세가 있는가? ' 라는 소리만 들을테니 속으로만 중얼거리자. 나중에 스승님한테 항의편지와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지. "...폐하께서는...어찌하여 여기 계셨나이까?" "잠시 가문에 갔다 왔다." 가문? "....어머님이 돌아가셨더군..." "....." 솔찍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 말이 막혔다. 아무리 사극을 많이 본 사람이라도 왜 그렇지 않은가. 순간 할 말이 없어지는 증세. 황제는 잠시 눈썹을 파르르 떨다가 이내 추슬렀다. "..그만 돌아가지." "...예." 나는 휘적휘적 소매를 저으며 걸어가는 황제의 뒤를, 천천히 따랐다. =============== 황궁의 실상은? =============== 내가 여기서 느낀점이라 하면....무식하게 크고, 밥도 무지 많이 나오고, 아주 이상하다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있던 판타지 세계랑 아주 맞먹는다. 참고로 나는 요새 늙은 환관에서 황제의 호위무사중 하나로서 갖추어야 할 말도 안되는 지식을 전수받고 있다. 망할! 이게 무슨 무림이고 무협이야! 거기다가 중국도 아니야! 여기는 이상한곳!? "... 못 들으셨습니까? 다시 설명해 드리지요. 황제는 그가 죽을때마다 모든 가문에서 20세 이상 30 세 미만의 무공이 뛰어난 청년들을 뽑아, 무공을 기린 후 가장 능력이 우수한 자를 황제로 추대합니다." ....말도안돼! "...황제라는 것은 가장 대표라는 의미 외에 가장 강하다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황제가 하는 일은 이 나라를 통치하는 일이 아닌, 모든 가문들을 잘 협심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런 뻥이 어딨어! "또한 귀족들은 황제를 중심으로 무공이 센 각 파의 사람들이 모여 든 것이지요." 웃기지마! "아참, 아까 말씀 안 드렸는데 지금의 황제폐하는 모용세家로 현재 수장이신 청풍명월 [淸風明月] 모용신수 님의 증손자뻘 되십니다." 좆까지마! 그런 유치한 별호가 어딨어...!....라고 이제는 외칠 기운도 없다. ...에잇...이 이상한 나라... ...망해버려라! 젠장! [ 안타깝게도 그 나라는 앞으로도 수백년 동안 잘 이어져 온다 ] ---------------------------------------------------------------- 나는 하루종일 홍목으로 깎은 탁자위에 엎어져서 절망에 빠져있었다. 하아아아..힘들어... "...역시..." 나는 말을 내뱉으려다가 시녀들의 눈을 생각하고는 뱉으려던 뒷말을 속으로 삼키며 중얼거렸다. '....이곳은 뭔가 이상해.' 왜 내가 가는곳은 정상적인 곳이 없을까. 판타지 세계도 이상하고, 현실로 돌아와서 내가 취직한 학교도 뭔가 의미심장. .....하지만 대체 왜 그러냐고! 뭐, 좋을것도, 나쁠것도 없는 세상이니까...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하아아아...배고프다. 아침에 야채랑 볶아낸 새우를 조금 깨작거린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어제 황제폐하께서 내가 관리로 채용된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보내온 다과나 먹을까? [ 비록 중국은 아닌 이상한 나라지만 ]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기기묘묘하게 꾸며진 과자들은 보기만해도 토할것 같다. 금가루를 뿌리고 어쩌고, 빨갛게 물들인 설탕을 묻히고 어쩌고. 비단천에 싸여 내게 보내온 과자들은 정말.... ....보기만 해도 달아보인다. 쳇...내가 아무리 사탕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사탕은 달다못해 쓰지는 않잖아? 거기다가 나는 맵거나 짠걸 좋아하는 편이라 단것을 그다지 입에 달고다니지 않는다구! "하아아아..." 나는 한시간마다 치는 종 소리를 세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저 종이 12번 울리는 시각, 즉 정오에 나는 황제를 만나러 가야 한다. 호위무사중 한명으로 뽑혔다는게 다행은 다행이지만... 앗차? ! 그러면 준비를 해야 하잖아? 내가 여기 뭘 하러 왔지? 황제 꼬시러 온거잖아?! 이렇게 정신 놓고 누워있을틈 없다. 빨리빨리 황제를 꼬실 작전을 세워야지. 우선은 의복! 의복이 중요해. 나는 비싼 나비병풍 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최유기에 나오는 홍애아의 옷 비스므리한 실내복을 잽싸게 벗었다. 이 무림의 지존쯤 되는 황제를 정식 호위무사의 신분으로 모실때 입는 옷은 사방신이 수놓아져 있다. 하지만 정말로 슬프게도 나는 아직 정식 호위무사가 아니라 그들의 에스콰이어쯤 되는 신분이니 따로 규정이 없어서 그냥 화산의 일상복을 입었다. 즉 매화 3 송이가 수놓아져 있는 새하얀 의복을 입었다는 소리. 새하얀이라고 해도 이것은 정장 비슷한 역할이어서 상당히 화려하다. 뭐랄까....화려 보다는 고고? 어쨌든 옷 설명할 시간 없다. 나는 잽싸게 욕조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와서 물기를 대충 닦고는 옷을 걸쳤다. 그리고는 허리에 파란 빛이 도는 천 조각을 두르고 그 천에 끈을 묶어서 암기 주머니를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채찍을 허리에 묶은다음 천 속으로 숨겼다. 그 위에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외투를 입었는데, 무지무지하게 얇다. 젠장.... 춥다. 흑. 끈이 달려있지 않아 그냥 넉넉하게 풀어놓은 후 아직도 물기가 축축한 머리카락을 반만 그러모아 푸른 비단끈으로 질끈 묶었다. 하아아아... 여기는 정말 돈이 많은 곳이야. 화산의 학원도, 그리고 황궁도. 서민들의 기와집조차도 빨갛게 물들일 정도니까. 아, 수도만 그렇던가? 어쨌거나 부채 몇개를 외투 안에 고정시킨후 내가 가장 즐겨쓰는 부채를 소매에 숨겼다. 자아, 준비 끝~! ....이 아니라 할게 더 있구나. 일반적인, 즉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으로면 뇌가 만들어진 사람들이야 여기서 준비 끝이겠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꼬시러 온 거니까. 우흐흐흐. 땡- 땡-....땡- 벌써 종이 11시를 울렸다. 어어어억! 빨리 준비하고 가야 하는데! 여기부터 황제궁 까지는 무려 40분 거리란 말이다! 뭐 무공을 쓰면 좀 단축시키겠지만. 귀에다가 천을 길게 이은 귀걸이를 달고, 얼굴에는...... 몰래 황궁을 나가 구입한 분을 티가 안날 정도로 얇게 발랐다. 그리고 입술에는 뜰 앞에 피어있던 꽃을 즙을내 발랐고. 참고로 여기에는 농약 없다. 웰빙이다. 예를 들어 중금속 중독 같은건 걱정 안해도 된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이 장수하는 모양이지? 꼭 최유기의 삼장 비스므리한, 하지만 옆이 허리까지 길게 트여있는 옷을 입고 그 안에 품이 넉넉한 바지를 입은 나는, 그 바지를 걷어올려 무릎과 종아리에 가죽보호대를 덧대입은후 준비를 마쳤다. 솔찍히 내공이 무진장 많아서 별 필요는 없지만.. 여기서 잠깐 싸부님의 협박에 밀려 내게 내공을 전해주고 지금은 허약한 폐인으로 살고있는 백 단위의 고수들에게 묵념.... [ 가족 친척 하다못해 사돈의 육촌까지 들먹이며 협박하는 싸부님의 모습은 악귀였다 ] 왜 그렇게 열성으로 가르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내 가정교사가 마찬가지였으니...앗, 너무 무례했나? 어쨌거나 나는 손목에 장식용처럼 보이는, 하지만 강한 독약이 들어있는 팔찌를 차고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이걸로 위험은 없다. 우후후후... =================== 황제의 연회실 ==================== 삐까뻔쩍한 황금. 누리끼리한 황금. 이곳의 천장과 등과 심지어는 발 아래의 바닥까지도 온통 황금으로 도배해놓은 이곳은 황제의 '연 회 실' . 돈이 썩어나는구만. 대체 여기가 무슨 청렴하고 단아한 수련의 장소인 무림이냐! 엉? 무림의 림자는 林 [숲림] 아냐? 숲이라면 당연히 녹색이고 어둡고 칙칙한거 아니냐구! 또한 투박하기도 하구! 하지만 상식을 깨는 이곳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름도 유명한 황제의 '연 회 실'. 내가 절규하고 뒤집어 엎어버리고 황제를 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고정불변할 사실이다. 왜냐, 이곳은 대대로 전해져온 유서깊은 연회실이니까! [또한 집무실이기도 하지!] 나는 그곳에서 머리를 깊이 숙여 황제에게 절을 올리는 중이다. "제 이름은 은, 성, 유. 이번 화산 비무대회의 우승자이며 또한 이번에 황상의 무사로 들어왔습니다. 제 나이는 금년 23이며, 아비와 어미는 없습니다. 옛 화산의 지부장이신 분을 사부로 모시고 있을 뿐이옵니다." 거창하고 길고 무지무지 짜증스러운 사극투의 설명을 마치고 난 후 나는 허리를 다시 깊게 숙였다가 들었다. ".....그렇군." 황제는 그 아름다운 갸름한 눈을 아래로 내려뜬채 지루한 얼굴로 내 설명을 듣고 있었다. 좀 들어라! 나는 힘겹게 설명을 마쳤는데 넌 그렇군...이 전부냐? 나는 머릿속으로 총을 쏘는 망상을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서 막 그가 옥좌에서 거꾸러져 떨어질때 그가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라, 소년." 내 이름은 성유라니까! 거만한 말투로 입을 뗀 그의 얼굴을 보면 정말 동인녀의 정신이 튀어나올까봐 걱정되었지만 뭐 어쨌거나 명령은 명령이니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대신들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었다. ..... ....좌중의 고요한 침묵... 그 침묵은 황제의 싸가지없고 오만한 말투로인해 깨어졌다. "....정말 계집애 같군. 화산 비무대회의 우승자가 맞는거냐." "....물론입니다." 나는 도도하기까지한 말투로 되쏘았다. 건방진 말투로 인해서 대신들 사이에서 불만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그대로 패스. 황제는 이제 재미있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 가느다란 팔과 다리로 무엇을 할수 있느냐?" "부채로 매화를 피워낼수 있습니다." 지배자의 말투인 오만함을 가득 담고 황제가 물음과 동시에 나는 자신있게 말을 받았다. 뒤에서 자꾸 ' 저런 건방진.... ' 이런 소리가 들리는군. 아아.... 귀가 간지러워라. 뭐 환청이겠지. 황제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뒤로 몸을 완전히 젖혀서 등받이에 기대며, 나른한 말투로 명령했다. "내게 너의 무술을 보여봐라. 기억을 잃은 아이여." 여기서는 이래야겠지. 나는 눈을 살풋 내려깔면서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대신들의 웅성거림이 그 순간 완전히 멎었다. 나는 황제의 오만함을 따라서 도도하게 입을 열었다. "..... 원하신다면." ====================== 황제의 시점 ============================ 원하신다면... 이라고? 저렇게 오만한 아이는 본적이 없었다. 행동거지며 나비가 내려앉는것 같은 우아한 인사를 보면 귀족의 자제와도 같을 정도로 우아하고 기품이 있는데... 어째서 신은 그에게 도도함까지 내려주었단 것인가. 그는 매우 우아했다. 길고 긴 남색빛의 머리. 크고 둥근 눈망울. 하얀피부와 깨끗한 하얀 옷. 그런 청아한 아름다움은 그의 붉디 붉은 입술과 가슴에 수놓아진 붉은매화 세 송이로 인해 요염하게 변했다. 청순하고, 또한 유혹적이다... 내숭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귀족의 영양 같은 부드러운 말씨로 건방진 대사를 내뱉을때면, 왜 이리도 가슴이 괴로워지는 걸까. 찌릿찌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따라 자꾸만 흐른다. 뛰어난 무인이 길들인 야생마처럼, 야성과 온순함을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그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세치 혓바닥은 내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뛰어놓았다. 아주 순순한 대답을 할때 조차도 그 눈동자는 새파랗게 빛을 토했다. 무척 재미있다. 재미있는 아이다. 부채로 매화를 피워낸다고? 하긴 그런 무술이 있기는 했지. 내가 그의 사부한테 성유한테 가르치라고 말은 해 놓았지만 저런 경지에 들을 줄은.... ...증조부뻘 되는 황제폐하께서 그 화산의 전전전 지부장께 내려준 비급이. 내 실제 증조부도, 조부뻘되는 황제도, 아비뻘 되는 황제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디한번...나비의 춤사위를 기대해 볼까. ------------------------------------------------------------- 나비와 같이 우아하게 몸이 회전한다. 동시에 붉은 꽃잎들이 몸 주위로 흩날렸다.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차분하게 내려앉고, 가느다란 몸 동작을 따라서 흔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새하얀 옷에는 티끌하나 없는데, 부채에서 소보록히 피어난 매화는 피를 머금은듯 붉디붉다. 황제는 성유의 부채춤을 즐기며 그의 나긋나긋한 손놀림을 응시했다. 성유의 손가락이 살짝 틀어짐과 동시에, 부채에서 암기가 뻗어나간다. 그의 몸놀림은 날카롭기 그지없고 우아했지만 흉폭했다. 그것은 하나의 춤, 그리고 하나의 거대한 무술. 일순간 성유는 모든 몸동작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그의 발 아래서 은은하게 꽃잎이 날아올랐다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아니, 환상임이 분명한 매화꽃잎이, 그들의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였다. ============= 지민 [ 성유 ] 의 시점 =============== 헥..헥...헥... 죽겠다. 그으...러니까아. 싸부님의 닦달에 못이겨 열심히, 열심히 갈고닦은 부채권과 기타등등을 선보이는데, 저 인간은 왜 아무말을 안하는 거지? 나는 열심히 했다고! 팔을 구십도로 뻗어라, 찰때는 몸과 수직이 되도록 해라 등등 귀찮은 싸부님의 말씀을 열심히 따랐다고.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만 쳐다보는 황제를 건방지게 올려다보면서 톡 쏘았다. ".... 맘에 안드십니까?" 앗차- 본성나왔군. 잽싸게 본성을 숨기기 위해서 살짝 웃어보였다. 아주 우아하게. 황제의 입가에 드디어 나지막한 미소가 떠올랐다. 웃지마! 정들어! "...아름답군."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개조하고 갈고닦고 싸부님의 손 아래 쥐어터져가면서 만든건데. 안 아름다우면 내가 배기겠어? "손목이 참 아름답더군." !!!!! 뭐, 뭣이라고라? ".....명령이다. 오늘밤에 내 수발을 들어라." 황제씨는 오만하게 웃어보이며 옥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쓰윽 내려다보고는 그대로 몸을돌려... .... ....가...갔어? 저자식이! 우와! 왕싸가지! 나는 내 무술에 대한 칭찬인줄 알았는데 그게 사실은 옷자락 안쪽으로 살짝 비치는 내 손목? ...뭐 좋아좋아. 내 미모가 여기서도 유감없이 들어나는군... ....이 아니라! 저저저 왕 재수탱이가! 으아-! 짜증나! 기왕이면 내 부채춤에 대해서 칭찬좀 해달라고! 옛날의 루이스씨 [ 처음만났을때 ] 와 맞먹는 싸가지가 없는 놈! 지금의 루이스씨는 착하고 매너좋으면서도 섹시한 쿨가이란말이다! 하지만 수발을 들라는건 좋아. 나는 순간 버엉 해진 정신을 추슬르고는 황제가 간 곳을 향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며 속으로 몰래 생각했다. 드디어 나를 침실로 들이시는건가요, 황제폐하? 그렇다면 아주 우아하게 입고가도록 하지요! =============== 얼떨결에 말해버린 거만한 황제폐하의 시점 ====================== 내...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순간적으로 그의 가느다란 허리가 외투 사이로 드러났을때부터, 내 이성은 마비된것 같았다. 얼떨결에 내뱉은 소리가 ' 손목이 아름답구나 ' 와 ' 수발을 들어라 ' 라니... 나는 대신들의 항의를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할... 아름답긴 하지만 사내아이를, 그것도 신분도 확실하지 않은 사람을 침실에 들인다? 할수 없군. .... 이미 내뱉은 말이니, 목욕이나 도우라고 할 수밖에. 나는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불만어린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호위기사 청룡을 애써 무시했다. ================ 밤 =================== 우울하다..우울하다...우울하다... 애써서 나비마냥 뽀샤시하게 차려 입었는데! 어째서 부르질 않는거지? 나는 늘 하던 짓 대로 탁자에 엎어져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담당한 늙은 시녀가 큭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지마! 나도 안다니까? 애써서 뽀샤시하고 뽀드득 하게 씻고 옷도 입었는데... [ 솔찍히 가기 싫은것처럼 연기했었다. ] 시녀가 그 소프라노의 고음으로 꺽꺽거리며 말을 걸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지 마십시오. 가기 싫으신것은 알지만... 그래도 황제폐하의 부름이 아니옵니까?" "...휴우..." 가기 싫은게 아니야. 가고 싶은거지! 지금 맘 같아서는 황제의 침실로 창문을 타넘고 싶다! "..느닷없이 수발을 들라니... 가기 싫어하시지 마세요. 황제폐하께서는 아직 후궁도 첩도 황비도 없는 싱싱한 청년이랍니다." 그...그렇게 말하면서 왜 혀로 자신의 입술을 쓰윽 핥는건데?! 변태할멈..! ....이라기 보다는 투철한 동인정신? 설마.. ..이분도 동인녀!? "...소인이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유혹했을것을!" ....아니었군. 그냥 색골할망구였어. 동지인줄 알았다니.. ....내 동인정신도 많이 낮아졌군, 흠흠. 나는 한숨을 쉬면서 다시 탁자위에서 뒹굴거렸다. "...애써 입으신 옷이 더러워지겠어요. 입기 싫어하신지라 입히는데 저히 궁녀들이 힘이 들었는데..." 그거야 연기였지. 못 이기는척 옷 입고 씻고 꾸미고 다 했으니까. 갑자기 밖에서 등불들이 보였다. 와, 왔구나! 중년의 뚱뚱한 환관이 문을 열면서 내게 소리쳤다. "모시러 왔사옵니다아아아아-" 우엑...간드러진 목소리.. 커억- 난 아냐! 난 달릴거 달렸다고! 그러니까 늙어서는 저런 이상한 고음이 되지 않을.... ....려나? 뭐 어쨌거나 나는 가기 싫다는 표정으로 발을 질질 끌면서 환관을 따라갔다. 사실 속으로야 백번도 천번도 소리소리 지르며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지만... ....훗, 나는 연기대상 후보자니까. [ 자칭? ] ================== 침실로 들게 되다 [황제시점 ]=========== 나는 얇은 무명 가운을 입고서 탁자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으음... 좀 늦는군. 하기야 오기 싫어할만도 하지. 남자가 남자더러 느닷없이 수발을 들라 했으니... 내 옆에있는 사방신의 옷을 입은 백호 주작 청룡 현무 네명의 호위무사는 잔뜩 인상을 쓴채 문을 노려봤다. 빙 [氷] 계열의 검을 익힌 청룡은 [ 그 계열의 부작용으로 인해] 옥빛으로 탈색된 눈으로 무시무시하게 나를 째려봤다. 그의 입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음.... 얼굴은 미청년인데... 정신세계는 점점 늙은이가 되 가고 있으니... "..어째서 그런 명령을 내리신 겁니까, 황상." "....." 할말 없다. 그냥 내 정신이 잠깐 미쳤었나봐~ 하면 안되겠지? 나는 화산의 검술을 익힌 주작을 향해서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주작의 거친 눈길을 받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필이면 제 아래의 호위무사에게...참 잘도 수작을 거셨더군요." 하...하긴 화산은 주작의 담당이었지. 주작역시도 화산의 매화검술을 익혔었고. 청룡은 대대로 빙 계열만 고집해 왔고 백호는 모용세가에서 뽑았었다. 현무는 독에 관련된 모든 가문에서 뽑았고. ....늘 가문이 바뀌는 현무나, 가문이 딱히 없는 청룡만 제외한 백호와 주작은, 그들의 가문때문인지 자부심이 무척 강한 편이었다. 특히 주작은 매화검법에 심취해 있어서 화산에 관련된 모든 애들은 애지중지 하는 팔출불 청년. ...거기다가 괜히 주작의 이름을 받은게 아닌지 다혈질이기까지 하다. 또한 내가 황제가 되기 전부터 아주 친한 친구였던지라 함부로 말을 막 하기 일쑤이다. ...지금처럼 시퍼렇게 노려보면서. ".... 일부로 그런것은 아니었다." 나는 한껏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후 그의 눈동자를 잠시 쳐다보았으나... 원래 지은 죄가 있는지라 그 검은 눈동자를 보자마자 가슴한켠이 쿡쿡 쑤셔왔다. ...황제의 기를 죽이다니...무시무시한것 같으니라고. 백호나 현무처럼 고분고분좀 해봐라, 청룡과 주작! "....주작담당의 호위무사, 은성유가 왔사옵니다아아아-" 환관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 검은 옷. 밤의 장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검디 검은 옷. 그 옷의 중심에는 매화꽃잎이 3개 수놓아져 있고, 양 옆에는 주작의 날개깃이 그려져 있다. 역시 주작단의 호위무사가 되었군. 하긴 화산의 제자니까. "....왔습니다. 무슨 일을 시키실 것인지요." 성유가 허리를 잠시 숙이고 포권을 취한후 내 허락도 없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도도한 눈동자는 건방지기까지 하다. 순간 내 이성은 또 마비되었다. "이리와라." 내가 미쳤지. 살벌한 주작의 눈을 무시하고 나는 그에게 손짓하고 말았다. 그의 한걸음 한걸음이 사뿐사뿐 우아하다. 그의 입술에는 한조가의 미소조차 떠올라 있지 않지만, 매혹적인건 여전하다. 그는 내 발밑에 앉아서 다시한번 예를 취했고, 나는 그 몸짓을 다 보지도 않은채... "...야! 너 당장 손 놓지 못해?! 모용천! 너 죽여버린다!" 내가 황제가 되기 전에는 불알친구였던 주작의 입에서, 반말과 내 이름이 튀어나왔다. 내, 내가 또 무슨 죽일짓을? 내 손은 어느새 성유의 하얗고 매끄러운 턱을 손으로 들어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 사촌형인 백호 [ 실제 이름은 모용호이나 백호로만 불린다. ] 의 입에서도 경악이 터져나왔다. "야! 너 정말 남자를 안을 셈이냐?!" "...이런 죽일놈." 항상 무뚝뚝한 우리 현무가 눈을 슬쩍 찌푸리며 외면했다. 주..죽일놈이라니.. 내 손이 지멋대로 움직인 거라고! 내 마음속이야 복잡하고도 복잡했지만, 내 의지를 거스른 안면근육은 제 멋대로 움직이면서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들어...아주." 이젠 혓바닥까지 제멋대로? 성유의 눈동자가 잠시 파르르 떨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술에서는 싸늘한 말이 흘러나왔다. "...황제폐하가 하실 말씀은 아닌듯 싶군요." "내게 안기기 싫은건가?" "....남자에게 안기고 싶은 남자도 있습니까?" 성유가 오고 난 후부터 아무말도 안 하고 있던 청룡이 갑자기 큭 하고 웃었다. 그러자 주작이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쏘아보았다. "넌 내 귀여운 화산파 후배가 당하려고 하는데도 좋냐?" 청룡은 그 새파란 빙안으로 주적을 내려다 보았다. "...내 후배 아니다." "죽을래?" "흠흠...뭐 어쨌거나 저런 도도한 말을 듣고 있으면 이성이 마비되긴 하겠군. 황제도 결코 고의가 아니겠어." 나는 황제페하- 다 이놈아. 나는 황제가 아니라 황.제.폐.하. 라고, 이 싸가지없는 자식. 내가 암만 폐하라는 칭호를 싫어한다고 해도, 나를 맨날 무시하고 괴롭히고 말도 안듣는 너의 입에서 그런 황제라는 무례한 말 듣고싶지 않아! 어찌되었건 청룡의 눈은 성유에게로 잠깐 향했다가 다시 주작으로 돌려졌다. 그의 매력적인 빙안에서는 웃음기가 감돌았다. 저런 모습 처음인데? 어쨌거나... 그의 입술은 잠시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서 터져나온 천인공노하고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는 소리. 우리는 동시에 굳어졌고 석화되어 산산히 부셔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주작. ......나도 섰어." "!" "!" "!" ------------------------------------------------------------ '섰어' ....섰어... 섰어..... 머릿속에 이 말이 울리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것이다! 이...이럴때는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거지? 아아... 내 연기가 이렇게 빛을 발해 얼음공 청룡도 꼬셨구나.... ....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안돼고오오오! 이렇게... "....가라앉히십시오." ....이게 아니잖아! 으아아아! 불 붙은데 기름끼얹고 다시 부채질을 하는 격, 거기다가 다시 수류탄을 던지는 격이잖아! 내 말을 들은 주작이 눈가를 씰룩씰룩 경련을 일으키면서 물었다. "....내가 잘못 들었겠지, 후배야? 설마 화.산.파의 제자인 네가 그런 말을 썼을리가 있겠느냐. 부디 아니라고 해다오." 왜, 왜 , 왜 화산에 아, 악센트를 주시는 겁니까? 살벌한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 불꽃이 튀는걸 보고있자니.. ,...오금이 다 저려 오는구나. 하지만 여기서 굽힐수는 없는일! 아까말은 실언이었다고 해 봤자 통하지도 않을테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알아서 잘 가라앉히세요." 구궁... 사람들의 모든 포커패이스가 깨진것은 결코 내 착각이 아니었으며, 착시가 아니었다.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황제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진것을 필두로, 주작의 ' 어쩨서 네가! ' '이건 배신이야!' 하는 소리없는 절규도, 백호의 무덤덤하던 얼굴에 '내 귀가 이상한거야, 그런거야' 라는 표정이 나타났고, 현무의 얼굴이 서서히 색이 죽으며 ' 아암... 자존심 강하다는 화산파 제자가 그럴리가 없지.' 라는 중얼거림도, 시작되었다. 하지만 가장 충격이 큰 듯한 사람은 ... "하아아아?" 가느다란 옥빛의 눈썹을 떨면서 나를 내려다보는 청룡이었다. 으윽... 실언이었어요! 그냥 농담이었다구요! 남아일언중천금이라지만 나는 남아 일언이 아니라 남아 이언도 할수 있거든요? 유구무언이 아니라 무구유언이라구요! ...그...그런데 주작씨, 노려보지 마세요...[흑] 주작은 어느새 내 멱살을 잡고 있었다. "네...네...네가 감히이이이이!" 서...설마 당신과 청룡이 애인사이? "덜티하고 재수없는 저런 왕싸가지 한테 화산의 자존심을 넘겨줄 셈이냐아아아! 안길려면 차라리 황제한테서 안겨라아아아!" 네? 뭐라고요? "저런 왕 싸가지 얼음탱이, 감히 화산을 무시하는 재수없는 놈에게 내...내 이렇게 이쁜 후배가!" .... "차라리 황제한테....아냐! 황제도 아까워! 차라리 내게 안겨...." 순간 그의 말이 멎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눈이 향한 곳은.... "에엑!" "주...주작?" 백호와 현무의 경악. "너...너도냐?" "윽..." 청룡과 황제의 신음.. 그리고 상황을 망각해 버린 내 입이 내뱉는 진실. ".....서버리셨군요." 주작의 날카로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것 같았다. "그..그렇게 꼭 찝어줄 필요 없어!" 황제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청룡은 그 서늘한 빙안에 웃음기를 띄면서 주작을 향해 빙글거렸다. "이렇게 된 바에는 아예 황제까지 네명이서 사이좋게 침대로 가는게 어때?" "우, 웃기지마! 이렇게 이쁘고 우아한 내 후배를 감히 너희같은 깡패들에게 넘겨줄성 싶으냐!" "이거 왜이러셔? 혼자만 독점하려고? 그럼 안돼지이-" "당연히 나 혼자 독점....흡!" 얼씨구. 어이없다는 황제의 얼굴과 '저런 청룡의 얼굴을 보는게 얼마만인지...' 라고 중얼거리는 현무와, '사방신 체면을 좀 차려라' 라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는 백호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지, 청룡과 주작, 그들은 열심히 싸워댔다. 안돼...안돼... 나는 앉아있던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만면에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볼일이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가보겠사옵니다." 그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나와버렸다. ========== 황제와 기타등등의 시점 ============== 허억.. 방금 내가 뭘 본것인가. 그것은 천상의 미소? 아니면 마물의 유혹? 화사하면서도 섹시한 미소가 우리의 마음을 달구었다. 아...아..아..... 안됀다고! 섰어! 나는 다리를 꼬았다. 그 옆에 서있던 주작과 청룡은 얼굴이 시뻘개진채 서로를 무시했고, 내내 무덤덤한 표정이던 백호와 현무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허리를 굽혔다. 서...설마... ....다 그랬던 거야?! ---------------------------------------- 그렇게 당당하게 미소짓고 나와보니... "....허억.." 잊어버렸어. 잊어버리고 말았어. 본래의 목저어어어억!!!! 꼬시러 간건데, 꼬시러 간건데에에에! 이제 내 뇌도 맛이 간거야. 유통기한이 지난거야. 이럴수가, 이럴수가! .............그냥 나와버리다니이이이이이! 나는 절규했다. 하지만 그 절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 황제의 명령 ============= "그를 잡아들여라." "예!" 화려하고 삐까한 황제의 집무실겸 연회실.... 이 아니라 이곳은 홍목으로 장식된 긴 회랑이다. 황제의 침소에서 가장 가까운 이 회랑에서는 황금빛 제복을 입은 황제가 거만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의 손이 입가를 슬쩍 쓰다듬는다. "건방지군...감히.." =================================== "황제폐하께서 저를 잡아들이라...분부하셨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황명을 받들으십시오." 고맙기도 하지. 내 쪽팔림을 어떻게 알고 불러준다냐. 시퍼런 옷을 입은 관리들이 열명 가까운 고수들을 데리고 내 집으로 쳐들어 온것은 한밤중. 뭐, 안력덕에 앞이 잘 보였다면....할말은 없지만서도.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튕기다가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려 웃었다. "물론.... 받들어야지요." ========= 으아아아아아! 나는 지금 팔을 조이는 두꺼운 쇠사슬로 인해 이를 악물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부쉴수야 있지만 그랬다가는 안 그래도 긴 '청매화선미소년' 에 괴력이라는 글짜까지 붙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이건 고문이야! 인권보장기관에 고소할거야! "성유... 감히 황명에 불복하겠다는 거냐." "....그렇게 말한적은 없사옵니다만." "큭....건방지기까지 하군. 아까 감히 내 앞에서 등을 돌려 나가지 않았는가." .....시중을 들라는 명령을 어겼다고... .....쪼잔하게시리 이렇게 사람을 고문하냐아아아! 지금 내 상황을 설명하자면, 어둡고 침침한 방 안에서 고문을 받는 중이다. 정확히는 물 고문을. 제길....많고 많은 물 고문들 중에서 품위유지 고문이라는 머리처넣기를 손수 선보이다니... 아, 손수라고 해도 황제가 팔 걷어붙이고 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랬다가는 품위가 깨진다나 어쩐다나. 염소수염을 기르고 있던 관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히 말대꾸를 하다니!" 너한테 말대꾸 안했어! 그 염소수염 아저씨는 내 머리를 움켜쥐고 양동이 안으로 밀어넣었다. 켁! 말은 하고 넣어, 이것들아! 솔찍히 내 몸안에 돌고도는 내공으로는 10일도 버틸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걸 쓰면 좀... .....후후.... 그게 문제가 아니라.... '번득' 이건 기회다! 역시 로망은 수의 약한 모습! 포인트는 공의 마음을 흔들기!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내공쓰기를 포기하고 순수하게 몸에 힘을 뺐다. 이름하여 극강의 기절기술!!!!!! 황제가 왜 고수면서 내공을 안썼냐고 물어볼 때를 대비해서 대비책도 생각해 두었다. 대비책은...후후후... 모레쯤에 알게되지 않을까? "...주...죽은거 아냐?" 염소수염의 아저씨가 당황했다. 팔짱끼고 있던 주작과 현무, 청룡과 백호도 놀라서 내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건 황제겠지. "이런-!" 그리고 내 의식은 점점 멀어져 갔다. 이러다 나 죽으면 신들 저주할꺼야. ---------------------------------------------- 눈앞이 흐릿하다. 그리고 붉은빛이 어른거린다. 누구..? ......라고 하기전에 잠시 생각을 해보자. 저런 타오르는 붉은옷은, 황제, 또는 사방신의 주작이다. 하지만 검은빛을 기본 바탕으로 한 주작의 옷은 그렇게 시뻘겋지 않을텐데.... "....황제....폐하?" 약한척, 약한척! 가녀린 목소리로 나는 그를 불렀다. .....여기서 잠깐, 이 기법을 쓰고 싶으신 동인남 및 동인녀를 위하여. ...주의사항 1. 최대한 가녀리게, 힘없이! [하지만 목소리가 굵으면 반대로 돌맞는다] 주의사항 2. 분수를 알라고, 자신의 얼굴과 역주행하는 목소리는 내지마라! [쏠린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 주의사항 3. ....... 묻기전에 필사로 머리를 굴려서 누구인지를 생각한 다음에 말해라. [ 잘못 말하면 엄청 쪽팔린다] "성유! 일어난거냐?" 아아... 이 낮은 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 굵고 울림이 많았던 유민혁 선배의 목소리나, 낮았지만 부드럽고 끝이 살며시 올라가는 루이스씨의 목소리와는 딴판인, 그 만의 나른하고 쉰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뭔소리냐고? ...그냥 헛소리라 받아들여 주시게나! [진정히 야오이에 미친 동인녀들은 멈춘 시간 속에서 이런것을 느껴보신적이 있으실 겁니다] "...폐하가... 맞으십니까?" 나는 손을 휘저었다. 눈앞이 뿌얘서냐고? 눈앞은 진작에 맑아졌다! 하지만 또 다른 로망, 앞이 안보이는 수를 위하여~! 황제의 딸 드라마를 보셨는가? 번역이 조금 후지기는 하지만 볼만한 드라마다! [여자 캐릭터를 빼놓고 남자끼리 묶기에도 손색없다. 얼굴이 조금 꼬질꼬질 하다지만...] 거기서 얌전한척, 이쁜척 하는 주인공 여자애 B 의 눈 머는 부분을 기억하신 분이 있으시리라고 믿고, 설명을 드리겠다. 참고로 그 여자애는 마차에서 떨어져 머리를 돌에 박았다.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남자애가 여자애 하나하나 수발을 다 들어주더군. 재밌을것 같지 않는가? 나는 주작과 백호등 사방신 전원과 환관들이 없는, 황제와 나만 있는 방이라는 것을 고맙게 여겼다. 온 기회를 놓치면 안돼는 것이지! "....앞이 안 보이는 거냐?" ".......방이 어둡네요... 왜 불을 안 켜셨습니까?" 이 대사, 이 대사! 이것을 주목하라. 이것은 그 내숭은 다 떠는 여자애의 포인트 대사라 할수 있다. "......불을 곧 켜 주마." 그가 등을 돌려서 걸어간 사이, 나는 방안을 잽싸게 둘러보고 내 혈도를 찍었다. 이제 진짜로 눈앞이 안 보인다. 으음... 이러다가 정말로 장님 되면 좋아라고 [집에서 기다리는 인간들이] 달려들텐데. ".....방 안에 있는 등잔을 모두 켰다. 약간의 불빛도...보이지 않느냐?" 여기서는 양탈수의 고정불변 대사를. "...거짓말." 다시 평소의, 도도하고 우아한 섹시수로 모드를 바꾸자. ".....다 켜셨다면... 방이 이렇게 어두울리 없습니다. 저를 가지고 장난치시는 겁니까?" "....." 그리고 여기서는 공의 마음을 아프게 찍어야 겠지. "....제가... 어미와 아비가 누군지 모른다고... 저를 이렇게 놀리시는 겁니까? 별것 아닌것 가지고도?!" 캬아- 이 감동적인 대사. 환생이야기가 진지한 소설이였다면 이런 설명문이 붙었겠지. '그는 그렇게 소리를 쳤다. 그의 눈꼬리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혹은, '그 모습을 보는 황제는, 성유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조심스레 저민 가슴을 움켜쥐었다.' 라고. 하지만 그런 진지한 소설이라면, 안 읽으실 분이 얼마나 될런지? "....어째서..." 황제가 낮게 물었다. "...." "...어째서 눈까지 멀면서! ....어째서 물속에 머리를 넣었을때 내공을 써서 버티지 않은 건가! 성유! 말해봐라!" 드디어 이 대사가 나왔군. 내가 저번 편에 등장했을때, 모레쯤 알게되지 않을까...고 했었지? 후.후.후. 하지만 말했었듯이 그에대한 대비책은 세워뒀었지. 나는 판타지 세계에서의 순진하고 슬프기 까지 착했던 수로 모드를 바꿨다. 그리고 약간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 "....황제폐하 이시잖아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저는 당신의 부하에 불과합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당신의 명을 거부할수 있겠습니까." 아아.. 삼류 연애스토리 같은 대사. 큭큭.. 황제가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내 대사를 조금더 곱씹으시라고요! ============ 황제의 시점 ========================== 어째서 그런 말을... 눈을 슬프게 내리깐 채로...그렇게... 순진한 표정으로... '황제폐하 이시잖아요....' 내가 내린 고문이었는데.. 그냥 너의 그 매혹적인 건방짐을 못 이기고 낸 처벌이었는데... ....그 가벼운 물 고문을 내공으로 이겨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당신의 부하에 불과합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당신의 명을 거부할수 있겠습니까.' 그런 충성심으로.. ...... 그런 순수한 충성심으로... ....너를 사랑해 버리고 만 나에게 ...그런 충성을... 제발... 나를 더 죄짓게 하지 말아줘... 네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더.. 더... 너를.... ---------------------------------------------------- 부드러운 비단이 내 몸을 감싸는게 느껴진다. 으음... 여기에 있는 사람은 나와 황제밖에 없었을 테니...우후후후. "폐하?" "...." ...아닌가? 눈이 안 보이니까 도리가 있어야지! 정말 미치겠군. 괜히 혈도를 짚었나? ".....폐하?" 다시한번 그를 불렀을 때에 내 몸에서 비단자락이 떨어져 나가는게 느껴졌다. 호오오오오... 황제 맞네. "...미안하군." 그는 그 말을 끝으로.... ... .....어디론가 사라졌다! 으아아아! 나좀 도와줘요! 눈먼사람 혼자 두고가냐 망할~! 그때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으음... 예전 같으면 ' 누군가는 뭐 누군가냐, 들어올 사람이 그놈들밖에 더 있어?' 라고 했겠지만.... ....눈이 안 보이니까 정말 모르겠군. "누구..십니까?" "성유야!" 저 경박하고 다혈질 적인 목소리는.. "...주, 주작님? 어쩐일로..." 무슨일은 뭔 무슨일이야. 내가 눈 멀어서 왔겠지. ....자책감이 팍팍 묻어나는 목소리를 들으니까 옛날에 갖다버린 양심이 돌아오려는 소리가 들리는군. "....괜찮은가?" 이 무뚝뚝한 목소리는...현무씨. "....내 동생이....미안하구나. 꼭 다시 앞이 보이게 해 주마." 황제를 동생이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까 사촌형이라는 백호로군. "....그 자식이...." 심사가 꼬이고 만사가 뒤틀린 목소리를 내는 저 분은 청룡양반. 속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는 모양이지요?? 주작이 나를 꼭 안았다. "....성유야...괜찮을거야." 아아...눈물난다... 주작은 정말 형 같이 나를 끌어안고 있었... "야! 어디다가-!" "너 정말 화산파 제자 아끼는거 맞아?" "화산파 취양의 색골..." 백호의 경악한 목소리에 청룡의 느긋하면서도 나른한 어투가 섞이고, 그곳에 무뚝뚝하다못해 정떨어지는 현무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렇다. 그는 내게.... ".....으읏! 주..주작님?" "가만히 있어." 혀로 감아올리고 핥는 느낌이 기분좋았....는게 문제가 아니고! 방금 전까지 형 같다 어쩌다 했는데 이렇게 배반합니까? "그만 놔 주십시오!" 양탈은 기본, 튕기기는 둘째. 마지막으로 소리나는 쪽을 향해서... "...제...제발 놔 주세요..." 눈물 글썽이기. 닭살이 피부를 뚫고 우둘둘둘 솟아났지만... ....내 사전에 먹이를 놓치는 일은 없다! 형 같은건 형 같은거고 하렘은 하렘이지~ 나는 내 머리를 안고 허리를 감은 그의 손을 느끼면서 이른바 ' 정조녀의 옷고름이 약간 풀어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좀 짓지 마." 뻘쭘하게 서 있던 백호가 쑥쓰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쑥, 쑥스러워? "....자꾸..." 그리고 그는 그 다음 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내 몸안에 있는 다이아신 [?] 의 강림으로 맞추어 보겠건대, 분명히 다른쪽으로 얼굴을 외면했을 것이다. 으음...이것 참.. 다이아다이아 주문이라도 외워야 하는 걸까나? ".....성유야.." 주작의 낮으면서도 가늘가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늘가늘이 뭔 소리냐고? [ 하늘하늘에서 미끌미끌까지 한 거다!] "....예...주작님..." 내 허리를 감은 손을 떼지 마시와요! ".....나 너 .....황제한테 도저히 못 주겠다." 그럼 주지 마세...가 아니라! 하렘, 하렘! "....저는 이미 황제폐하의 신하입니다..." ".....그래도..." 내 말에 주작은 약간 말꼬리를 흐리면서 가볍게 내 이마에 키스했다. "....내 것이 되면....안돼겠지?" 우욱-! 갑자기 소름이! 아니야, 이건 오한이야! 맨날맨날 [이라고 해 봐야 이번에 두번째지만?] 다혈질적인 모습만 보여주다가 그렇게 애절하고 온화한 모습이라니... 우욱..... 1부에서 루이스씨의 이상한 뭔가가 들어간 전복죽이 올라올것 같아. 아아...안먹었었던가? 아니야! 안먹어도 올라와! 흠흠, 망상을 제치고 다시 유혹모드. "...이제 사방신 님 모두 그만하시지요." 나는 냉담하게 고개를 돌리고 말을 꺼냈다. "....아무리 제가 가문을 모른다 할지라도.... 이렇게 놀리시면 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첫째도 쌀쌀, 둘째도 냉정! 거기다가 살짝 끄는듯한 우아한 말투에 힘든듯한 표정까지 섞으면 금상첨화♥ 으으... 빨리 눈을 뜰 계기가 와야 할텐데... 이렇게 아무것도 못 보고 산다는건 기분나빠! [ 조금 전까지만 해도 로망이니 어쩌니 했던것은 까먹고 있다] 그건 그렇고, 나갔던 황제 이 인간은 왜 안 들어온데? -------------------------------------------------------- 나는 범해지는 중이다... ...이렇게 말하면 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 정확히 말하면 황제가 내 몸 위에서 펄떡....이는게 아니고, 현무가 내 위에 올라타고 있다. 야,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 이게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 조금전 ========== 주작은 찡찡짜다 가버렸다. 덥친다 안덥친다로 입씨름을 하던 청룡과 주작은 갑작스레 [?] 등장한 황제에 의해서 쫓겨났고, 그 황제는 백호라는 사촌형한테 질질질 끌려가서 집무보러 간 중이다. 제일 믿음직 스러워 보인다는 현무에게 내 간호를 맡겼는데... "......하으으으읏-!"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가다못해서 부뚜막을 먹어치울줄은 아무도 몰랐으리라. 무, 무뚝뚝 하시던 현무씨가 맞으신가요? 위에서 주저리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지금 범해지는 중이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쾌락에 [ 학원에 있을때는 안했으니까 ] 내 몸은 처녀마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하아....앗..." 눈이 안 보이니까 느끼는 곳이 더욱 예민해진다. 허벅지의 성감대와 목 뒤를 애무하는 손이 짜릿하다. 어떻게 해야 잘 범해졌다고 소문이 날까, 으음... ....허어어억! 이번에는 수 상위냐! "....혼자...움직일수 있겠나?" "...제발...하읏...현무님....흐으으읏" 무뚝뚝하다 못해 정이 똑똑 떨어지는 목소리가 묘하게 매혹적이다. 으음... 나는 위험한 남자에게 끌리는 경향이로군. 나른하고...섹시하다... "할수 없군...눈이 안 보이니..." 그가 내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러면서도 깊게 허리를 돌려준다. 이때는 물론 교성을 터뜨려야... 하는데.... "아아아앗-" 머리보다 몸이 더 먼저 반응해 버렸다. 나도 참 투철한 동인정신...이 아니라~! 이건 욕구불만 이잖아? 더이상 참지 못한 내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도도하고 유혹적에다 우아하지만 건방진 수가 흥분을 못 이기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공은 더욱더 흥분하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그에 따라서 내 안을 누비고 있던 그의 그것이 [ 그렇지 않아도 딱딱하던 것이 ] 더욱더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앗- 진짜 못 견디겠... "....아악-!" 했냐고? 반대다! ".....조금만 참아라." 어,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시다니.. 터프하시군요. 눈이 안 보이는 상태다 보니 그가 밀착해 오는 곳마다 짜릿하다. 정말 견디지 못하겠어.... 나는 안 보이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눈물을 주르륵 흘려보냈다. 그리고는 잠긴듯한 목소리를 바르르 떨었다. "아파요...그만......하으읏..." 나른하고 굵은 목소리가 내 신음에 대답했다. "...조금만...참아라. 처음도 아닌것 같은데..." 나는 기억을 잃은 소년입니다~! 따라서... "....싫어...싫어어..." 강간당하고 버려진 기억잃은 소년마냥 행동을 합시다. 으음...스토리성이 있는 이야기로군. 좋았어. "더이상 ....마, 말...아아..하지 말아...주세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힘겨운 흉내를 내자 그의 손이 내 어께를 감싸안았다. "...그만 ...제발....읏...요....그만...하아아...끝내....주세요..." 나는 내 아래에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가슴 [ 단련되어서 근육질이다. 의외로. 예전에 봤을때는 시꺼먼 옷을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 을 나는 손바닥으로 짚었다. "아파..." "....." 그가 손을 뗐다. 동시에 .... ================================== "......아읏..." 오랜만에 해서인지 허리가 좀 땡기는군. 아까 너무 신음을 흘리고 비명을 질러서 잠겨버린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무도 없습니까?" 웃...실수. 아무도 없어요? ....라고 가련하게 말할뻔 했군. 건방지게, 하지만 두려운 음성으로 다시한번. "....누구 없...습니까?" "...." 누군가가 나를 끌어당겨서 내 아랫입술을 핥았다. 누가 누구겠어, 어제 같이 했던 사람은 현무밖에 없는데. "현무님..." "....괜찮은가?" "....다시는....그렇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내 한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하앗-" 잽싸게 입을 틀어막자 그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는것..처음보는군요? 얼빠진 청룡이나 나사풀린 주작은 맨날 보는데... ".....그만 보내주십시오....황제 폐하가 오실지도 모릅니다." "황제에게 잘 보이고 싶은가?" 수, 순간 움찔할뻔 했다!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고개를 슬쩍 도리질했다. "....폐하는 저의 주인이시니까요. 기억잃은 소년에게 이름을 내려주시고... 학원을 보내주시고.... 그분께 저는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그리고 몸도 바쳐야지요. 그 말은 슬쩍 빼자. 현무의 따가운 눈길이 느껴졌다. 그것도 잠시. 그는 픽 웃었다. "황제는 오늘 오지 않을거다." 황제...? "....내가 마련해둔 자객이..그를 찾아갔을 테니까." 자...객? 서...설마 당신은-! -------------------------------------------------- .....너...설마? ".....설마..... 현무님은...." 사파? 아니면 마교의 비밀스러운 공작임무를 지닌 스파이.... 현무님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마진가 Z 다!" ......라고 할리가 없지. ".....뭔 생각을 하는 거냐." 아하하...그냥 잡스런 생각을... 나는 뻘쭘한걸 숨기려고 도도하게 웃었다. "....현무님...당신은...." 누구지요? 일부로 말끝을 흐리면서 묻자 그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를 내게로 포개왔다. 그리고는 가볍게 내 몸을 어루어 만진다. 그리고 반응하는 내... ....나 아직도 욕구불만이 안 풀렸나? ...어쨌거나... 아아아아- 이러시면 아니되시와요! 천천히.. 입술을 핥는 부드러운 키스... 말캉한 느낌이 묘하다. ".....대답해 주십시오...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그를 밀어냈다. 역시 반항은 도도수의 매력포인트라니까? "......"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내 입술 안쪽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그리고... 콱- 아으으으으-! 아파 죽겠어! 피가 질끈질끈 배어나온다. 그가 깨문 입술이 너무... ....너무 얼얼해....흑... 나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도도수의 연기를 위해서-!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게 만족스러웠는지 현무가 큭....하고 목을 가볍게 울렸다. "...내가 누군지 알겠나." ...누군데? 당신 대체 누구야! 아니, 그보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는 인물인거 아냐? ".....농담하지 말아주십시오." "백도 출신 황제를 암살하려 하는 곳이...어딘지는 잘 알텐데?" 설마....가 아니라 역시나 흑도?! ".....마교의...분이십니까?" " 그게 전부인가?" "그럼....사파의 대표라도 된다는것...." "....." 그가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을 하다가 내 말에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정말 맞는거야? 어째서? 황제지위는 무림에서 암묵적으로 입을 다물었을텐데? 역시나 여기는 뭔가가 이상해. 나는 보이지 않는 눈을 들어서 현무를 올려다 보았다. ".....사파의 의뢰인입니까?" 그가 낮고 지독히도 무심한,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바리톤으로 대답했다. "....말해줘야할 의무가 있나." 그는 내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었다. 놀랍게도, 그의 이는 내 성감대를 깊숙이 파고들었.....는게 아니고!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하렘의 한 인물이 덧없이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황제가 죽은뒤에...가르쳐 주지." 뭐냐! 그가 내 몸을 가볍게 일으켰다. 순간 허리가 찌르르르....아프다.... 나는 등뒤를 받친 그의 손에 간신히 허리를 지탱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물론 유혹적이면서도 싸늘하게. "...제게 황제를 암살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왜입니까." " 넌 말할수 없다." 응? "...진실을 말해봐라. 그들이 어디까지 네 말을 믿을까? 그리고..." 순간 나는, 날카롭고 싸늘한 예기를 띈 것이 목에 닿아 있는걸 느꼈다. 우어어어! 저런 무심공 같으니라고오오오! 이렇게 이쁘장한 면상에 감히 칼을 들이대냐! 눈이 삔거 아냐? 아니면 취향이 아주 괴상망측 하던가! "....할수 있으면." 그는 내 몸을 침대 아래로 내팽개쳤다. 허어어억- 등뼈가 등을 뚫고 튀어나오겠구나...불쌍한 내 허리여.... 하지만 이 순간에도 너무나도 우아하고 도도하게. " ...이게 무슨...!" 보이지 않는 눈 대신에 더 예민해진 감각이, 내 얼굴에 덮쳐오는 세밀한 뭔가를 잡아냈다. 파아아악- 가루, 아주 가는 가루들.. 수...수면가루 입니까? 우어어어! 치사해에에에! .....라고 외칠 틈도 없이 나는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전에 들은 한마디. "....내게서...달아나봐라." 지독히도 무심하고, 너무나 섹시해서... .......나의 동인정신이 투철히 끓어오르는구나. 우.후.후.후. ========== ".....윽!" 나는 짧게 비명을 질렀다. 등에 날카로운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 뭐...지? 휘이익 바람소리를 가르면서... ....채, 채찍이잖아?! 내가 가축이냐! 나는 새디면 새디지 마조는 아니라고요! ....아니, 의외로 마조일지도... ....가 중요한게 아니고! "....아으으윽-...누...구...?" "......." 낮게 목을 울려 웃는 소리가 들렸다. 현무님...? "...눈을 떠라." 네? 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사, 사물이 보인다?! 누가 해논 짓이냐! 감히 내가 짚어논 혈도를 누가 풀어둔거야? "....혈도가 짚어져 있더군." "...." 내가 한 짓을 안 것은...? "물고문을 당할때...누군가 네 혈도를 짚은 모양이더군." 다행이다, 모르는구나.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채찍이 다시 날아들었다. 근데...피할수가 없다? 문득 움직이지 않는 손을 보니....제기랄! 이런 젠장 젠장 젠장~! 손목이 쇠사슬로 묶여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틀면서 신음을 흘렸다. 아프다...젠장할... 등이 타는듯이 아프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혀, 현무님...." 저렇게 잘생겼었구나. 두건을 쓰고 있어서 안 보였던 첫 대면과는 달리, 그는 엄청난 미남이었다. 앞머리는 약간 짧아서, 눈밑정도였다. 하지만 뒷 머리카락은 잘 빠진 미끈한 근육질 몸을 타고서 거의 엉덩이까지 흘러내렸다. 무뚝뚝한 목소리에 걸맞는 눈썹과, 고집스러 보이는 입매. 검은빛의 눈동자. 벗은 상체에 난 갖가지 흉터들이, 더욱 색정적이었다. ".....제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나는 눈썹을 약간 치켜올리면서 물었다. 그리고는 눈을 가볍게 찡그렸다. 이것이야 말로 아픈것에 대한 수의 표시...!.....일리가 없지. 아픈것 참기 힘들어서 한번 해봤다.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있는 곳은 빛 한점 안 들어오는 어둠속. 보이는 것이라고는 촛불에 비친 약간의 광경뿐. 창문은 없는것 같고, 벽은 돌로 깎아 조잡하다. 바닥은 흙이고 나는 지금 천장에 쇠사슬로 매달려서 채찍의 아픔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촤아아악-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크윽..." 이럴때는 약간 신음을 흘려줘야 더욱 매력적....인게 아니라, 아픈걸 어떡해. ----------------------------------------------- 채찍이 등을 갈긴다. 허어어어어억- 아파- 아파- 아프다고오오오오! 정말로 타는듯이 아프다. ...하지만 수 체면에 이렇게 외칠수는 없는 일. 악바리처럼 입술을 깨물고, "으윽..." 작게 신음을 내뱉자. 하여튼 나는 고생을 사서 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으음...실신했으면 좋겠지만 몸에 빵빵으로 차 있는 내공때문에 기절도 못하고... ..이게 다 스승님 때문이야! 어쨌거나 현무님은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채찍을 휘두른다. 억...? 아악-! 왜 그렇게 높이 쳐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촤아아악- "...아아아악-" 맞은곳을 또 갈겨오는 아픔에 나는 그만 입술을 열어버리고 말았다. 아픈걸 어떡하냐고. 내 손목에 감겨있는 쇠사슬을 끊으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이거 대체 누가 만든거야? 말도안돼! 이렇게 깨는 물건이 어딨어! 여기가 외계인이 사는 나라냐? .....내공을 넣어 쇠사슬을 만드는 나라가 어딨냐고! 젠장! ============ 한참후, 비명지르기도 힘들어져서 널브러지자 현무는 [ 현무님이라고 부르기도 이제는 귀찮다 ] 채찍을 멈추었다. 당신...꽤나 새디스트다? 그렇게 매혹적이고 무심한 얼굴을 하고서..... .....사람을 그렇게 갈길수 있냐! 엉?! ...이라는 외침은 마음속으로만 해 두자. 얼마나 맞았는지 정신이 어질어질 하다. 등은 아마 거북이등처럼 쫙쫙 갈라져 있겠지? 이미 감각이 마비된지 오래이기에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정말 이젠 눈앞이 흐릿하다니까. 흑...내 이쁘장한 등에 흉터가... 라는 한탄은 내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나온 것이다. 신들한테 부탁하면 되지 뭘. ======== 신님들 ================= [.....우리를 꽤나 편리한 도구로 알고 있군.] 그렇게 모든 신들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는 가운데 한 신이 깝죽거린다. [맞잖아? 에프터서비스도 해주고 - 루이스와 카이스를 현생으로 보낸걸 말하는듯 - 다시 살려주고, 어머니 머릿속도 좀 주물러...] [닥쳐라 악신자식! ] 맞을줄 알았다. [우씨, 왜때려요? 나 없으면 뭔 재미로 살려고? 지금 이 수정구슬로 보여주는것도 내 힘이다, 뭐! ] [....] 신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나는 지금 현무한테 안겨서 어디론가 가는 중이다. 복도는 어두운 돌로 되어있고 나무로 사이사이를 지탱해 놓았다. 전체적으로 땅과 가까운 모습이고, 또한 검은 느낌의 현무와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창문의 사이로 흘낏흘낏 대나무가 보이는 것을 봐서 여기가 지하는 아니로군. "읏..." 아프다. 내 등을 현무가 지금 팔로 받히고 있는데, 등의 상처가 스쳐서 아파 죽겠다. 뭘 그리 엄살이냐고? 당해보시게나! 정말 오묘한 곳만 골라서 때리는 저 자식의 머릿속은 이해를 못하겠다. 내가 채찍을 맞으면서 발정하기라도 원하는 거야 뭐야? ".....현무님...." 나는 고개를 약간 들어서 힘없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무뚝뚝하고 검은 눈이 나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원래 너무 눈이 검다 보니 동공이 어딜 향하는지 모르겠군. 좀 무서운데? ".....현무님..." 그의 입술에서 유민혁 선배보다도 더 낮고 차분한 바리톤이 흘러나왔다. "왜 그러나." 저 차분한 음성이 조금 전까지 나를 채찍으로 갈기던 사람의 것이라고 믿을수 있을까. 이런 망상은 잠시 접어두고, 나는 고통으로 입술을 떨었다. [이건 연기할 필요도 없다. 아파 뒤지겠으니까. ] "....이제 제발 그만해 주십시오...." 한거라고는 납치에 채찍질밖에는 없지만 충분히 질렸어! ....강간은 하지 말아달라고. 상호의 동의가 있어야... 쾅-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지만, 현무는 제 생각만 해도 그리 행동할줄은 몰랐다. ...여기도 판타지 세계마냥 독심술의 발달이 있는 것인가? --------------------------------------------------------- 등이 돌로 만들어진 벽에 부딪혀서 아프기 그지없다. 이른바 인간의 등이 구부러진 S 자 모양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 주는 일이다. 정말로. 하지만 그 울퉁불퉁한 면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은... '제, 제기랄.' 뼈가 드러날 정도로 채찍에 맞은 자리가 그 볼록- 한 부분에 닿고 있다는 것이다. 더 끔찍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 면이 안쪽 [살 안쪽] 으로 들어왔다. 나 이제 파상풍 걸려서 죽는거야? [내공도 많은지라 잡병은 안 걸리겠지만, 무림고수라고 안 죽는건 아니니까] 뭘 현실도피를 하거나 현무씨는... '...헉' 나는 황급하게 신음을 참으려다가 그만 혀를 깨물었다. 우우웃- 아파 죽겠어. 채찍으로 맞은 것보다 지금 혀깨문게 더 아픈건 알량한 간사성일려나? 뭘 어쨌거나 현무씨는, 그 무시무시한 눈동자로 나를 째려보는 중이라니... 음음, 실수. 째려보는 거라기 보다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본다고 해야 하나? 길고 풍성한 속눈썹 아래에 자리한 너무나 검어서 동공이 잘 보이지도 않는 눈동자는... ... .....어떻긴 뭘 어때?! 무섭지!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이게 무슨...짓입니까." 가느다랗게 힘이 없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항의하자 그가 입술을 맞부딪혀왔..... ...는게 아니고, "....." 그 입술로 내 코를 슬쩍 간지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뭡니까, 이게! 전전전생 동인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한껏 기분내게 해놨다가 고개를 돌려? 이건 동인계에 대한 우롱.... ......일리가 없지? 나도 참, 과대망상에 걸렸나보군. 현무는 그 무뚝뚝한 얼굴에 걸맞지 않는 귀여운 행동 [그러니까 입술로 코를 애무하는것 같은] 을 하더니, 다시 내 몸을 달랑 안아들고는.... ..... ........... .....뭘 기대 한건가. 난. .....그는 가던길을 마저 갔다. ============================================================= 후에 카르이자 지민이자 성유가 남긴 명언 : 뭐 이런 스토리가 다 있어?!! ============================================================== 그 음침하고 암울한 돌 복도의 [ 아마도 현무암이 아닐런지.. 후후.] 끝에는 검은 강철문이 있었다. 뭐,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저걸 돈으로 바꾸면 얼마일까....였지만, 이내 열린 그 문의 두께를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 다이너 마이트로 폭파해도 안되겠군....' 그건 애초에 문이 아니었다. 문이라고 불릴수도 없었다. 그건 문의 탈을 쓴.... ' 뭐 이런 두께가 다 있어어어어!' .... 그랬다. 그것은 정말로 있을수 없고, 자원의 절약을 위해서라도 있어서는 안될, 높이 5미터, 두께 10 미터 짜리의, 열수도 없는 하나의 쇠복도 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열렸냐고? .......이런 세계에서 자동문의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양 옆으로 벌어져서 벽 안쪽으로 스며들더라. 대체 왜 이런 끔찍하고 돈 낭비되는, 갑부들의 소유물을 만드신 겁니까, 네? 횃불 하나없는 어둔 자동문 복도를 걸어서, 나는 팔각형의 방에 도착했다. ========================= 창문은 없었다. 침대와 탁자는 꼭 여자애의 가구 처럼 나긋나긋했고, 화려했지만, 바닥에 깔린 암울한 검은색의 매끄러운 돌때문에 을씨년스럽게 보일 뿐이었다. 침대에는 붉은색 휘장이 둘러져 있었고, 검은빛의 글씨로 囍 [쌍 희] 라 쓰여져 있는 금색과 붉은색의 비단이불이 있었다. 으음...비싼것이로고....가 아니라! 저 희라는 글씨! 저것을 아시나? ....놀라지 마시라. 위에 쓰여있는 쌍 희 라는 설명을 이해못한 사람도 알수 있도록, 간략히 설명을 해 주겠다. 저것은 중국의 신혼방의 이불과 휘장과 옷에 수 놓고, 벽에 붙이는.... .........그렇다! 결혼식의 글씨인 것이다! 난 그 화려한 비단 이불에 압박당해서 현무에게 안겨 방 중앙에 자리한 탁자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섬세한 조각을 새긴 의자에 앉혀졌으나.... ......'.....등이....' 허리를 못 세우겠어! 등이 너무나 아파! 허어어어어억- 하지만 그는 나를 무시했다. 현무님은 그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붉은 장미목 탁자 위에 놓인 끈으로 묶었다. 그리고는 [깜빡 잊어버렸지만] 벗고 있던 상체를 무명끈으로 감더니, 그 위에 긴 상의를 여미지 않은 채로 걸쳤다. 호오오오오- 잘 빠지셨군요. [어느새 내 눈길은 비단휘장과 이불이 아닌, 그의 늘씬한 몸에 가 있었다] 현무님, 당신은 진정히... ....아름다우시와요! 위험한 남자와 다정한 남자라는 이중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그의 무뚝뚝 하고 서늘하면서도 뭔가 부드러운 분위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는 냉정하게 고통스러운 나를 무시했고, 그리하여.... "......야." 내 본성이 튀어나오도록 만들었다. 현무는 아무런 장식이 없는 촛대에 기름을 붓다가, 나를 돌아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 표정은 분명히... "...음?" 이런 제길. 내 입이 죽일놈이지. "......바, 방이 너무 어두운것 같다고요." 그는 미간을 약간 씰룩거리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눈에 차가운 빛이 어린걸로 보아서.....분명히 화났어! 어떡해 어떡해- 내가 한 말을 들은게... ".....기다려라." 아니구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고개를 돌려 촛대에 불을 붙였다. 등잔에 불이 붙자, 방안이 다소 밝아졌다. ....하지만 정말로 다.소. 다. 전등불처럼 밝은것을 기대하면 곤란하시리라. 그것은 촛불 하나의 밝기니까. 방은 워낙에 작았지만, 어두운 색의 계통 덕분에 더 어두웠다. 나는 입을 굳게 다문 채로 무심한 눈으로 뒤를 돌은 현무를 쳐다보았.... ....으면 안돼지! 수 로서의 품위와 내 지금 버전을 기억해! ".....여기는 어딥니까."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덤으로 입술을 꾹 깨물면서 등 피부가 아픈걸 참으며 허리도 꼿꼿히 세웠다.] " 왜 저를 여기로 데려 온것입니까." 그의 검고 공허한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현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손에 쥐어진 양초를 무감각히 내려다 볼 뿐. 잠시간의 침묵이 이 방을 휩쓸었다. "....도망가봐라." 낮은 바리톤. 무심한 목소리. 서늘하고 날카로운, 하지만 빛이 없는 검은 눈동자.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섹시한 남자. 그는 손에 쥐어진 양초를 잘게 바스라뜨렸다. ----------------------------- ============= 황제의 시점 ================= 등잔불이 바람에 휩쓸리던 무렵, 어둠이 점점 걷히려고 할때의 아주 이른 새벽. 모든 자들이 잠든 시각에, ....자객이 들었다. 모두들 뛰어난 실력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자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작은 단검과 암기류를 사용하고 있었다. 몇몇 암기에는 독까지 발라져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팔이 마비될 정도였다. 그들이 내게 칼을 내리쳤다. 쉽게 막아냈다. 하지만 수가 많은만큼 내가 불리했다. 밖에서 호위군사의 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모두 죽이고 온듯 했다. 사람을 부를수도 없는건가. 나는 그들을 죽였다. 내가 죽을수 있는 만큼, 배려를 해주지 않고 베었다. 잠시 정신이 들었을때, 몇명의 자객이 발 아래서 뒹굴고 있고 나머지 다수의 자객들은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죽음이 가까워져 왔다는 절망. 더이상 그를 볼수 없다는... 성유여... 그때 주작과 청룡이 뛰어들어왔다. 살기를 느낀 것인가. 그들은 모든 자객을 뛰어난 솜씨로 죽여버렸다. 한 사람이 팔백과 싸웠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한사람이 세사람 당하기도 힘들다. 그런 평범한 진리는 여기서는 완전히 무시된 상태. 장기전으로 끌고간 결과, 그들의 암기와 단검이 모두 떨어져서 가까스로 우리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누가 보낸 것인가. 몇명의 자객의 옷을 들추어 보니, 사방신 직속의 부하였다. 옷에 놓인 수는 없어서 어느 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방신 직속의 부하이고 내가 몇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주작과 청룡은 아니다. 만약에 범인이라면 살려줄 이유가 없으니까. 또한 백호 역시도.... ....그는 내 집무실에서 그때 서류를 챙기고 있었으니까. 물론 공범일 가능성도 배재할수는 없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약간이라도 살기를 내가 못 느낄리가 없다. 그렇지만.....현무는? 그때 그는 성유의 옆에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자, 내가 보고 싶어하는자. 끈끈한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내가 매혹당한... 성유. 그와 함께 있었다. 은성유를 제외 하면 그 침실 안에는 현무밖에 없었다는 소리. 따라서 당연한 법칙으로 현무가..... 현무 역시도 아니라 하고 싶지만, 그와 성유가 사라졌다. 다른 자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납치 되었을 수도 있지만, 무림 최강자인 만큼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었다. 아니, 전력을 쓴다 하더라도 그를 상처하나 낼수 있었을 것인가. 나보다 더 실력이 좋던 그, 하지만 마교의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그. 평소에 가장 충성스럽던 현무가, 그를 데리고 가 버린것인가. 또한 가장 뛰어난 부하이던 현무가, 언제나 묵묵하던 그가.... 견디지 못한다. 죽여버리겠다. 나에게 암살을 시도한것, 내가 이름을 내려준 아이를 데려가 버린것, ....모두 그에게... 배신자에게 보복해 주고 말리라. 현무를.....죽여버리겠다. .....어디에, 어디에 있는건가....성유여.... ============ 성유의 시점 ====================== 그의 손에서 양초가 쉽게 바스라졌다. 허어어억! 저것이 인간의 악력..? 이라고 하고 싶지만 인간을 벗어난 놈들이니 말을 말자. 솔찍히 양초 쯤은 조금만 아귀힘이 쎈 사람도 부셔뜨릴수 있다. 근데 지금 뭘 하자는 거야? 나를 저렇게 부셔버리겠다고?! 나는 그를 서늘하게 노려봤다. "......."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촛불의 일렁임이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뿐이었다. 아름답다. 촛불 때문인가. 입술이 너무나 붉어보인다. 눈초리는 날카롭게 올라가 있지만, 그것 조차도 매혹적이다. 서늘한 미남자. 아름다운 사람, 위험한 남자. 저 무심한 눈으로 죽여버린 사람이 대체 몇일...... 같은 진지한 상상따위 집어치우고! 위에 주저리를 간략하게 줄여서 ' 저놈은 무지 멋지다' 로 표현하자. 입술이 붉고 머리칼이 칠흙같고.... 하는 잡소리는 집어치우자. 정말로. "..... 당신에게서 빠져나가겠습니다." 자고로 내 모드는 우아함. 하지만 그러면서도 도도함. 나는 흔히 도도수가 하는 것처럼 냉정하게 침묵을 잘랐다. 오오오- 역시 나는 연기자로 되어서 청룡대상을 타..... ..... ......잠시 정신이 나갔다. 이런 제길- 요즘들어서 나 왜 자꾸 이러는 거지? 현무는 자신의 입 주위를 길고 남자다운 손가락으로 훑었다. 그리고는.... 콰앙- ================== 허- 허억-~!!! 숨을 못쉬겠어! 저 위에서 쾅- 하는 소리를 기억 못하시는 분은 없겠지? 저것은 내 등이 침대 기둥에 장렬하게 부딪히는 소리다. 또한 나는 그대로 침대 위에 널브러졌고 그리하여.... "....큭...." 나는 내 목을 조르고 있는 현무의 억센 손아귀를 손으로 잡았다. 정말로 슬프게도, 그 악력은 내 힘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었다. 나, 나를 정말로 죽이려는 셈이십니까아아아~! 제기랄, 내 이럴줄 알았어. 위에서 방정을 떨어댄 내 입이 [ 실제로는 한마디밖에 하지 않았지만 ] 사고를 칠 줄 알았다고! 나 여기서 뼈를 묻는거야. 어머니 아버지, 정말로 죄송해요. 하느님한테도 정말 미안하구요. 그러니까 하느님, 빌어먹을 신님들! 이자식의 무서운 눈깔을 좀 치워주세요! 내 가슴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는 이의 표정이, 무표정인게 더 무섭다. "...컥.." 아무런 표정 없는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춘다. 으음....역시 섹시한.....이 아니잖아! 흠흠, 주제에서 빗나갔군. 어쨌거나 미남박명이라더니... 나 여기서 정말로 죽는것은? 목뼈에서 우두둑 하는 장렬한 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대로 추욱 늘어져 버렸다. ------------------------------------------------- 목뼈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와 동시에, 내가 정신을 까무룩히 잃었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나는 죽었다. 붉은 어둠이 내 몸 주위를 감싸고 있었고, 환생이야기 무림편은 이것으로 막을 내렸...... .................. 으면 이게 무슨 이야기야! 정말 놀랍게도, 신의 축복을 받은 [ 또한 저주같은 불운을 받은 ] 이 몸뚱아리는 꿋꿋히 살아남았던 것이다. 황당하지. 정말로 황당하고말고. 신님들, 이른바 신 아찌들 [ 아저씨들 ] 그리고 신 오라버니들이 [ 신 할배라는 표현대신 아부성 호칭을 사용했다 ] 나를 어여삐 여겨주셨는지, 아님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생명력인지, 아니면 모든 동인녀들의 강철같은 생명줄인지는 모르겠지만 , [ 아마도 1번 발언일 확률이 상당히 높지만 ] 나는 자랑스러운 생명을 이어갈수 있게되었고 하렘의 꿈을 이룰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고마워요, 오라버니들♥.....이 아니라, 참, 나 남자였지. ......그럼 형님들♥ .....뭔가 더 이상하군. 에잇, 뭐 어쨌거나 나는 살아났다. 우두둑은 뭐였냐고? 후후후....그것은 바로 자랑스러운.... ================== 신님들의 시점 ========================= [ 요즘들어 성유가 효도하니 기분이 좋소이다 ] 흐리멍텅한 형체 하나가 아저씨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마도 효도라는 것은 생명에 대한 아부성 발언을 말하는듯 싶다. 그러자 옆에서 깝죽깝죽 거리는 모양의 형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 신으로서 한게 뭐가 있다고 효도 받을 생각을 해? 방금 성유 살려준것도 난데! ] 딱- [우씨, 왜 나만보면 때려?] [좀 그만좀 까불거려라. 악신녀석아. 네놈이 한거라고는 우리의 허락도 없이 성유를 무림으로 옮긴 짓이잖아! ] [쳇.] 악신은 입을 다물었다. 오래전 [ 수백년전 ?] 에 굴러갔던 양심이 총알택배로 조금은 되돌아 왔는지, 그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악신의 자존심 [ 아니면 건방짐 ? ] 이 그대로 주저 앉을수는 없는 법. 그는 빈정거렸다. [헹- 지랄하고 자빠졌네. 엉덩이에 살만 피둥거리는 할배들이 뭘 안다고? 나보다 성유마음 더 잘 아는 신 있어? ] 건방지기 그지없는 표현에 신들이 분노한듯 웅웅거렸다. 하지만 개 중에는 자신의 주제를 아는지 뜨끔뜨끔한 표정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구석에 박혀있는 신들도 몇명 있었다. 아마도 위에 말 '엉덩이에 살만 피둥피둥 찐' 에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들일 것이다. 악신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입을 다시 열었다. [ 내가 성유 어무이도 저렇게 착하게 만들어 놨는데 뭐가 어째? 내가 인간이기만 했어....] [떽-! 성유 인생 망치려고 인간이 되려 하느냐!] [인간 기본 개념을 말아먹을 일이 있나!] [네놈이 인간되어서 카르랑 사귀는건 우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상당히 격렬한 반응이라 할수 있다. 악신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 성유의 시점이랍니다 ===================== 위에서 우두둑의 정체를 알려준다고 했었지??? 그것은 바로.... 질식사 복상사에 이은..... ......위대한 목 삠이다! 꽤나 쪽팔리는 병명이 아닐수 없다. 어쨌거나 나는 삶의 끝을 꼭 잡았고, 그 덕에 이 방에 가두어 져서 쉬고 있는 중이다. ...... 결합을 나타내는 희 [囍] 가 수놓아진 비단이불 위에서. 현무씨가 어디 갔냐고? 몰라. 그놈의 살인자. [정이 뚝 떨어진듯] 감히 이 미모의 소유자를 죽이려 들어? [이제는 나르시즘까지] .....저 괄호안의 글씨는 뭐냐! 정체를 밝혀! ....흠흠. 추태였군. 어쨌거나 나는 잘 살아있다. 목이 장렬하게 뼈 버리는 바람에 돌리지도 못하지만. 후후후....저번에 꼬릿말에 죽었냐고 물은 사람들 있었지? 목뼈 뿌러지면 죽는다는 사람도 있었고. 근데 나는....... 내 목뼈가 부러졌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했다! 목을 정말로 잘못 돌리면 우우둑 하는것과 같은 이치! 나는 이불속에서 바르작 거리며 행복을 느꼈다. 아아, 비단이불. 화산 어쩌고 하는 학원에서 있을땐 꿈도 못꾼 이불인데. 최고급 실크라니, 우후후후. .....어쨌거나 일어나야 할 필요성 [ 현무를 눈꼽낀 얼굴로 맞을수 없다는 ] 을 느낀 나는, 일어나서 양동이 안에 있는 물을 대야에 펐다. 대야는 그냥 놋쇠대야라고. 금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금일리가 있냐? "휴우...." 긴 머리카락을 틀어올린후 물에 비친 내 모습을 내려다 보다가 나는.... ============== 신님들의 시점 ================== [ 참, 마음에 들어 하려나? 다시 부활한 선물.] [ 실제로 아까 죽기는 죽었었잖아. 내가 살려놔서 그렇지. 우두둑은 목을 삔거로 위장했다구.] 할배 한명과 악신이 농을 주고받았다. 그들이 성유에게 준 선물을 보면서, 모든 신들은 흐뭇해 했다. 그 선물은 과연 무엇.... ================== 성유의 시점 ========================== 이건 오바다. 이건 말도 안됀다. 이것은.... "으읏...." 아아아아아악-! 신님들! 정말 고마워요! 참고로 덧붙인다. 나는 눈이 먼 뒤로, 거울을 보지 못했다. 또한 눈이 다시 보이게 된 뒤로도 거울을 보지 못한것은 물론이었다. 이 방에는 거울따위는 없으니까. ......그리고 고문실에 거울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가? 자. 여기서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 얼굴은....변해있었다. 전의 얼굴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건 정말로 엄청난.... ....예상 했던 분들도 있겠지만, 이건 엄청난 미모였던 것이다! 저번에는 초초초초초초초 미모 였다면, 이번에는 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같은 느낌? 군계일학! 이거는 이 성어가 딱 들어맞는 미모였다. 또한 경국지색. 이른바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로의 미모. 고마워요 신님들! 어쨌거나 잘 쓸게......[ 하렘건설을 위해서-라는 뒷말은 슬쩍 흐린다 ] =============== 현무의 시점 ==================== 건방진 내용의 말. 우아한 말투. 도도한 그 입술에 어린 우아함이 그는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사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움과, 사내밖에 가질수 없는 강함을 가진 이. 그는 그렇게 나를 끌어당겼다. 은 성 유... ......그의 이름을 내가 붙여주었더라면.... 나는 그가 황제를 알현하러 왔을때 그를 처음 보았다. 아름다웠다. 남색의 신비로운 머리카락. 크고 둥근 눈망울. 하지만 뭔가 매혹적이고 대담한 느낌을 주는 얼굴이었다. 붉디 붉은 입술이 그런 느낌을 더욱 살려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까지는 그의 매혹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가 부채를 들고 춤과 비슷한 무예를 선보였을 때도. .....내가 그에게 빠르게 유혹당한 것은 물고문 때였다. 물에 젖은 부드러운 피부. 너무나 창백한 피부. 꼭 다문 입술. 입술은 너무나 꽉 다물어져 결코 열리지 않을것 같았다. 눈은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지만, 중간중간에는 황제의 얼굴을 서늘하게 쏘아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건방지고, 도도한 남자... 소년같으면서도, 청년같은.... 애매한 분위기. 황제의 말이 떨어질때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린 눈썹은 파르르 떨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황제에 대한 내 증오는, 그때부터 더욱 깊어졌는지도 모른다. 그가 황제에 대한 충성을, 그 도도함을, 그 강함을 내가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그것은 내 마음속의 깊은 짐승같은 불꽃이었다. -------------------------------------- 무, 문 밖에서 뭔가 소리가 들린다. 뭐지.....라고 묻지 말자. 여기에 올 사람은 그놈 뿐이니까! 나는 세숫대야에 담긴 물을 잽싸게 버린뒤 침대에 누웠다. 이것이야말로 연기의 진수-! .....라는 표정으로 멋지게 웃어보인뒤 눈을 꼭 감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현무씨, 확실하게 꼬셔드리지요. ================= 현무의 시점 ====================== 힘들다. 지친다. 황제는 살아있었다. 애초에 죽지 않을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또한 그로 인해 내가 성유를 뺏은것을 알게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무본관으로 군사를 보낼 줄이야. 나는 비틀거리며 돌벽을 손으로 짚었다. 피가 흠씬 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난 문을 열어, 성유가 자리한 방으로 들어갔다. 검고 어두운 방. 방 한가운대에 켜진 촛불. 그것의 밝기로도 밝혀지지 않는 어두운.... 나 만큼이나 깊은 어둠으로 덮인 방. 그 곳에 그가 있었다. 나는 다가갔다. 그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 부드러운 남색빛의 머리카락이 붉은 비단에 흩어져 묘한 부조화를 이루었다. 가느다란 턱 밑의 길고 가는 목.. 너무나 가늘어서 한손으로도 부러뜨릴수 있을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무의식 적인 충동에, 나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마음에 화가 나서... 그의 목을 졸랐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가... 목에 나 있는 붉은 손자국이 애처롭다. 그 붉은 빛의 멍은, 흰 목에 색스러움을 더해 주었다. 욕망이 치솟는게 느껴진다... 나는 그의 뺨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대었다. 부드러운.... 물기가 묻어나는 뺨. 설마..... .....운 건가. 정신을 잃고서도....운 건가.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내가 싫은가. ' 당신에게서 도망가 보이겠습니다. ' 아직까지도 그 목소리가 가슴에 메아리 치고 있는데. 황제여, 당신께 충성하는 이가, 당신이 사랑하는 이가 여기에 있다. 또한 나 역시도 그이를 사랑한다. 내가 너에대한 증오가 그를 너의 손에서 가로챘다. 와라, 황제여. 내 손으로 죽여주마. 흑도의, 백도에 대한 증오가 너를 태울것이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그 가녀린 새를... 작고 부드러운 그 몸뚱아리를... 내가 부셔뜨리기 전에 빼앗아라... 아니면 난.... ============ 성유의 시점 ============== .......내가 슬쩍 눈을 떴을때, 현무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허어어억- 숨이 막힌다. 아니, 이 짐승은 왜 여기서 자는거야? .....인간이 아닌거 아니었어? 잠은 자는구나. 나는 저놈이 최종병기-!.....나, 철인이 되는줄 알았는데. 뭘 어쨌거나 짙은 검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호오오오.....저의 손길을 바라시는겁.... .....닥치자. 여기서 내 모드는 노골적으로 유혹이 아니잖아? 앗- 내가 지금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군. 침대에서 자는척 하던거 관두고 일어나 보니, 현무 저 자식이... .....슬금슬금 기어들어와서 내 옆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괜히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게 아니라는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화, 황당하네. 어쨌거나 나는 연기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내 본능을 따라, 그의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 보았다. 고수쯤 되면 내 시선에도 눈 뜨겠지. .....아니면 사방신이라 불리는 자격이 없는거고. 그 어두워 보이는 조각같은 얼굴이 촛불의 그림자를 맞아 매혹적으로 일렁거렸다. 위험한 매력. 단정한 이목구비에 서늘한 눈매가 인상적이다. 루이스 씨와도 닮은것 같지만 그는 눈매가 서늘하면서도 부드럽다고! 이놈처럼 무뚝뚝 하고 냉철해 보이는게 아니라. 아참, 그러고 보니 루이스씨를 보고 싶네? 뭐, 언젠가는 볼수 있겠지. 후후... .......망상은 집어치우고, 이놈 왜 눈 안뜨는겁니까! 나는 몸을 일으켰다. "......" 그러자 내 움직임때문에,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속담처럼, 현무님이 눈을 떴다. 방금전까지 잠을 잔 거라고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냉정한 눈동자. 정말 오싹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저런 사내는 위험해.. ' 하지만 위험한 놈한테 끌리는게 세상의 당연한 이치! ' 나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겉으로야 못 웃지만, 속으로는 수백 수천번 못 웃을까. 나는 서늘하게 그를 노려보았다. 여, 연기의 일부니까 오해말도록! 나는 저놈을 싫어하는게 아니야! 오히려.....우후후후. "....." 현무가 몸을 일으켰다. 상체는 벗고 있었는데, 그 섹시하고 잘 단련된 복부에는 새로 생긴듯한 상.... .......상처가?? "......뭐죠." 나는 당황한듯 눈꼬리를 가늘게 떨며 말을 내뱉었다. 이인간아! 복부가 완전히 그어져서 피가 줄줄줄 새고 있는데 침대에 눕냐?! 그리고 어디서 상처를 얻어온거야! "....." 그가 미간을 미미하게 찌푸리고는 탁자로 향했다. 그리고 무뚝뚝하고 암울한 눈동자로 자신의 몸을 훑었다. 엑스자로 교차된 상처. 정말 꽤나 아파보인다. ".......대체 누가...." 현무는 내 말을 매혹적인 바리톤으로 잘랐다. "알 필요 없다." 낮고 남자다운 음성. 침착함. 그래서 내가 저 남자에게 끌리는 거야. 시시한 미남따위는 재미없잖아? ----------------------------------------------------- 엑스자로 교차된 상처를 나는 눈으로 서늘하게 응시하다가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도도, 도발을 듬뿍 섞어서, 우아한 어조로. "......후... 물론 제가 알 필요도 없는 일이겠지요." 현무의 무덤덤한 눈이 살짝 가늘어진다. 섹시한 눈매좀 보라구! 우아아아- 저정도면 정말 미남의 극치...! ......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남아있는 루이스 패거리들도 엄청난 미의 덩어리니 말하지 말자. 신이 시간을 멈추어 놓았다니까, 즐기고 가도 되는 거겠지? 후후후. 그렇게 생각 하지 않나? 동지들? 무표정한 현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가 나는 점점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허어어억- 붕대에 .....피가 철철철... 붕대가 필요 없잖아? 피를 멈추려고 해 놓은 붕댄데 피가 멈추지도 않는걸 붕대를 왜해? 그건 그렇고 하얀 천이 다 붉을 정도가 되다니! 대단한 놈이로군. 나는 현무 가까히로 우아하게 [한껏 신경써서] 걸어갔다. 그리고는 무뚝뚝한 현무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쳇, 키도 참 크군. 나는 170도 안되는 숏- 인데 말이야. 숏다리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다리는 길어! 다만 아담싸이즈 일뿐.... 뭐 어쨌거나 키가 180 을 훌쩍 넘어서 190 을 바라보고 있는것 같은 현무씨는 나랑 거의 30센티 정도가 차이났다. 으음..... 30센티라면 너무 심하고....한 20정도? 그래도 큰것은 불변의 법칙! 나는 손으로 그의 복부를 슬쩍 쓸었다. 큰 상처여서 내가 쓸어내린 것으로도 무척이나 아팠을텐데, 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빛이 없이 모든것에 무관심한 눈동자만이 나를 내려다 볼 뿐. 이거....자존심 상하잖아? 나는 입술을 한번 깨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때에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꽤 피가 납니다만..." 현무가 핏기를 잃은 입술을 열었다. 아니, 저 괴물의 입술이 창백해질 정도면 얼마나 피를 흘린거야? " 참견마라." 차갑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냉정한 말투. 마치 나와 현무 사이에 선을 그어놓는 느낌이다. 나를 무시하는 느낌이랄까. 아니면....내가 장난감이어서? 우후, 현무씨. 누가 누구의 장난감인지 착각하고 계시군요? .....어쨌거나 지금 그 사실을 까발릴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슬쩍 웃었다. " 그렇다면 출혈과다로 죽어도 제 탓은 아니겠군요. .....유..." 성격 나왔어. 실수로 유서는 써 놓고 죽으라는 말을 할뻔했어. ....내가 이렇게 성격나쁜 인간이었던가? 인간을 뛰어넘은 놈인 현무가 내 말을 들은듯 눈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 컥- 무서운놈. 그는 손을 들어서.... ============== 신들의 시점 ====================== [ 루이스 패거리는 잘 처리 했는가? ] 엄숙한 한 신이 입을 떼었다. 그러자 매일 맞는 역할만 하는 까불이 악신이 키득거린다. [물론이지♥ 할아범♥ 내가 성유♥ 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일을 그르치겠어? 성유가 현재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죽지 않는 한 시간이 흐르지 않도록 해 놨다구♥] [ ....하트좀 집어치우게나.] [그럼 성유가 실수로 죽으면 어떡하는 겐가? 하렘건설을 달성하기도 전에?] [그거야...♥] 악신이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볼에 콕 누르며 애교를 부린다. 컥.... 눈버렸다. [ ......집어치우게나!] [ 안과를 가 봐야겠군! ] [ 안약있는 신! 누구 패스해줘! ] 반응이 상당히 불쾌했는지 악신은 혀까지 날름거리다가 인상을 썼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원위치로 돌려논뒤에 허리에 손을 턱 얹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 그거야.....내가 이쁜 성유자식을 불사신으로 만들어 놨으니까! 음하하하! ] 동시에 신들이 비틀 하는 소리가 들린다. [ 뭐, 뭣이라?] [.....뇌가 죽은 놈...] 급기야는 더 심한 소리가 한 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무뇌충.]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수 없다. [컥!] 악신이 비틀한다. 그러다가 다시 꼿꼿하게 서서 그 무뇌충이라 말한 신의 우두머리를 째려봤다. [ 내가 왜 아메바야?] .....무뇌충이라 했는데. [ 솔찍히 네놈에 비하면 아메바나 무뇌충이 아깝다, 이자식아.] 흐리멍텅한 신이 [ 눈코입도 구별 안되는 신이 ] 눈살을 찌푸린다는게 말도 안되는것 같지만, 그런 느낌으로 우두머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악신이 시퍼렇게 불이 밝힌 눈으로 우두머리를 노려본다. [ 아니야! 나는 태양충이란 말이야! ] [ .....너는 바보냐? 그것도 단세포 동물이다! 멍청한놈.] 신의 우두머리가 고개를 다시 젓는다. [ 아니다, 멍청하다거나 바보같다는 말도 너에 비하면 아깝다.] 악신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 근데 내가 왜 바본데? ] [ 그거야 네가 단세포 동물도 모르...! ......그만하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 우두머리신의 말에 뒤에서 신들이 옳소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네가 성유를 불사신으로 만들었다고 했지? ] 그는 무시무시하게 노려봤다. 그러자 악신은 찔끔해서 외쳤다. [ 응! 아까 성유가 세수할때 물을 불사약으로 바꿔놨거든! ] 뒤에서 서 있던 신들중 하나가 목덜미를 부여잡고 ' 아! 혈압이! ' 하며 쓰러지는 모습이 보인다. 우두머리가 섬뜩하게 말했다. [ ......그러면 루이스 패거리는..... 영원히 멈추어 있으라는 말이냐...? ] [......헉. ] 역시 무뇌충에 단세포 동물에 바보에 멍청이에 무생물임이 틀림없다. 악신은 삐질 한 표정을 짓고는 자신의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하하하 웃었다. [내, 내가 잘못 생각했나보네. 아하하하!] 그러면서도 다리는 열심히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 우두머리는 외쳤다. [ 네 이놈! ] .....참으로 정겨운 신의 세계가 아닌가? ============ 성유의 시점 ========================= 그는 손을 들어서...... 우아아앗! 뭐하는 짓입니까! 남의 허락도 안 받고서! 내 그곳을 콱 쥐었던 것이다. ...... ...... 이상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그곳이 어디냐고? 그곳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곳이 아니라.... .....그래. 그곳은 바로 내 코였던 것이다! 허어어억! 이자식! 뭔짓이냐! 그는 내 코를 쥐고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런데 그런 귀여운짓을 하면서, 어째서 무표정인 것이야~! 온몸에 닭살이 파바바박 돋는 짓이 아닐수 없다. 무표정한, 그것도 몸에 상처까지 입은 근육질의 미남이 집게손가락과 중지를 구부려 남의 코를 잡고 흔든다? 그것도 리듬에 맞추어? 이런.... 이런.... ..... ......이런 빌어먹을 이야기가 어딨어! --------------------------------------------------------- 내 코를 놔줘어어어어~! 아니면 적어도 그런 무표정을 유지하지 마! 대체 왜 그런대? 수, 숨막히다고요! 내 표정을 숨기고 싶은 생각따윈 없다구! 망할! 현무는 무뚝뚝한 얼굴로 잠시 내 코를 더 세게 쥐고 흔들다가, [이제는 머리가 어지럽다] 손을 놓았다. 나는 한참동안 흔들린 덕에 휘청거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헤엑- 헤엑... 눈앞이 노랗잖아. 가까스로 적혈구에 전달된 산소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 ......으면 그게 사람이냐? 어쨌던간에, 하얗게 질린 내 모습을 무시한 채로 그는 고개를 돌렸다. 무, 무시하지 마! 얼굴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 주제에!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거냐구! 이것이야말로 역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가장 획기적인 이유! 우우우욱... 하지만 이럴때에도 내 본분을 잊지 말아야지? ".....무, 무슨 짓입니까." 그가 고개를 돌려서 무덤덤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음?" 음은 무슨 음 이야! 그게 감상이냐! 그게 전부야? 정말 이 스토리 왜 이래!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항상 무덤덤한 포커페이스 처럼 보이는 그 얼굴이 슬쩍 찡그려지니 재밌.... .....을리가 없지? 저정도 표현은 평상시에도 많이 했잖아. 뭐가 어찌되었던간에 노려보자. 자고로 내 모드는 도도수겸 유혹수 겸 우아 였지만 지금은 도발을 내보여도 좋을듯! 자고로 남자들은 정복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생물중에 하나니까. 후.후.후. 눈썹을 내리깐채로 노려보자 그가 손을 들었다. ...때, 때리려고? 아니었다. 역시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미남인지 모르는 현무씨가, 또다시 강렬히 역주행하는 행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쓰윽. 오소소소. 그가 내 볼을 쓸어내리자 소름이 돋는다. 이, 이젠 뭔짓을 하려고? "....얼굴이...." 달라졌다고? ".....변했군." 역시나! 그는 낮고 억양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럴때는 약간의 '앙탈모드' 를 섞어야. 자아, 냉정한 목소리! 흠, 흠! ".....변했다니요? 그것보다 손좀 치워주시겠습니까? 현무님?" 그리고 다시한번 강한 어조로. ".....저는 당신따위는 정말 싫으니까요." ============= 신들의 시점 ============================= [ 어머나♥ 현무가 싫데- .....역시 당신은 나를 좋아하는....] 퍽- [컥! 뭔짓입니까! 맘대로 상상도 못해요?] [응. 못한다.] 악신의 헛소리에 당장 재떨이가 하늘을 갈랐고, 그 재떨이를 던진 주인공인 신은 시퍼런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 대체 너는 왜 그렇게 불순하냐? 그냥 보고 즐기는 걸로 만족하면 덧나냐? 엉? ] [응! 덧나요!] 뒤에서 듣던 우두머리 신이 툴툴거렸다. [쳇, 색마자식.] 참으로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을 찾아낸 것이다. [ 저런- 색마의 코딱지 같은 자식. ] 악신의 입에서 침이 강렬하게 튀긴다. 그리고 삿대질. [뭐- 뭐- 뭐- 뭣? 코, 코딱지? 야! 당장 이리와! ] 그러자 그 말을 했던 한 신이 일어나서 당장 팔을 걷어붙인다. [응, 간다. 버릇없는 코털자식.] .....이래서야 언제 이 유치한 싸움이 끝나련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우두머리 신은 한숨을 내쉬며 턱을 받쳤다. =============== 현무의 시점 ======================= 얼굴이 변했다. 청아하다. 아니면 단지 나의 환각인가. 저번에는 꼭 모란같았다. 아니면 푸른 붓꽃. 색스러움이 가득한, 청순한것 조차도 섹시하다고 느껴질 만큼. 하지만 이번의 느낌은..... ".......변했다니요? 그것보다 손좀 치워주시겠습니까? 현무님?" 그래, 마치.... ".....저는 당신따위는 정말 싫으니까요." .....나를 자극하는 투명한 난초같아.... 청아하고 우아하지만, 동시에 소름끼치게 매혹적인. 지금은 이중적인 매력이 있다. 나를 벗어나려 하는 새. 내가 얼마든지 부숴뜨릴수 있는 새. 내가 그의 날개를 부러뜨리면... 도망은 못 가겠지? ' 나에게서 달아나 봐라.....' 그는 나의 손아귀에 있는데. 마음껏 도망쳐라. 황제한테는 갈 수 없을테니. 나는 지금 당장 너를... 그의 입술이 작게 달싹인다. 마치.... ' 당신은 저를 파멸시킬수 없을 겁니다 ' .....지독하게도 온몸을 자극시킨다. ============ 성유의 시점 ======================== 왜, 왜 그러세요? 갑자기 시종일관 무심하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하지만 시리도록 푸른 빛이라는 것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무, 무서워! 하지만 내 의지를 거역한 동인정신은 제 멋대로 나불거렸다. " 당신은 저를 파멸시킬수 없을 겁니다." ........나를 죽일 셈이냐? 망할! 내 운명은 여기서 접어야 할지도! .....나는 나를 차갑게 노려보는 현무의 눈길을 받으며 소리없이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비, 빌어먹을. ================== 황제의 시점 ==================== 어디에 있지? 그는 어디에 있는거지? 나와, 당장 나와! 나는 배반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내 것을 가져간 자도 용서하지 않아. 당장 나와라, 배신자여. 마교의 마물이여. 나는 네가 누군지....... .......적어도 네가 인간은 아니라는걸 알고 있으니까. ============== 주작의 시점 ============== 현무였다. 현무가, 내가 고이 보관하고 있던 성유를 들고 튀었다. 망할자식. 이 개자식. 가, 감히 내가 쥐면 꺼질까 불면 날까 애지중지한 성유를...가지고 튀었겠다?! 아니, 그것보다 침대위에 남아있던 그 격렬한 흔적은.... 차마 황제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너, 진짜! 죽어볼래? 당장 나오지 못할까! 썩을놈아! ============= 청룡의 시점 ================= 나는 웃지 않는다. 나는 웃지 않는다. 나는 그가 있을때만 웃고, 그가 없으면 입을 다문다. 그러다 그가 사라졌다. 침대위에 현무와 엉켰던 흔적만 남기고서. 현무가 데려간 것이다. 황제에게 자객을 보내고. 나는 너를 아꼈다, 현무여. 나의 동지여. 한때는 전우라고 부를수도 있을 사이였는데, 너는 우리를 배신했다. 물론 나는 네가 우리를 초월한 존재라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너는 한낱 짐승에 지나지 않지. 그런 네가 우리를 배반했다. .......설마 너까지 그를 ..... ============== 백호의 시점 =============== 마교의 수하. 흑월의 수하. 그래도 나는 너를 믿어. 아무런 감정없는, 돌같은 심장을 가지고 있는 너라도, .......내가 처음으로 귀엽다고 느낀 존재. 우리 모두가 처음으로 반해버린 존재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곧 너를 죽이러 갈게. 황제와 같이. ----------------------------------------------- 그는 내게로 다가와서.... 허어어억!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코를 안 잡았.....다는게 문제가 아니고! "......." 무거워! 일어나 이 자식아! 그랬다. 이놈은 인간 [ 아니면 살아있는 생물체? ] 이였던 것이다. 저번저번에 놈의 배에서 피가 줄줄줄 흘러나왔다고 이야기 했었지? 그 결과가 이런식으로 반영된 것이다. .......빈. 혈. ".......으으으으윽-" 무겁다. 내 위로 풀썩 쓰러지고 만 현무녀석을 받치는데.... .....내 내공이 전부 사용되고 있다고!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엉? 사부님 왈 : ".....자네의 내공은 힘에 치우친게 아니라 기술에 치우쳐 있다네. 크케케케케...." 성유 : ......' 뭔가 이상한 소리가...? ' 뭐 어쨌거나 나는 내 위로 덮쳐버린 현무를 간신히 들고 침대까지 간... ......것이면 환생이야기는 불운이야기라고 불리지도 않는다고! 불운! 운이 없음! 여기까지 이야기 하면 알겠지. 현무는 내 위로 쓰러졌고, 나는 간신히 들고 있다가 내공이 딸리는 바람에.... ".....엉덩이가 좀 아프군...." 뒤로 자빠졌던 것이다. 좀이 아니라 매우 아프다. 흑. 어쨌거나 동인 정신은 투철하게 발휘되어서 힘으로 모였다. 이른바 빨간 책에서 흔히 나오는 [ 수는 공의 다친 몸을 살풋이 안아들고 눈물을 떨구며 치료했다 ] .....라는 닭살스럽지만 감동적인 장면. 그 연출을 위해서 고고....? ============= 현무의 시점 =================== 눈앞이 까마득 하다. 자꾸만 내가 죽인 나의 사부가 생각난다. 사부를 아버지로 알고 따랐었는데..... 그를 모셨었는데. 내가 그의 손에서 창조된 그것....임을 안 동시에, 나는 그를 죽였다.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나는 ' 그것 ' 이다. 나는 그의 손에서 창조되었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감정을 가지지 않았고, 잔인하다. 냉정함, 그것만이 나의 성격이다. 파멸만이 나의 .... 나의 본능이다. ================ 황제의 시점 ================== 나는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성유의 모습은 아무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황제 직속 병사들을 풀어서 제국 모든 곳을 뒤져보았지만, 현무가 지나갔다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다. 현무는. 주작의 속성은 불, 청룡의 속성은 물, 백호의 속성은 바람, 현무의 속성은 땅이라 하지 않는가. 땅에서는 그에게 비할자가 아무도 없다. 같은 사방신이나, 나 까지도. 현무는 암흑이다. 그는 어둠이며, 또한 아무것도 아닌 무 [無] 이다. 그런 그가, 성유를 가져갔다. 내 면전에서, 내 품안에서. 그는 내가 먼저 발견한 아이야, 내가 먼저 발견한 거라구. 내가 그에게 성유라는 이름을 주고, 그에게 무공을 배우도록 했어. 그는 내 것이다. 풀숲을 걸을때마다 발이 아팠다. 왕궁 주위의 숲, 그 어두운 숲속에 그들이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황제, 저쪽에 뭐가 있다." 주작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런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 건방진 말투좀 쓰지 마! 진짜! 어쨌거나 나는 그가 가리키는 쪽을 향해서 쳐다보았다. 검은색... 검은색....돌 무덤...? ================== 성유의 시점 ======================= 나는 간신히 빠져나와서, 그의 몸을 감상했다. 늘씬한 근육질 미남. 단정한 얼굴. 우후후후...... 잘 빠진놈. 어쨌거나 지금은 잘빠지고 잘찌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치료가 중요하지, 참. 나는 대야에 물을 받았다. 상처를 물로 씻기니 움찔거린다. 큭......나도 새디스튼가..? 하여튼간에 움찔거리면서 미간에 주름잡는게 웃겨서, 나는 고의적으로 상처부위를 세게 쓸었다. "....으읏...." 오호라, 이젠 신음이로구나. 무의식의 세계로 빠지니, 통제가 안돼지? 어쨌던간에 창백한 얼굴꼴을 보니 빨리 치료를 해야 겠군. 그런데 천이.....없는데 뭘로 치료하란 말이냐! 그때 문뜩 떠오르는 18금 책의 한 장면. [ ' 어라 ....붕대가....없는데...' ] 이건 나랑 상황이 비슷하군. [ ' 어쩔수 없군. 내 옷이라도 뜯어야....' 부욱- ] .....정답이다. 나는 내 옷을 찢어서 그의 허리에 감았다. 그리고는 고의적으로 꽉 묶었다. "....으으으으...." ......신음이 좀더 거칠어 졌구만? 그것도 잠시, 현무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 해졌.......무서운놈. 기절한 상태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은 보이기 싫다는 건가? 하여튼 다 치료해주고 있는힘 없는힘 다 써서 침대위에 내동댕이 쳐 놓고 나니... "헉....헉..." 힘들어! 우씨, 인간의 무게가 아니구만? 아니면 내 팔이 너무나 허약한 걸지도.... 하지만 근육질 수는 싫단말이다! 그때, 내 머릿속에 스치는 한 생각. - 도망가자. 도망가면 파멸시켜 준 댔지? 나는 당신을 꼬시기 위해서 도망가 보이겠다! 우.후.후.후. -------------------------------------------------------- 나는 창문을 뛰어넘어서, 그 검은 벽돌집 [?] 을 벗어났다. 우, 운동부족으로 숨이 차지만 어쩔수 없군! 커어어억! 발 뒤꿈치가 왜 이리 아픈가 했더니 풀에 베여서 피가 철철철... ....일리가 없지? 내 말에서 이상한 것을 느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뭔가 하면, ...... ' 이 방에는 창문이 없다 ' 그리하여 내 도망은 잠시 보류해 두는 수 밖에. 제기랄, 인생은 엿같은 것이로고. .....아니면 내 인생만 그런가? ========== 황제의 시점 ====================== 조용하다. 검은빛의 원형 건물 안쪽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다. 결계가 쳐져 있는 것일까. [ 방음장치 때문이여! .....앞서 가지마! ..이넘아! ] 벽을 따라서 돌아봐도 문은 자리하지 않는다. 내 키를 조금 못 도는 높이의 건물. 지하에.....혹시 지하에...나머지 부분이 묻혀 있는것은...? [...... 명탐정 코난 뺨치는군. ] ============ 성유의 시점 =============== 어쩔수 없다. 문 열기는 곤란하고 [ 절대 열수 없는 육중한 돌 자동문이다 ] 창문은 없고. 그냥 버티고 있는 수 밖에. 나는 침대에 풀썩 주저앉았다. 휴우....힘들다고요. 쳇, 무거운 놈. 180을 훌쩍 넘는 키인 만큼 몸무게도 나간다, 이거지? 검을 꽤나 쓰니 몸무게도 나간다? 하기야 근육이 있으니 ... 다이어트좀 해라....! .....고 외치고 싶지만, 몸무게가 나가야 검에 힘이 실린다는 기본중에 기본인 지식을 아니까 할수도 없군. 또 살은 없는 늘씬 슬림 이니까 근육을 뺄 수밖에 없는 거구. 나는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툭 떨구었다. 휴우, 미남밝힘증인 나로서는 저 얼굴에 대고 화를 낼 용기가 없다. 저 단정한 얼굴, 남자다운 굵은 선. 우우우웃! 너무 잘생겼잖아! 빈혈로 인해서 창백해져 있지만 그래도 내 취향이라구. 특히나 강한 사내는 말이야. 우후후후. 여기서 한쪽 눈을 감고 멋있게 '훗' 하고 웃어보자. 그때... 턱 "....!" 무, 무서워라! 눈도 안 뜨고 있던 현무씨가 내 손목을 움켜잡은 것이다. 자, 잠꼬대 하십니까? 억눌려 있는 입에서 울음과 비슷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 황제의 시점 ==================== 들어가는 문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하나. 내 허리 이상까지 자란 풀들이 버석거린다. 주작이 불을 붙여서 태워보지만, 현무의 기를 받고 자랐는지 마른 풀들은 잘 타지도 않는다. 어디로 들어가야 하지. 군사를 풀어서 주위를 살펴보게 했다. 이곳이 현무의 본지임은 분명하다. 아니면 꼭 현무를 닮은 검은색 거북이 등 껍질 모양의 건물을 세웠을리 없지. [ 참고 : 현무는 거북이인데 꼬리가 뱀인 성수입니다. 검은색이죠, 물론. ] 저쪽에 허름한 폐가가 보인다. 저 곳이 들어가는 입구인가? "....제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폐하." 백호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내 낌새를 읽은 것이리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본부라면, 너는 그를 이곳에 숨겨놨을까? 현무여. ===================== 성유의 시점 ================= 다, 당신 뭐라고 그런거야! 내 귀가 제대로 된거야? 당신같은 쿨 가이, 섹시가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또한 애절한 얼굴로, 그런 말을 내뱉은 거야? 엉? 으아아악! 충격이야! 이건 깨는 거야~! ....이쯤되면 무슨 말이 나왔는지 궁금하겠지? 조금만 더 뜸을 들이자. ================== 신들의 시점 ===================== [....충격이로군. ] [.....우하하핫! 현무 재밌군! 내가 설정 해 놓은 거라지만 정말 웃기는데??? ] 따악- [웃지마라, 불쌍하지도 않느냐?] [....뭐가 불쌍해? 그건 그렇고 왜 때려! ] 악신이 악을 썼다. 그러자 한심하다는 눈길이 쏟아진다. [....불쌍하잖느냐. 에효. 저 불쌍한 녀석.....] 악신은 인정하기가 싫다. [ 뭐가 불쌍한데? 맨날 개 맞듯이 맞는 내가 더 불쌍하지! ] 한숨이 터져나온다. [말을 말자. ] 우두머리 신은 급기야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언제 철이 들꼬, 저 악신자식 같으니라구. ] 악신은 뻘쭘하게 웃었다. [때가 되면 들겠지, 뭐.] 한편 다른 신들은, ' 때가 오기나 할까? ' 라는 말을 목 안으로 삼켰다. =================== 성유의 시점 ================= 뜸이 다 들었다. 궁금하지? 뭐라고 그랬냐면.... ========== 현무의 시점 =============== 아버지다. 아니, 아버지 처럼 따랐던 사람이다. 사부님... 사부님은 가마니 안에 장작을 밀어넣고 있다. 뜨거운 열기가 비집고 올라온다. [ 뭐 하십니까..? ] [ 으응, 그냥.... 방이 좀 추울것 같구나. ] 겨울이다. 눈이 내린다. 그리고 나는.... =============== 성유의 시점 =============== 말해주지. 저 쿨 가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아빠....밥줘요..." ......다. 야!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말을 내뱉으면 어쩌자는 것이야! 나도 배 고프다구! 벌써 몇일동안 굶은건지 모르겠단 말이다! 너만 배 고파? 엉? ....적어도 그런 무뚝뚝한 얼굴로 그런 소리를... 얼굴과 매치가 되지 않는 짓좀 그만해! 나 이미 질려버렸다구요~~~! ============= 현무의 시점 ============ 겨울이다. 배가 고프다. 하지만 솥에는 밥이 들어있지 않다. 사부님... 아무런 음식이 없다. 하지만 그는 나를 위해서, 자신의 품에 있던 음식을 내주었다. [ 먹어라, 이것밖에 없지만. ] 그는 나의 아버지이다. ....사부.... 그의 얼굴에, 내가 미쳐버린 이의 얼굴이 겹쳐진다. 꾹 다문 입술이 인상적이다. " 저는 황제폐하의 신하입니다. " 그래...... 내 사부도 전 황제의 신하였지. [ 나는 그의 신하이다. ] "......저는 그에게 충성합니다." [.....나는 그의 신하임으로, 충성을 위해 너를 만들었다. ] " 당신따위에게, 내 마음을 줄수 없어." [....너는 인간이 아니다. ] 거짓말. 거짓말이야. 황제가 나타났다. 그가 성유를 끌어안고 거만하게 웃는다. [.....그는 내것이다 ] 거짓말. 그는 나의 거야. ---------------------------------------------- 나는 그놈이 대체 왜 이러는줄 모르겠다. 진짜. 대체 왜 이래? 응?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이러시나? ....그러니까 솔찍하게 말하자면..... 왜 자꾸 깨는 행동을 하고 지랄이야아아아아! 흠흠, 추태를 보였군. 하여튼 나는 자는 현무의 얼굴을 내려다 봤다. 하아아아.... 이쁘장 하기도 하지. .....라기 보다 왜 이렇게 얼굴이 얼음장 같은 것이냐! 왜이리도 무표정한 것이야! 꼭 마네킹이나 비스크 인형 같잖아! 그건 그렇다고 치고, 당신.... 당신... ....대체 왜 내 손을 꼭 끌어안고 있는거지? 사건은 이렇다.....고 할것도 없지만, 그래도 설명하겠다. 그것은 아까 10 분 전, 내가 차를 마시기 위해서 몸을 일으켰을때 일어났다. 그때 무심결에 나는 그의 볼을 쳐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아....제기랄. 이렇게 될 줄을 알았다면 억지로라도 치지 않으려 했을것을. 처음에, 그는 내 꼬리 [ 옷자락 ] 을 잡고서 놔 주지 않았다. 눈을 꼭 감은채로 옷을 끌어당기는 그는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다음 상황을 말하자면 더 무섭겠군. 그는.... ============ 주작의 시점 =================== 아우, 썩을놈. 도대체 어디에 숨은거냐? 응? 좀 나와보라구!!! 엉? 어디에서 쳐박혀 있는거냐아아아......! 그건 그렇고 황제의 히스테리나 견뎌내자. 아까 백호가 들어간뒤로 무려 10 분밖에 안 지났지만 [ 이정도 시간도 견디지 못하는걸 보니 황제는 확실히 정서불안이다 ] 황제는 히스테리컬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소리지르고 있다. 야, 황제, 그러다가 들키면 어쩔래? 응? ....그건 그렇고.... 남자도 히스테리를 걸리던가? ================== 성유의 시점 ========================== 그는.... 망할! 손아귀 힘을 자랑했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일어났다. 바로... ....서민적인 근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내가 무지무지하게 절망할, ....비단옷의 찢어짐이 일어났던 것이다! 아아아악! 이 옷이 얼만데! 나일론 만큼이라도 질기면 오죽 좋아! 하지만 가느다란 실크에게 [ 무엇보다 실크는 약하다! ] 더 이상의 탄력을 기대하는건 무리였다. 그래...그정도도 잘 버텼다. 크흑. 뭐 절망스럽지만 어쩌겠는가? 하지만 뒤에 이어진 상황은 아주 끔찍했다. "아버지....아빠..." 눈버렸다. 현무가 허공에 손을 허우적 거리면서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아아....나더러 양심에 털 났다고 하지마! 뭐 그럴 양심도 없지만 [ 이미 엿 바꿔 먹었다! ] 저놈의 얼굴을 보면 아무 말 못할거야. 진짜. 일반인이 저런다면... ' 아휴..불쌍한것.... ' 이라면서 눈물이라도 찍어냈겠지만, ......대체 너는 왜 이러니이이이이! ....그는 무표정이었다. 옆으로 눈물이라도 좀 흘려봐! 그것도 안된다면 미간이라도 찌푸리라구! .....말을 말자. 하아.... 내가 왜 그놈을 위로하기 위해서 다가갔을꼬. 그것은 내 몸의 의지를 거역한.... 동인녀의 의지라구! 아직까지 남아있었던 거냐! 이내 떠오르는 붉은딱지 책의 내용. [ 아버지.... 윽....아버...] [ 왜, 왜 그러세요? 괜찮으...앗...] 그리고 이내 깨어난 강공에 의해 쓰러지는 거지. 아니면 신파극의 한 장면을 연출하던가. 이것은 결코 한 책을 지적한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뭐, 다 아시겠지. 자자, 이제 잡담은 그만 하고 다시 말을 잇자. 하긴 뭐 지금쯤이면 다 아시겠지만 내 손은 그놈에게 턱 잡혔던 것이다. 마치 해파리나 말미잘이 물고기를 휘어잡듯이. 아아....무서운놈. 꼭 진공청소기안의 종이나 보리쌀 [ 게임 다 아시죠? ] 놀이에서 빨려들어간 것 처럼 내 손이 그의 아귀안에 들어갔다. 아귀가 어디냐고? 아가리가 아니라 손아귀다. 이정도면 설명은 다 아시겠지. 하여튼 그래서 10 분 이라는 짦은 시간에 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까닭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저놈은 손의 힘이 엄청나기 때문에 내 손을 거의 으깨버릴듯 잡고 누르는 거라구. 혹시 알까, 저것도 지딴에는 살살 한건지. 저려오기 시작하는 팔을 붙들면서 나는 절망했다. 아버지를 찾는 사내의 [ 그것도 심각하게 단련된 ] 손 안에 손을 밀어넣은것 부터가 잘못이었어. 그것이 아무리 무의식의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내 정신인데 말이야. 크흑...동인녀의 정신으로부터 언제쯤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을까... ===================== 30 분 뒤 백호시점 =================== 아무것도 안 보인다. 전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어두운 곳, 그저 무 [無] 일뿐. 현무의 속성이 어둠이라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지나치다. 자신만만하게 황제에게 하겠다고 한 것이 잘못일까. 뒤를 돌아보니 내가 들어온 곳이 바늘구멍 만하게 보인다. 그때, 뭔가가 내 다리를 잡아서 끌어당겼다. "!" ============ 성유가 손을 잡힌지 30 분이 흘렀을때의 현무시점 ============ 눈을 뜨자 그가 보인다. 당황스러운 얼굴이면서도 태연함을 잃지 않고 있다. 청년도 아니고 소년도 아닌 [ 하지만 청년쪽에 조금 더 기운것 같은 ] 얼굴이 날 내려다본다. 대체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 ".....팔 좀 놔주시겠습니까." 그 부드러운 입술에서는 냉랭한 어조가 튀어나왔다. 평소의 우아한 말투와 달리 톡 쏘는듯한 말투.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내 손에 잡힌 그의 손이 보인다. 피가 통하지 않아서 거의 보랏빛에 가깝게 물들어 있었다. "...음." 그는 유약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딱딱하게 내게 내뱉었다. " 아직까지 아버지를 찾으실줄은 몰랐습니다." 뭐.. " 황제폐하를 배신하셨을때부터 알아봤지만, 아직 어른이 아니시군요." 뭐라구...? 내 입에서는 내 의지에 맞지 않는 내용의 말이 흘러나왔다.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내가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그의 남색빛 눈이 커졌다. 그리고는 서늘하게 나를 노려본다. ".....너 따위가 폐하를 해한다고? 웃기지 마." 목을 졸라버리고 싶다. 그의 입은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했다. 하지만 그의 흰 목은 가벼운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옷깃 위쪽으로 들어난 가녀린 목이 나를 자극한다. 하지만 나는 자제심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부터 나는 그의 편이 아니다." 아까 배반자라고 했던 것의 대답이다. 하지만 그의 우아함은 어느새 사라진채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인한 분노가 그의 얼굴에 드러났다. "....더러운." 그때 그의 옷자락이 찢어져 맨 살이 드러난 곳이 보였다. 흰... 흰 피부. "...개자식." 더이상 참을수 없다. =========== 성유의 시점 ================= 이 동인녀의 정신, 빨리좀 죽어버려!!!!!! 너는 내 자신도 아냐! 너는 대체 뭔 놈이냐! 어디서 온 거야?! 어찌하여 나를 죽이려 드는 건가! 응? 방금전 내 입술은 - 빌어먹을 - 누군가의 정신덕에 금기의 말을 내뱉었다. 아아아.... 우아한 수의 이미지가 다 깨지는 구나. " 아직까지 아버지를 찾으실줄은 몰랐습니다." ....를 시작으로, " 황제폐하를 배신하셨을때부터 알아봤지만, 아직 어른이 아니시군요." ....라는 선에 조금 간당간당한 말을 내뱉었다. 어른이 아니긴 뭐가 아냐, 저 서늘한 눈빛을 좀 보라구! 아니, 아예 공허한 눈을! 하지만 거기서 그쳤으면 정말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했을것을. ".....너 따위가 폐하를 해한다고? 웃기지 마." .....아아....망할. 그의 눈썹이 움찔 하면서 떨렸다. 아니, 떨렸었다. 과거형이었지, 참. 하여튼 이 빌어먹을 입이 거기서 멈췄으면 더욱 좋았을 거야! 아아아! 생존본능을 거스른 동인녀의 마귀, 동인녀 정신의 수호자, 이 썩을 혓바닥이여! "....더러운." 거기서 그만두라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쳤지만, 내 입술은 나머지 말을 다 해버리고 말았다. 으윽...절망이야. "...개자식." 흐어어억! 차라리 멍멍이 자식이나 강아지 라고 했어야 했어! 정말 내 이미지를 다 망쳐놓는구만. 하기야 원래부터가 고분고분한 수는 아니었지만. 그리하여, 하는 지금 그의 손에 목이 졸려있다. 커억... "....읏....아....." 비음이라고 착각하지마시길 바란다. ".....더 말 못하겠지." 현무의 검은 눈동자는 차가웠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의 무뚝뚝한 말투는 나른함 같은 매력적인 바리톤이었다. 하지만 목숨의 위기에서 이게 뭔 상관이냐! 진짜! ......목숨의 위기가 아니었군. 그의 손은 천천히 내 옷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었다. 하아, [ 누군가 한테 오래전에 줘 버린 ] 정조의 위기였어. 은장도도 없고 뭐 목숨을 끊고 싶은 생각도 없으니 그냥 즐겨보자. 내가 남자가 된 것도 다 이 때문인데 안 즐기면 섭하지. 목이 졸려가는 가운데서도, 나는 계산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 한편 백호는.... =============== "이, 이게 뭐지." ========= 한편 다른 사방신들과 황제는... ============ ".....너무 느리군! 바람의 사자라는 백호가 정말 느려서야... " 라는 청룡. " 아우, 어딨냐고, 그 망할놈." 라는 주작. 그리고 히스테리컬 한 목소리의 황제. ".......... 죽여버리겠다아아아아아아아아!" -------------------------------------------------------- =========== 백호의 시점 ==============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것이 정녕... ============ 성유의 시점 ==================== 우어어어! 아찔한 기분으로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 뭘 흔드냐고? 어허! 다 아실만한 분이 왜 이러시나! 그건 그렇고 엄청난 동인녀의 정신 [ 이자 내 자신의 분신 ] 인 빌어먹을 퀸 엘리자베스는 [ 그새 이름까지 붙였다 ] 내 본능을 컨트롤 하고 있었다. "....으읏.." ...이, 이건 결코 내가 일부러 낸 목소리가 아니라구! 하지만 내가 어떻게 생각하던간에 머릿속에서는 이른바 《 강간이론 》 들이 팽팽 맴돌고 있었고... 내가 선택한 것은 다름아닌 월야환담의 세건씨. 여왕지랄수인 세건씨처럼 입술을 꼭 깨물고서 신음을 참아내는거야! 그러면....우후후후. 말해주지 않아도 다 아시겠지. 안그런가? ========= 현무의 시점 ================== 그의 눈에서 연신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픈....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배려해 주고픈 마음은 없다. 네가 먼저 잘못했어. 네가 먼저 도발했잖아. 그러면서도 피가 줄줄 새도록 깨문 입술을 보니 가슴언저리가 지긋하게 차가워진다. 허리를 조금 튕겨올리자 그의 침대 깔개를 세게 쥔 손이 바르르 떨린다. 얼굴은 어느새 핏기가 없다. 그러면서도 그의 몸은 달아올라 있다. 왠지 화가 치밀어서, 그의 목덜미에 이를 박았다. 그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남색 머리카락이 폭포치듯이 그의 몸을 감싼다. 그리고 그 차가운 남색에, 나의 검은 머리카락이 섞여든다. 밤 하늘의 빛인 듯, 절망에 찌든 마음인듯. =============== 백호의 시점 ===================== 이, 이게 정녕... "......현무, 이 변태자시이이이익!" 그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 실제로는 그렇게 느낀것 뿐인 ] 물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 성유의 시점 ======================= 헉, 신음을 참는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구나. 으음.... 야오이 카페에서 쓴 세건군....꽤나 힘들었겠군, 변태, 수도자, 느끼버터, 가난뱅이와 상대하느라. 자, 여기서 질문. 변태, 수도자, 느끼버터, 가난뱅이는 누구일까요..? ※답은 맨 아래 마유의 잡담에 있사옵니다♥ 자, 그럼 원래로 돌아와서. 하여튼 내가 그에게 안기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지사. 환상도 아니요 금방 깨어질 구운몽도 아니요 또한 내 착각도 아니다. 하여튼 그렇게 잠시 방심하고 있는데... 콱 "아아아악-" 다, 당신 뭐야! 왜 남의 목덜미를 깨물어! 네놈이 사자야? ....가 아니라 현무였지, 참. ....이 아니잖아! 나 정말 왜 이런담. 하여튼 나는 비명을 질렀고, 그로인해서 도도모드는 깨어졌다. 흠...그래도 공을 자극하는데는 나쁘지 않군. 이른바 ' 나를 정복해봐라 ' 작전인 것이다. ....이름이 유치하다고? 그래, 나 이름짓는 능력 없다. 하지만 그 밖에 더 좋은 이름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예를들어서 이 작전은 주로 여우수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 일반 도도, 얼음수들도 자신도 모르게 사용할때가 있다 ] 장면을 설명하자면 수 : "....." 공 : "....." 수 : [ 속마음 ] ' 나를 자극시켜봐라, 그러면 너를 만족시킬 신음을 내어주지 ' 공 : [ 거칠게 범한다 ] 그리고 수는...? 수 : " 아아아아아앗-!" ....이 되는 것이다. 하여튼 그 연기 아닌 연기에 충실한 내 퀸 엘리자베스 [ 이른바 동인녀의 정신 ] 은, 다른 야오이 소설의 씬을 쭈욱 훑고 있었다. 그 동안 나는..? "...윽......윽..." .....더 뭘 바라겠는가. 같이 일을 벌이면서도 아무런 표정 없는 [ 제발좀 할때만이라도 그 무표정좀 깨뜨리란 말이야! ] 저놈의 눈을 피하기에도 바쁘다. ============== 황제의 시점 ================================ 뭐지, 불길하다. 소름이 쭉 나를 훑어내린다. 내 옆에 서 있던 주작이 몸을 바르르 떨면서 중얼거렸다. "....좋지 않아, 아주 나쁜 기운이야." 청룡이 냉랭한 표정으로 킬킬거렸다. "꼭 그렇지만도 않은듯 싶은데." 그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지금, 어딘가서, 성유가 당하고 있다고." 뭐, 뭐냐. 그것까지 알다니, 청룡은 역시 달라도 뭔가 달라.... ....일리가 있냐! 불길한 소리좀 하지 마, 진짜! 내 복잡한 맘을 알았는지 청룡이 웃음을 지우고 차가운 어조로 내뱉었다. "....그냥 추측이다." 어이, 진짜 같잖아. 주작은 오랜만에 지은 진지한 표정을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리고는 활짝 미소. "아아아아, 남편들의 육감인가." 그리고 내리꽃히는 청룡의 푸른 대검과 나의 하얀빛 단검. " 왜 복수형인데?" 눈을 내리깔고서 차분하게 묻는 [ 그러면서도 그의 대검은 주작의 머리를 격렬하게 노리고 있다 ] 청룡. 심히 두려운 상대가 아닐수 없다. 간신히 피해낸 주작이 환하게 웃는다. "....왜라니, 우리모두 그의 남편....컥! 왜 때려!" 주책도 정도가 있지, 결국에는 내 단검집이 하늘을 가르고 그의 머리에 꽃힌다. ".....그의 남편은 나다." 그러자 두고두고 남을 청룡의 한마디로 인해서, 우리모두는 그만 석화되어 버렸다. 우리의 귀에는 그 말만이 윙윙 울렸다. 아아....리플레이 인가... " 그리고 너의 남편은 나다." .... .. . ------------------------------------------------ 자, 답은...! 다 아시겠지만 변태 = 사혁 수도자 = 실베스테르 느끼버터 = 팬텀 ------------------------------------------------------ ===================== 백호의 시점 ============================= 내 발을 멈추게 만든 그것은 바로... 차마 말로 못할 물건이었던 것이다. [ 19 세 이상만 사용하세요♥] 라는 이쁘장한 빨간 딱지가 붙어있는 그 물건은... ================ 성유의 시점 ========================== 허리가 가볍게 튕긴..... 이었으면 좋겠지만, 거칠게 튕긴 내 허리는 아픔을 호소하면서 삐걱삐걱 뼛소리를 내고 있다. 한번 허리를 돌리면 우드드득 하는 소리가 장렬하게 이 방안을 울리고... "....유연성이 떨어지는군." 닥쳐! 그거야 네놈이 하도 돌리고 돌리고 하니까 굳어서 그런거잖아! ....라고 외치면 오죽이나 좋을까. "....읍..." 완벽한 도도수를 위해서 선택한 한세건 모드가 내 발목을 잡을줄이야. 입술은 깨물어서 피가 줄줄 흐르고, 가끔씩 현무가 혀로 핥을때면 쓰려서 미치겠다. 결박되어 있는 손목도 스쳐서 아프기는 마찬가지. ....나를 죽일셈이냐! 이 빌어먹을-! 몸 안쪽 깊숙히까지 유린당하는 느낌도... ....표현을 못하니 눈물만 글썽거리는 수 밖에. 뜨겁게 헉헉 숨만 몰아쉬다가 안쪽으로 거칠게 완전히 치고 들어오는 느낌에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아아~! ....라고 했으면 하렘을 지을만한 재목이 아닌 것이다. 이른바 입술 깨물고 견디다가 드디어 신음낸 ' 세건 ' 용 비명. "....으으으읏-! ...학, 비, 빌어먹을! " 이때는 꼭 말을 더듬어 줘야 하는것을 잊지 말자. 하여튼 그렇게 눈을 꼭 감고서 비명을 지르고 나자, 현무의 입술이 내 목에 닿았다. 이, 이번에는 깨물지 말라고. 고맙게도 현무는 혀로 상처 부위를 핥았을 뿐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핥은것 자체가 ' 아무짓 ' 인가? .....그래도 아파! 아까까지 피가 줄줄 흐른 상처를 핥으면 안 아프겠냐? 그랬으면 내가 철인이게? 애꿏은 월야환담만 원망하면서 입술만 깨무는 수 밖에. 아- 아- 아. 빌어먹을 퀸 엘리자베스. [ 동인녀의 정신 ] 내가 뭔 망상을 하던간에 시간은 열심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안에서 현무씨는 내 목덜미에서 입을 떼시고, 천천히 몸을 때셨다. "아아아앗!" 아프다! 다시 다리가 벌어지면서 빠져나갈때의 아픔이 정말 적나라하게 전해져 왔다. 아프다고오, 이자식아! 약간 흰빛을 띈 투명한 엑체가 다리에 흘러내리는 감촉이 소름끼쳤다. ================== 백호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 이건... 이건.... 내 손에 들려있는 이 물건은 바로.. ' 365 일 정력적인 남자되기 ' ' 강한 사내가 되는 법 ' ' 지상 최고의 쾌락으로 빠져, 빠져! ' 빨간딱지가 붙은 책을 보며 나는 절규했다. .... ".......현무, 이 바보자식아아아아아!" ======================= 현무의 시점 ============================ 머리가 땀에 흠뻑 젖은 것이 보인다. 눈은 살풋이 감겨있다. 길고 윤기나는 머리카락은 헝크러진채 그의 몸을 감싸고 있다. 매끄럽고 긴 다리에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다. 너무 거칠었나. 눈을 살짝 찌푸려 본다. 눈을 감고 [ 기절한 것일지도 ]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성유가 안쓰럽다. 하지만 모두 너의 잘못이잖아. 내탓이 아니야. 이불을 끌어다가 그의 맨 다리를 덮어주자 그가 움찔 떤다. 상처난 입술과 아직도 피가 흘러나오는 목덜미. 이것 역시도 너의 잘못이야. 그렇게 내 앞에서 도도하게 굴지 말아줘. 굴복시키고 싶어지니까. ------------------------------------------------ ======================= 성유의 시점 ============================= 부시시 눈을 떠 보니 그의 모습이 보인다. ...라고 하면 당연한건가? 나를 등지고 침대에 앉아서 촛불을 마주보고 있는 현무. 벗고 있는 상체가 불빛에 닿아서 황금색의 실루엣으로 번졌다. 복부에 감고 있는 붕대에는 붉디 붉은 꽃이 피어났... ....다는게 뭔 소리야! 피가 안 그쳤잖아! 그 채로 나랑 놀아났던 거냐? 정력도 좋은 놈. 얼굴을 한껏 일그러뜨리고 있는데, 현무가 뒤를 확 돌았다. '!'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시침떼는건 야오녀라면 누구나 해 봤을 짓. [ 이른바 어머님께서 책상속에 들어있던 19 금을 발견하셨다거나 했을때 ] 그렇게 [ 순식간에 ] 냉정한 얼굴로 만든 나는 현무의 눈을 도발적으로 노려보면서 일어났다. 현무가 입을 열었다. "..... 뭘 야려." ....는 순전히 내 상상이고, 현무는 입을 열었다. "...초보여서 미안하군." .....설마, 이것도 내 상상? ====================== 백호의 시점 ======================= 빨간딱지 책들을 멀리로 던져버리고 [ 미치게도 뒤에는 유려한 달필로 ' 현무 ' 라는 이름까지 써 있었다] 나는 안쪽으로 조금 더 깊숙히 들어갔다. 벽이 드디어 손에 닿았다. 백호 특유의 ' 야광안 ' 을 써서 - 이런 이름을 붙인 전전전대 백호님이 원망스럽다 - 그 벽을 자세히 살폈다. 거북이와 뱀이 휘감고 있는 모습. 현무의 인장이 맞다. 그 밑에 툭 튀어나온 돌이 보였다. 그리고 그 돌 아래에 붙여진 나무패. ' 누르시오 ' ....현무야, 현무야. 나는 가끔씩 네놈이 굉장히 깬다는 생각이 든다. ================ 성유의 시점 =================================== "..... 다시 한번 말해주시겠습니까? " 초보여서 미안하군....이라... 미안하군....이라... 미안하군...이라니! 당신 제정신입니까? 응? 하여튼 그게 문제가 아니라.. "....피가.." "아아." 그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배를 감은 붕대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섹시한 목소리 회복. "안 멈추는군." 얼굴이 시퍼래져서 그런말 하지 말란 말이야! ===================== 백호의 시점 ===================== 나는 황제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알아낸 모든것을 그에게 말했다. 지금.. 모든 군사가 현무를 죽이러 가고 있다. ======================== 현무의 시점 ========================= 누군가가 이곳으로 향한다. 예민한 청각에 그의 기척이 잡힌다. 나와 상극에 위치한 주작... 그의 기운이 내 기운을 살짝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발소리가 점점더 가까히로 들린다. 그들이 이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 성유의 시점 ======================= 피가 안 멈추지! 그럼! 안 멈췄고 말고! 그러니까 그 가면같은 무표정좀 그만 집어치우고 치료나 하시라구요! 그때, 문이 부숴졌다. 차마 문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거대한 자동문이 한순간에 부숴진 것이다. 그리고 모든것이, 잠시동안 먼지 속으로 가라앉았다. ===================== 황제의 시점 ============================= 보인다. 먼지 너머의 흐릿한 형체가 보인다. 누구인지 알것 같다. 사실 가장 중심부에 있을 현무파는 현무 자신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예상한대로, 남색빛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천천히 먼지구름이 걷힌다. ======================== 성유의 시점 ====================== "화, 황제폐하?!" 여기서 내가 말을 더듬을 이유가 없었는데도 말이지. 갑작스럽게 등장한 4명의 인물들을 보고 내가 가장먼저 뱉은 대사다. 하여튼간에 황제는 내 몰골을 쭈욱 훑더니, 이글거리는 눈으로 현무를 노려보았다. 아아...그러고 보니. ' 젠장할. ' 옷을 벗고 있었지. 황제와 기타 사방신들과 그 이하 졸개들은 우리를 둘러쌌다. 챙- 하는 금속성과 동시에 황제의 검이 현무의 목으로 향했다. 현무는 침대에 앉은채 그 고고한 눈동자를 내리깔고 있을뿐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 죽여버리겠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황제의 눈동자는, 현무를 서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아아.... 무서우신 분. ...이 아니라! 지금 현무를 죽이려 하는 거야? 응? 안돼! 하렘의 문제가 아니라 현무가 불쌍하다구! 황제의 팔이 뒤로 힘껏 젖혀졌다가, 섹시할 만큼 길고 아름다운 현무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 =========================== 성유의 시점 =========================== 칼날이 비스듬이 세워져 현무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으으...안돼. 빨리 결단을 내려야만.... "그만하십시오-!" 역시 이게 최고지.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목을 비껴날았다. 휴, 일단 한고비는 넘겼고. 황제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거만하게 나를 쏘아봤다. 침대에 앉아서 무심하게 나를 쳐다보는 현무와는 기분나쁜 대조를 이루는군. 자존심이 강해보이는 황제의 입술이 열렸다. "무슨 일인가." 현무의 검고 검은 심연같은 눈이 나를 꿰뚫듯이 훑어내렸다. 그, 그러고 보니 뭔 말을 해야 하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가 그를 부른거야? 젠장할! 하기야 아까는 목숨이 오락가락했으니 그런거 생각할 시간도 없었지만. 나는 벗은 몸 중에서 [ 솔찍히 찢어진 옷 쪼가리는 걸치고 있었다. 가리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서 문제지만 ] 하체가 이불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머리를 굴렸다. 오오오, 제발좀 기름칠이 잘 되어 있기를. 고맙게도 야오이 쪽으로 도가 튼 내 머리는 선풍기 날개보다도 더 빨리 돌아가서 해결책과 그에 따른 결과를 내놓았다. 1 번 : 죽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내 동지들에게 돌맞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2 번 : 현무를 죽이지 말라고 한다. ...........그랬다가는 더 죽일걸? 3 번 : 논리적인 말을 오목조목 늘어놓는다. .......그런건 내 머리가 안 따라줘. 4 번 : [ 룬의아이들 - 데모닉] 에 나오는 막시민처럼, 자신만의 논리를 펼친다. ............ 오호라, 그게 가장 좋군. 자신만의 논리에 거의 모든 판타지 책들이 강조하는 ' 사나이간의 끈적한 우정 ' 을 약간 섞으면 완벽해! 나는 황제의 눈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 절대로 눈을 똑바로 쳐다봐야 한다. 아니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 " 그는 당신의 부하입니다, 또한 마교의 인물입니다." 목소리를 살짝 내리깔자.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듯이, "폐하께서 현무님을 죽이신다면, 모용세가는 모든 암흑가의 세력의 표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조금 과장되었군. 황제를 죽이려 들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동기는 죽일 충분하지만. 그리고 저놈이 마교의 인물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대충 그럴것이다~ 지, 뭐. "그리고 그는 당신의 친구가 아니었습니까." 애절한 눈빛을 보내자. 슬픈듯하기도 하고 간절히 애원하는듯하기도 한 눈빛을 그의 얼굴로 나는 쏘아보냈다. "제발.." 황제의 눈썹이 살짝 씰룩거렸다. "그가 마교의 인물인건 어떻게 알았나." 그거야... 그냥 찍었는데요, 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못하지! 여기서 우아하게 말꼬리를 늘이자. "잘 아시지 않으십니까." 알긴 뭘 알아? 하지만 여기서 모른다고 했다가는 쪽 팔리는 거지. 청룡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현무는 피곤한듯한 눈을 들어서 황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내게로 눈을 돌렸다. 으으... 그러고 보니 출혈이 꽤 심한데.... 미치겠군. "폐하, 부디 헤아리시옵소서." 마지막 말을 덧붙이고는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때, 현무의 몸이 침대에서 천천히 기울어져 바닥으로 쓰러졌다. 타앙- ========================= 현무의 시점 ================================== 어린 소년인 나, 아주 아픈 얼굴을 하고서 사부님을 쳐다본다. 피가 내 손에 고여있다. " 왜 저를 만들어 내셨습니까." 그의 목소리가 울린다. - 잘 알지 않는가. 피가 바닥을 적신다. 쓰러진 그의 몸은 너무나 왜소했다. 내 손은 아직까지 그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지만, 이미 죽은 육신의 발악이리라. 생명이 꺼진 나의 아버지. 나를 만들어낸 창조주. 왜 나 같은걸 만들어 내셨습니까, 그리고 어찌하여 저에게 애정을 주었습니까. 그리고 왜 저를 부셔뜨릴 진실을.... 그렇게 서늘하게 알려주신 겁니까. 눈이 휘몰아친다. 슬프게도 현무가 지배하는 계절이었다. 눈, 얼음. 얼어붙은 검은 나뭇가지들. ========================= 성유의 시점 ================================ 빈혈이다. 보나마나...빈혈이라고! 나는 고개를 툭 떨구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도 볼 사람 없으니 다행이지. 그랬다가는 평소 이미지랑 상당히 어긋나는 광경이 연출될테니. 하아, 이럴때 빈혈약 하나 없네. 젠장. 그건 그렇고.... "하아아아." 내가 왜 여기에 쭈그려 앉아 있어야 하는 겁니까! 상황을 정리해보자. 1 현무가 쓰러지다 2 그놈을 누군가가 달랑달랑 업고 [ 꽤 무겁다고 투덜거리며 ] 나갔다. [물론 나도 황제의 품에 달랑 안겨서 나왔다] .....황제가 왜 현무를 죽이지 않았는지는 묻지 말라. 물론 정 알고 싶다면 알려주지. 내가 눈을 들어 그를 당당하게 쳐다보면서 시를 읊었기 때문이다. -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내가 아는 시가 이것 외에 또 있을리 없다. 무식하다고? 그러는 당신들은 이럴때 사용할만한 고시를 얼마나 아는가? 이 세계에 정몽주와 이방원이 있을리도 없고! 그러니까 이런시를 맘놓고 사용하는게 좋다구. 어쨌거나 고맙게도 황제는 현무씨에대한 재판을 미뤘던 것이다! 고맙기도 해라. 자아, 상황 3 을 보자. 3 감옥에 현무가 갇힘 4 나는 병동에 갇힘 5 황제가 나를 내 방에 가둠 6..... 황제몰래 빠져나온 내가 여기에 서 있음. ...이 아니라, 쭈그려 앉아 있음. 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도망나온 거지? 아아...제기랄. 두꺼운 쇠로 만들어진 감옥의 쇠창살 건너편에 현무가 정신을 잃은채 아직까지 쓰러져 있다. 물론 빈혈약도 뭐도 안 먹였고 상처를 실로 꿰메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결관가. 서, 설마, 황제가 출혈로 인한 쇼크사를 노리고 현무를 그냥 방치해 둔거 아냐? "...." 아아, 설마. 설마 그럴라고. 설마가 사람잡는다지만 여기에서 그럴리가 있겠어. 응? ======================= 황제의 시점 ============================= 그냥 출혈로 죽어버려라. 부디 그렇게 빈다, 현무. 내게 사형을 당했다가는, 성유가 날 미워할 테니까. 네가 성유를 범했던, 네가 그를 안았던. 네가 나를 죽이려 했던, 내가 가장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지려던 것을 다 용서해 줄테니. 부디 그냥 죽어버려라. 아니면 내 손으로 사방신인 너를... ======================= 성유의 시점 =========================== 몇시간을 기다린건지. 춥다. 감옥이라는 상식에 걸맞게 지하에 위치한 감옥인지라 뼛속까지 어는 기분이다. 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절해 있는 현무가 부럽군.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갑자기, 너무나 갑작스럽게, 계단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수, 숨긴 숨어야 겠는데... ' 숨을데가 없잖아! 원래 소설 보면 숨을곳이 있는거 아니었어?! ' 뭘 바라겠는가. 이게 다 나의 악운인 것을. 빌어먹게도 나는 막 들어온 주작과 마주쳤다. 주작이 그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 너 왜 여깄냐?" "...."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지? 주작이 현무에게 흘끗 시선을 던지더니 납득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한번 섞이면 책임을 지겠다는 거지?" "!" 왜 그렇게 빨리 진행되는건데? 아니면 당신의 머리가 아메바인가? 그저 치료해 주러 왔구나~ 같은 소설적 대사는 아니더라도, 상식선에서 처리를 해줘! 내가 눈썹을 파르르 떨자 그가 슬쩍 웃었다. "미안하지만." "예, 주작님." 여기서 고개를 숙이자. "그는 곧 죽어." 예? " 쇼크사로 죽지 않으면 처형하겠다고 황제가 마음을 먹었거든." 하아, 이제 아예 막 굴러가는구나. 앞뒤가 안 맞아서 황당하기까지 하네. 아니, 죽는건 그렇다 치고. "여기에 왜 오셨습니까?" "으응, 네 방에 가 봤더니 네가 없어서. 혹시나 여기 있을까 했더니 진짜 있네." 그럼 위에서 ' 너 왜 여깄냐? ' 는 그냥 예의로 하신 말이었나요, 주작님? 내 마음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너라도 그를 살리기 어려울걸." "예?" "황제가 독기를 품었어." 대체 이 소설, 왜 이리도 막 굴러가? 나더러 어떻게 하라구! 아아, 빌어먹을 신님들! 이거 다 당신들이 해놓은 설정이지! ============================ 신들의 시점 =========================== [ 흠흠, 내가 해 놓았으면 이렇게 허접하지 않았을걸. ] [닥쳐, 닥쳐! 영감탱이! 내가 머리가 안 따라 준다는 거야? ]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한 신의 말에 악신이 까불거리며 악을 쓴다. [ 그거야 당연한 거니 입 닥치고 있어라 ] 우두머리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 성유의 시점 ============================ =============== 주작이 떠난뒤. 현무가 부시시 눈을 떴다. 엑? 당신 기절한거 아니었어? 그의 깊고 깊은 검은 눈동자가 보인다. 빨려들어가는듯 검은. 그리고 그의 바리톤이 은은하게 귓가를 울린다. "지랄하는군, 황제." 네?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내가 처음으로 보는 무척이나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 사형선고. 그리고 빌어먹을...." 지랄하는군 황제 " ....너 진짜 현무야? 현무를 빙자한 뭔가 아냐? 응? 하지만 팔짱을 끼고서 그 심연같이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건 현무가 분명 맞다. 아아... 그럼 내 환청이었.... "역시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후, 제기랄." 가 아니잖아! 젠, 젠장! 당신 왜 자꾸 이래! 부담가! "...부담스럽다는 표정인가." 그 사이에 미소를 싹 지운 현무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저, 정답이십니다. 하지만 그걸 까발리면 연기가 안돼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고개를 내리깔면서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현무는 능글맞은 구렁이 같은 유들유들함....은 없지만, 그에 필적하는 무관심을 가진 놈. 그는 섹시한 입술을 다물면서 잇새로 내뱉었다. 나지막히 쉿 하는 쇠소리가 나는 그 목소리도 매력적이었다. " 잘못봤나." 아, 뭐 그러신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오랜만에 당신같은 말을 하니까 웃기잖아. 하도 이상한 말만 하다가. 하여튼 현무의 표정은 ' 더 이상 말 안해 ' 라는 카론경의 얼굴이었다. 입은 꼭 다물고, 눈도 감고. 하, 더 괴롭히고 싶은걸. 말을 더 걸자. "... 상처는... 괜찮으십니까." 벽에 기대서 고개를 돌려버린 현무를 바라보면서 약간 떨리는 물기어린 목소리를 내자. 그러면서도 억누르는듯한 목소리를. 설마 일본 만화 씨디를 들은적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 이런 목소리를 아시는 분은 많으리라 믿는다. ...애니를 봤던 씨디를 들었던. 현무는 살짝 가늘어진 눈으로 나를 돌아보다가 다시 무시해 버렸다. 감옥 바닥에 깔린 지푸라기들 위에 늘어진 그의 검은머리칼이 순간 꼬리같다고 생각해 버렸다. 아니, 아무리 지푸라기가 얄팍하게 깔려 있어도 그렇지, 머리카락을 방석삼아 깔고 앉아? 당신, 머리 땅겨서 안 아픈가? 아, 뭐 철인이니까. 하지만 여기서 이런 개소리를 집어치우고. 입술을 한번 꾹 깨물었다가 다시 물었다. "피가 아직 멈추지 않..." 컥- 현무가 내게 달려들어 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목을 졸랐다. 윽..비, 빌어먹을. 그의 손목을 죄었던 쇠사슬은 과자 바스라지듯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오, 이런. 괴물같은 놈. 하지만 지금은 이게 중요한게 아니야! 숨이 막힌다구! 크, 크윽.... 고맙게도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목을 조르는 이 놈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할것 같아? "...아...으..." 내목을 [ 정확히는 목젖을 ] 엄지손가락으로 압박하는 손에 숨이 턱턱 막혔다. 입에서는 내 본능을 이겨버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기랄...이 손 놔! 하지만 그렇게 조르면서도 그의 표정은 변한것 하나 없었다. 아, 그건 그렇고. 근데 당신, 왜 맨날 내 목을 졸라? 설마 그것이 취미..? ..같은 허무맹랑한 생각 하지 말자! 살아날 방도를 생각하라고! 온 몸의 [ 빌어먹을 ] 세포여! 한참을 그렇게 졸리고 나서야 [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느껴졌다 ] 그는 손을 놓았다. 그와 동시에 산소가 심각하게 부족했던 나는 휘청이며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아니, 그렇게 말 거는게 싫으셨습니까. 그는 서서 쓰러진 나를 내려다 보았다. "... 상관하지 마라." 그의 입술에서는 육감적인 바리톤이 흘러나왔다. 낮고, 적당히 울림이 있는, 그리고 차가우면서도 아주 무심한.. 도발해 보고 싶은 위험한 목소리다. 저런사람 한테 죽어도 후회는 없... ....다고 생각하나? 하여튼 그의 입에서는 그런 말이 흘러나왔고 나는 상처입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말 하지 마. 화나니까. 뭐, 그것도 당신의 매력이긴 해. 안그런가? 동지들? =================== 성유가 슬픈듯한 표정으로 나간뒤에 현무시점 ======================== 그런건 싫다. 그렇게 내 일에 끼어드는건. 지긋지긋해. 너가 아니더라도 끼어들 사람은 많아, 성유. 그리고...그 사람들은, 전부... 죽었지. 내가 죽여버렸지. 눈을 감고 등을 벽에 기댔다. 차가운 돌벽의 냉기가 뼈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런데....왜 머리가 이렇게 땡기는 거지? [ 머리칼을 깔고 앉았다는 사실은 절대 모르는 현무였다. ] ====================== 사형날 ======================== 오오, 드디어 운명의 날. 내가 현무의 감빵에 찾아간 뒤로 2 일이 흐른 지금. 나는 황제에게 눈물로 호소를 한 끝에 수갑 채우듯 밧줄로 손이 묶여버렸다. 그렇게 냉정한 표정을 한 황제는 또 처음 봤다. 청룡 저리가라 였으니까. 그렇게 차가운 얼굴, 냉혹한 말투로. " 닥치지 못하겠는가." 아, 망할. 무서운 놈. 내가 있는 곳은 황제의 알현실 바로 뒤쪽에 위치한 사.형.장. 이다. 왜 이런 곳에 사형장이 있는건지는..... 황제만이 알겠지? 하여튼 아주 고운 모래가 깔린 운동장 같은 곳의 둘레에는 돌로 만든 좌석이 놓여있고 [ 영화관인가? ] 사람들은 그곳에 다 앉아 있다. ...나는? 황제 옆에 아주 달라붙어 있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야, 미안해 현무. 일부로 그런거 아냐. 지금 내 손이 아주 묶여있는거 보이지 않냐? 현무가 천천히 나오는 것이 보였다. 현무는 원래는 줄에 묶여서 끌고 와야 했으나..! 너무나 당연한 이유 [ 힘이 엄청나다는 이유 ] 로 밧줄이 자꾸 끊어지자 금전적 손실을 참지 못한 경비 대장이 그냥 데리고 왔다. 하기야 쇠사슬도 툭툭 끊어지는 인간이 밧줄 하나쯤 못 끊을까. 현무는 상체를 벗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색정적 이었다. 내가 처음 그를 봤을 때 같은...그런. 무심한 사내. 적당한 근육이 드러난 팔과 가슴엔 날카롭게 가로지른 흉터들이 가득했다. [ 하기야 저번에 본 흉터인데 없어질리가 없지. ] 꼭 불에 지진듯한 자국과 더불어 채찍자국, 예리하게 파고든 칼날의 자국 등. 그의 표정은 완벽하게 무심했다. 죽는것을 알고 있는건가.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라고 볼수 없는 눈동자. 그리고 당당한 걸음걸이와 여유 넘치는 보폭. 자신의 목을 내리칠 망나니를 흘낏 바라보는 그 표정은 마치. ' 너희들이 힘으로 나를 잡은게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잡혀준 것이다 '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무정한 사람이지. 청룡보다도 더 마음이 얼어붙은 사람이야. 그는 황제를 쏘아보면서 꼿꼿하게 나무판 위에 섰다. 일반인보다 더 큰 몸집인지라 ... "아니, 저, 현무님. 좀 앉아주셨으면..." 망나니의 키가 안 닿는구나. 꽤나 쪽팔린 얼굴로 말을 더듬는 망나니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는 나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앉았다. 양반다리를 하고 판자 위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황제...그래, 황제같아. 검은빛의 황제 [ 현무 ]가 눈을 들어서 망나니와 눈을 마주쳤다. 빛이 잠시 공중에서 찌릿 하고 흐르더니, 망나니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칼날을 들어올렸다. 칼날이 천천히, 그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 황제의 시점 ================================ 그대로 죽어버려라. 영원히 깨어나지 않도록. 내가 너의 적이듯이, 너 또한 나의 적이니. 황제의 자리와 성유는 절대로 넘겨주지 않아. 처음봤을때부터, 그곳에 미친듯이 휘감겼으니까. 빛이 번쩍했다. =========================== 성유의 시점 ============================== 안돼! 제발... 빌어먹을.. "멈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명을 질렀다. 망나니의 손이 순간 흠칫 했다. 그리고 현무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으.... 조금 쪽팔리지만. 사극풍으로 한번 해 보자. 나는 황제 앞에 꿇어 앉았다. "제발...폐하." 밧줄이 손목을 파고들었다.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쓰라렸지만 목숨이 걸린 일인데... 제발.... 그가 내 부탁을 들어주기를. "부탁입니다, 폐하. 제발.. 그를 살려주십시오." 제발.. 머리를 땅바닥 까지 숙였다. 부탁드려요, 황제폐하. 부디 그를 살려주시기를. 나는 이미 그의 검은 심연에 잠겨버렸어. 헤어나지 못해. 그는 나의 거야. 나의 것을 죽이지 말아줘. 물론 당신도 뺏기기는 싫지만. 황제의 무표정한 얼굴에 분노가 어렸다. "...그렇게도 그가 좋은가." 예..? 그건 내가 현무한테 많이 듣던 소린데. "..예?" 얼빠진 소리를 내 버렸군. 이게 문제가 아닌데.... "몇번 몸을 섞더니 그가 좋아졌는가." 아아 물론.... 이라고는 내 입을 찢어도 말 못해! 그랬다가는 입이 아니라 사지가 찢길테니. ".... 제 모든것은 당신의 것입니다, 하지만...그는..... 제발.... 현무가 아니옵니까.."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마교의 인물이 모용세가의 이를 죽이려 하는것은 고대로부터의 전통입니다. 그렇게까지... 사형까지....한 예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부디...제발." 냉랭한 빛이 그의 눈에 스쳤다. "...폐하.." 아..? 어느새 울고 있었는지 뜨거운 물방울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폐....하......." 순간 빠른 빛이 내 눈앞을 스쳤다고 생각했다. 어깨부터 심장까지에서 핏물이 서서히 배어나왔다. 귓가에서 모든 사람의 경악성이 들려온다. 멀리서, 현무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핏물이 번짐과 동시에 눈앞이 붉어졌다. 오, 이런 빌어먹을. 나는 죽어버렸던 것이다! ...고 하면 너무 상투적이겠지. 하지만 진짜 죽어버렸는걸? 아, 저 빌어먹을 황제자식. 저 성격 파탄자. 지랄같은 불한당. 아무리 정신이 불안정 해도 그렇지, 나같은 미소년의 몸을 칼로 긋냐? 사디스트 같으니라고.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상황을 설명하자면. 핏물이 줄줄줄 흐름과 동시에 의식이 멀어져 갔고, 나는 우아~ 한 포즈로 쓰러져 버렸던 것이다. 이런 소리와 함께. '털썩' 오, 쉬파. 하여튼 이런 쓰러짐의 소리를 내고서, 유령이 되어버린 나는 그대로 빨려가듯이 죽음 안으로 사라졌다. ....이게 정확한 스토리.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령이 되어 그냥 죽었다.' 이해를 하겠는가? 멀리서 신들이 보인다. 상당히 당황한 눈친데? [ 여어, 안녕하시와요? ] 일단 인사부터 하자. 유일하게 형태를 갖춘 한 신이 까불거리면서 내게 손을 흔들었다. [헤에, 올라왔네? 죽은거야? ]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벌어지는 다구리. 퍽, 퍽, 퍽. 오, 예. 세상에서 제일로 재밌는게 첫째가 불구경, 둘째가 싸움구경이라 했다. 하지만 이 모든걸 압도하는건 바로 일방구타가 아닐런지? 하여튼 죽어라고 때리던 다른 흐리멍텅한 형체들이 어물어물 손을 흔들었다. [ 왔니? ] [ 오랜만이군, 카르. ] [ 여기서는 성유라 한다네~ ] 갑작스레 살아난 까불거리던 신 녀석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 근데 너, 왜 죽었냐? ] ....왜 죽었을까? 위로 스크롤을 올리시도록. 올리기 싫은 분들을 위한 배려 : 황제가 휘두른 검맞고 죽었다 아, 저런 지랄같은 공이 다 있구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신들은 모두 벼락을 맞은듯이 멈추어 버렸다. 악신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고는 고함쳤다. [ 아, 그럼 루이스 패거리도 깨어났겠....] 이어지는 구타. 퍽퍽퍽 하는 살벌한 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오더니만 맞고 있던 그 누군가가 복날 강아지 죽어가는 소리를 내면서 털푸덕 뻗어버렸다. 그러자 만족스러웠는지 신들은 손을 탁탁 털며 어디론가 스스슥 사라지고는 한참만에야 다시 돌아왔다. 아, 이 허접하기 그지없는 시간의 전개란. 어쨌거나 한참만에 돌아온 그들은 땀을 훔치면서 내게 물었다. [ 근데, 너, 불사신 아니었냐? ] 나는 모르겠는데요. 내가 고개를 휘휘 젓자 그들은 질문의 방향을 까불거리던 신에게 돌렸다. [ 너, 물을 불사약으로 바꿨댔지? 무슨 물 썼는데 애가 죽었냐? ] [ 우주가 창조되기 전의 물.... 같은 소리는 하지 마라. 이 태양충아. ] [ 흠! ] 그놈이 콧소리를 냈다. [ 뭘 썼더라..? 아 맞다, 스틱스 강물을.... ] 다시 이어지는 구타에 그 신은 피떡이 되어서 바닥에 늘어졌다. ( 아 물론 바닥이라 부를수 있다면 말이지 ) 우두머리 처럼 가장 몸집이 큰 흐리멍텅한 형채 하나가 큰 소리로 노성을 터뜨렸다. [ 저 바보자식 같으니라고! 스틱스 강물은 닿은 곳만 불사신인걸 몰랐냐? 쯧쯔...저것도 신이라고...] 악신이 고개를 들고서 반항을 한다. [....그거야 내 담당 구역이 아니걸랑, 내 구역은 북유럽이거든요? ] ( 주 :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로키입니다. 사신이죠. ) 하여튼간에 신들은 혀를 차고는 다시 내게로 물었다. [ 저 자식은 신경쓰지 마라.] [ 원래 저런 놈이다.] [ 조금 멍청해서 그리스 신화도 안 읽어본 놈이라구] 오오, 꽤 심한 험담인데? 하여튼간에 신들은 지네끼리 이리저리 말을 하더니 다시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 다시 살려줄게 ] [ 루이스 패거리는 걱정하지 마 ] 그러고 보니 몇편인가에서 내가 죽지 않는한 시간이 멈춰 있을거라고 한것 같은 기억이 드는군. 하여튼 죽어버렸던 나는, 다시 살아났다. ...아주 허접하고, 너무나도 쉽게. ....그런데, 내가 불사신이란 말은 뭔 뜻이지? [ 참고 : 성유는 불사신이라는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 ========================= 다시 살아나다 챙- 금속성의 소리와 함께 눈 앞에서 부러진 칼날이 날았다. 허어어억!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면 얼굴에 스칠뻔 했어. 내가 아슬아슬함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뒤에서 살기가 풀풀 풍겨왔다. 꼴에 고수라고, 나도 살기를 정확하게 느낄수 있단 말이지, 흠. "....황제." 에....엑? 현무씨?! 당신이 칼을 막은 겁니까? 당신은 저쪽, 이 공터의 한가운데에 있을텐데 언제 여기까지 날아왔... ....는게 아니군. 뒤를 돌아보자 엄청난 길이의 검기가 보였다. 설마 저게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쭈욱 늘어나서 황제의 검을 막은 것은...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는 앞에서 검기가 줄어들었으니까. 오, 말도 안돼. 장장 10 미터였다구. 황제는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았다. "왜 그러지, 배신자여." ....오, 이거 분위기 심상찮은데? 검은 오오라가 풀풀 풍겨, 아주. ....빌어먹을. 왠지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날것 같은 불길하고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그렇게 살벌한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는 그들. ...하지만 그들 와중에 떠오르는 나의 생각. '....사형장에 칼 가지고 들어와도 되는 거야? ' 으음..여기는 이상한 나라니까 될지도... 그냥 그렇게 납득하자. 아니면 정신 건강상 위험하다. ..잡소리가 어쨌거나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눈빛대결을 하고 있는 현무와 황제. 팔짱을 낀채 심각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주작과 백호. 의자에 깊숙히 몸을 묻은채 [ 귀빈석용 의자 - 왜 이런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에는 등받이가 달려있다 ]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눈을 감은 청룡. 정말 아무도 안 말리는 거야? ....하지만 황제의 서슬푸른 눈빛과 현무의 깊고 무심하다 못해 완전히 무저갱이 되어버린 그 눈동자를 보는 순간 온 몸의 기운이 쑥 빠져버렸다. 무서운 놈들. 한참의 대치를 하다가, 황제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는 것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검술이라고 부를만한 것도, 1 대 1 이 펼치는 검무라고도 볼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개. 싸. 움. "이야아아아아-" 황제가 달려간다. "...." 아무 말 없이 현무도 달려간다. 그리고 검이 챙- 하는 소리를 내면서 부딪힌다. 눈이 찔린듯이 아프다. 그리고. "...하아?" 주작이 한숨을 내면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백호의 한마디. "저자식들 또 시작이로군." 무슨 짓을 하냐고? 진짜 개싸움이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딱 한번 검을 부딪히고는 서로를 열심히 노려보던 둘이, 갑자기 칼을 던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땅바닥에 먼지가 자욱히 일어나면서 그들의 몸을 감쌌다... ....라면 멋있었겠지만, 칼이 하나 떨어졌다고 먼지가 일어나면 얼마나 일어나겠는가. 하여튼 떨어지는것을 시작으로 둘은 달려들어서... 옆에서 청룡이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차고, 물고, 뒹굴고, 주먹다짐이로군." 정답이다. 고수면 고수답게 폼나게 좀 싸워봐! 무림고수에 대한 내 환상이 아예 와장창 깨지고 있잖아! 오, 젠장. 대체 왜 이런거야? 사방신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덧붙여서, 손이 묶인채로 땅바닥에 반쯤 쓰러지다 시피 앉아 있는 나도. ============= 1 시간 뒤 "......배신자, 검을 들어라." "..." 도저히 승부가 나지 않자, 황제가 꺼낸 한마디 였다. 빌어먹을, 진작에 좀 이렇게 하지. 그리하여, 하는 마음에도 없는 검술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듣게 되었던 것이다. ....고수들의 싸움인지라, 내가 눈으로 따라갈수가 없었으니까. 세자리수는 가볍게 넘은 고수들의 기를 쪽쪽 빨아먹다시피 한 나인데도 그랬다. 엄청난 속도로 휘몰아치는 바람과 모래들.....로 인해서 못봤으면 폼이나 나지. 둘은 이 운동장에서 증발해 버렸던 것이다! ...어디로? ...........그거야 나도 모르지. 주작이 혀를 차면서 ' 저 새끼들 또...' 라는 말을 하는걸로 봐서, 몸을 숨긴채 싸우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엄청난 속도로? .....에라, 과학지식을 다 뿌개먹어라, 뿌개먹어. 도저히 물리학적인 설명이 불가능 하잖아! 하여튼간에 그렇게 또다기 30 분이 흐르고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뚝뚝 떨어지는건... "...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흐르는 피. 또다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정적이 흐르다가, 누군가의 육체가 하늘에서 툭 떨어진다. ....현...무? "......현무....님...!" 어느새 나는 그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터져버린 상처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또 무리했나보군. 빈혈인지 얼굴은 새하얗기 그지없다. 매력적이고 고집스러운 입술은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꾹 다물어져 있다. 무척이나 갸름한 눈매도 살짝 감겨서 그냥 지친것처럼 보이지만... .... ....이렇게 내 옷을 꼭 쥐고 있는건, 저놈이 정신을 잃었거나 맛이 갔거나 둘중 하나란 말이다. 황제가 하늘에서 역시 먼지를 일으키면서 떨어졌다. 하지만 현무와의 차이점이라면, 쓰러지지 않고 서 있었다는것. 피투성이기는 하지만 눈은 똑바로 현무를 쏘아보고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의 사나워 보이고 거만해 보이는 눈동자는 이내 내 모습으로 옮겨갔다. 오 젠장. "...너는 왜 거기 있는거지." 드디어, 심각하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게 틀림없었다. 죽이지야 않겠지만, 더 심각할지도. 살기로 온 몸이 떨려왔다. .....내가 또 목숨이 위험한 짓을 했구나... 나는 빈혈로 쓰러진 현무씨를 앞에 두고서 속으로 몸부림쳤다. -------------------------------------------------------------------------- 오오...빌어먹을 황제여. 하지만 슬픈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나는 기가 질려 버렸다. ...앗, 그러고 보니!!! 현무만 보다가 잊어버린 사실이 갑작스레 생각났다. ' 저놈도 미남이었지...' 맨 처음 찍은 놈이 황제였었지. 내 감상을 깨버리려는듯이 그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눈은 슬퍼 보이는데 목소리는 차갑디 차갑다니 이것 또한 언밸런스. ....가 문제가 아니고! "....비켜라." 천천히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그. 그리고 그 밑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쓰러져 있는 현무. ....현무의 벗은 상체를 거의 끌어안다 시피 하고 있는 나. 아, 끌어안다 시피지 끌어안은게 아니다. 손목이 밧줄로 꽁꽁 묶였는데 어떻게 끌어안으라는 거냐... 아, 잡소리가 많았군. 하여튼간에 검날이 번쩍, 이른바 내리칠 자세를 잡은 그는 그 거만해 보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비켜라, 죽여버리겠다." 내 주위의 남자들은 왜 이리도 거만하고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자주 쓰는 것일까. 현무놈은 언젠가 양초를 내 앞에서 부숴뜨린 적이 있었지. 그는 팔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는 검을 똑바로 현무의 심장에 겨눴다. 하아아아..? .....이런 와중에 내 혀는 지멋대로 움직였다. 아니, 적어도 그렇다고 믿을래. 나는 내 혀가 내 몸을 배신했다고 믿고 싶지 않아. "....싫습니다." 이제는 몸도 나를 거부하는구나. 황제의 차가운 얼굴은 아랑곳 하지 않고 현무를 몸으로 반쯤 가려버린 것이다. 오오...통곡이 그립구나. 동인녀의 정신이 내 정신이랑 일체가 된거라고 무심코 믿어버린 내가 잘못이지. 아직까지도 동인의 근본은 푸릇푸릇히 살아있었던 것이다! "....뭐라고?" 오만한 말투가 내 귓가를 스쳤다. 실제로.....기분이 참 드럽다. 하지만 목숨의 위기 앞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건 그렇지 않아도 짧아질 명을 더욱 재촉하는 짓. 나는 입을 열었다. "싫다고 했습니다." 오오오! 이 말을 하려던 것이 아닌데! 황제는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의 눈이,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어딘지 슬픈듯 했던 눈이, 광기로 빛나고 있었다. "같이 베어주마." 저게 정녕 황제란 말인가....!......는 집어치우고! 으어어어! 나 진짜 죽을지도! 그의 몸이 해를 가려서 검게 보였다... ......칼날이 공기를 베어낸다. 아니, 나도 나름대로 무술을 쓸줄 안다고! 나도 놀랄 정도로 뇌세포는 활동을 활발히 해 주었다. 그리하여 내가 꺼내든건... 촤악- 부채다. 뭘 더 바라는가. 검을 잡기에는 팔이 너무 여리다고... ......사부님이 그랬단 말이다! 내가 잡기 싫어서 안 잡은거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군. 하아, 두손으로 부채 하나를 쥐는게 너무 힘들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 묶어놓은거야? 하여튼간에 내 부채로 뮬란을 흉내내면서 쇄도하는 칼을 뺏기 위해 두팔을 힘껏 내리쳤다. 하지만.....역시 개인기는 힘든 것이었다. 타이밍을 잘못 맞췄는지 검날은 은으로 만든 부채 한쪽을 반쯤 갈라놓고 비껴나갔다. 저거 완전히 갈라졌다면......아, 상상만 해도 두렵군. 황제의 눈은 거의 녹색으로 보일 정도로 타오르고 있었다. 꿀꺽... ....목숨의 위기는 이제부터 일지도. ================= 주작의 시점 ====================== 성유가 달려나갔다. 그리고는 현무를 내려다 본다. 그의 남색빛 눈동자에 왠지 모르게 슬픈 빛이 어린다. ....아마도 그래야 겠지? 차마 호기심 비스므리한것과 탐구심 비스므리한것이 어렸다고는 말 못해! 하여튼간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황제 폐하랑 이리저리 말을 하더니, 열받았는지 폐하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열기도 못 느끼는지 건방진 대답을 잘도 해대는 성유. 그리하여 칼을 내리치자 어느새 뽑아든 부채로 막아낸다. 하지만..... ' 황제의 검은 그렇게 쉽게 치울수 있는게 아냐.' 덧붙이면, 저 상태의 황제는 나조차 시비를 걸지 못한다구. 어린시절부터 잘 알아 왔으니까.... 어차피 현무는 죽어야 해. 그게 그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거든. 그러니까, 그만 포기해. ===================== 성유의 시점 ============================== 아, 발광을 하다 보니 어느새 손목의 끈이 풀어졌다. 아까는 두 손으로 부채를 쥐고서 꺼낸건데 이제는 다른 한 손까지도 써먹을수 있겠군. 나는 다른 쪽 부채도 뽑아들었다. 여기서 얌전히 잘못했어요, 해 봤자 황제의 승질을 더 돋구니까. 그냥 맞짱 뜨자. 양탈수 같은 대사도 날려주고. "전 죽지 않습니다." "그래?" 검이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다. 허리를 숙여서 검을 피해냈다. 빠른속도로 날아드는 검날이 내 가슴을 노린다. 쳐내기에는 너무 빠르다. 동체시력이 아무리 좋으면 뭘 하나, 팔이 느린걸. 하지만 스피드는 꽤 돼는 내 육체는 간신히 검날을 피해냈다. 정말, 간.신.히. 베인 가슴에서는 피가 흘렀지만 그것에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내 다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검날 때문이지! 꼭 용이 날아드는 것 같이 빠르게 , 호랑이가 발톱을 세운 것처럼 사납게, 현무가 공격하는 것 같이 수 많은 공격점을 남겨두고서 주작과도 같은 붉은 섬광은 간발의 차로 피해낸 허벅지 대신에 내 팔을 깊게 찔렀다. 저 성격파탄자 같으니. 완전히 날아갈뻔한 팔을 부여잡고서 나는 그놈을 노려봤다. 지금 날 봐주고 있는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조금만 더 힘이 셌으면 내 팔 완전히 잘렸어. ".....죄송합니다." 여기서 인사를 하고. 서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자. 나는 성한 팔을 들어올렸다. 이것이야 말로 나의 비기...! ....그런데 그것을 행하면서도 떠들 여유가 있다니 나도 참 대단하군. 천천히 날아오르는 붉은 매화 꽃잎들. 환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실일지도 모른다. 수천 수만개의 매화들. 그것이 핏방울처럼 사방을 뒤덮는다. 그 진한 향기로 사람을 질식.....시킨다는 말은 빼야겠군! 지독한 향기로 반쯤 호흡곤란이 된 것을 숨기면서 나는 매화송이로 완벽하게 가려진 황제를 향해서 휘둘렀다. 이 모든 꽃 송이들이 나의 눈, 나의 검이다. 핏방울과도 같이 붉은 꽃들이 그를 향했지만.... 재수없게도 그는 내 혼신의 일격을 검 세번으로 깨뜨렸다! 그리고 덮쳐오는 반탄력. "컥....커억...." 나는 부채를 놓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피가 입에서 쏟아진다. 완전 내장이 비틀린듯. 오 제기랄. 야! 신들! 어떻게좀 해봐...! ....가 아니라 신님들, 저좀 굽어살펴주시죠. 황제는 내 목에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천천히 긋는다. 피가 흘러나왔다. 천천히, 그러나 땅바닥에 매화같은 흔적을 남기면서. 아직까지 눈을 못 뜨고 있는 현무가 보였다. ....... 당신 구하려다가 나 까지 죽잖아! 이것은 동인의 저주야! 황제가 싸늘한, 눈빛까지도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너를 죽이지는 않겠다." 그거 고맙군. 하지만 거세는 하지 말아줘. "대신에, 너와 현무에게 배신자의 칭호를 내리겠다."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건 뭔데? ----------------------------------------------------------- 하아? 그게 뭐야? 배신자의 칭호...같은거, 설마 전 무림의 적...같은 뻔한 스토리 전개는 아니겠지? "....그게 뭔데요?" ...라고 물을 정도로 나는 간이 크지 않단 말이..... ....벌써 말해버렸군. 내 혀는 신들린게 틀림없어. 아니면 마귀거나. ....적어도 나는 내 혀가 자꾸만 내 목숨을 간당간당하게 만들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다구! 황제의 눈썹이 작게 씰룩 거린다. 그리고 속눈썹 아래의 눈에서는 묘한 빛이 흐른다. "지금 날 놀리는 것인가." 설마. 눈에서 불똥까지 튀는 분께 장난을 걸 만큼 목숨이 많지는 않은데요. 내가 고양이도 아니니까. 신들을 과신하는 것도 지나친 망상이고. ....악신 녀석때문에 볼장 다 봤어. 빌어먹을, 이 세상에는 믿을게 하나 없다니까. 하여튼간에 속으로만 고개를 열심히 젓고는 그를 쳐다보았다. "흠..." 그는 고민하는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당신도 조금은 귀엽군. 나는 그가 어떤 대답을 할까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잠시 흐르는 침묵속에서 그는 고민을 하다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했다. "...주작한테 물어보도록." 여기 사람들은 왜 다 이래? ================== 배신자의 칭호란.... ========================= 으아아아! 이게 뭐냐고?! 저 위에서 뭔지 너무나 궁금했었던 ' 배신자의 칭호' 란... '흐윽...얼어죽겠어....' 감옥에서 100 년을 썩는 것이었다. 무기징역처럼. 그냥 죽이는 것 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라나. 식사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나오는 걸쭉한 죽이다. 그러니까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라는 간곡한 무기징역. 아니, 민주공화국인 우리 자랑스런 대한민국에선 밥이라도 제대로 주지만 여긴 뭐냐! 돼지도 안 먹을것 같은 멀건 옥수수 죽은 뭐나고! 玉米粥 [ 옥미죽 ] 옥수수 죽의 중국식 이름이다. 하지만 한입 먹었을때, 옥은 무슨 옥. 그냥 콱 뱉어버리고 싶었다. 그 지독한 맛이란. 멀겋고 물컹물컹 미끈미끈하고 약간 후추맛도 나고 짜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는 날계란 같은 그 비릿한 맛이 싫어. 예전에 내 방에서 먹었던 옥수수 죽에는 이런 맛이 없었는데.... 나는 수갑을 철컥 흔들었다. 불편하군. 원래는 손과 발을 잘라 몸통만 남겨 놓는게 규칙이지만.... ' 자르지는 마라. 손 발이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테니 ' ...라는 싹수없고 거만한 놈의 희번덕한 눈빛에 쫄은 여러 대신들이 그냥 붙여둔 것이다. 맛이갔어, 저놈은. 어쨌거나. 휘이잉~ "...으으으..." 정말 춥다. 화산의 감옥인지라 밖으로는 매화가 보이지만, 빌어먹게도 감옥의 상식에 충실한 이곳의 지하감옥은 춥기 그지없었다. 매화의 색이 따뜻하면 뭘 해. 실제로 열을 발산하지도 못하는걸. 사악한 황제녀석. 무능한 주작자식. 얼빠진 백호자식. 멍청한 청룡녀석. 무엇보다..... 섹시하고 매력적이고 무지무지하게 미남이지만... 위 사람들을 다 합한것 보다 더 무능하게 쓰러져 있던 현무놈! ...이런 빌어먹을 스토리. 내가 감방에 갖힌 것만 몇번인지. 판타지 세계에서도 이렇게 추위에 몸을 덜덜 떨었던것 같은데. 나는 몸을 웅크려 앉아서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으으으... 손은 수갑으로 발은 족쇄로. 말도 하지 말라고 어떤 놈이 내 혈도를 짚어놔 소리도 안 나온다. 어설픈 신음밖에는. 히터는 없더라도 지푸라기는 주면 안돼? 하여튼간에 벽도 산화철을 함유해서인지 붉기 그지없는 이 빌어먹을 감방. 벽은 싸늘한 흙바닥. 지푸라기라고는... 빗자루로 감방을 쓸때 떨어진것 같은 몇 오라기. 지금 나는 은팔찌와 은발찌를 차고 여기서 뭔 짓거리를 하는 거지? 이런 얼어죽을 놈의 감옥에서. 차라리 죽어버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고개를 떨구고 괴로워 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 앞으로 드리워졌다. --------------------------------------------------------- 그림자. 인간의 그림자. ......라기 보다는 촉수괴물에 더 가까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막 그가 모퉁이로 보이려는 순간... ....영화같이도 바람이 휘잉- 불어오고, 그의 긴 머리카락이 보였다. "...오랜만이다. 후배야." 그래! 이 빌어먹을 스토리. ....황제가 손 싹싹 빌며 찾아오기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제 삼자가 왜 온것.... "...." ...은 아니잖아? 저놈은 화산파 선배로 주작의 위치에 있었지. 그리고 꽤나 귀여운 [ 주접을 잘 떠는 ] 미청년이었고. 제 삼자는 무슨! 당신도 나의 제물입니다. 자, 이번에는 선후배 모드에 버닝해보자. "...." 잊어버렸다. 나 목소리가 안 나오지. 그냥 눈 딱 감고 신음만 흘려봐? 내가 머릿속으로 열심히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가 손을 뻗어서 수갑을 툭 쳤다. 그런데, 갑자기 그 쇠가 끊어졌.......으면 명령불복죄야. 얼마전까지만 해도 황제께서 친히 내게 이 은팔찌와 발찌를 채워주셨는걸. 하여튼간에 주작의 손 위로 그의 붉은 소맷자락이 휙 내려와 덮였.... 지금 영화찍습니까? "...." 신음소리도 우아으아히이 뭐 이런소리밖에 안 나올테니까 말 걸자는건 취소하자. 그냥 도도하고 서늘하게 노려보자. "...왜 황제한테 대들었나?" "..." 대답할수 있을거라고 보십니까? 거의 넝마가 되다시피 한 얇팍한 삼베옷을 내려다 보는 나를 그는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걱정할것 없어. 작업자득인걸. 암, 그리하고 말고. 내 빌어먹을 혀가 통제를 잃고 지멋대로 움직인 거야. "...말을 못하는 구나." ....이제야 알았어? "이리로 와봐." 그가 손을 멀리로 뻗어서 내 몸을 빠르게 찔렀다. 성대가 있을 위치. "...으...앗?..." 오, 실수. 다시 분위기를 무겁게 까는 거야. "...주작님. 황제폐하께서...많이 열..이 아니라, 노하셨습니까?" 열받은거라고 나올뻔 했어. 나 진짜 왜 이러지. 혀가 아주 지멋대로 굴러가, 아주. 주작이 그 약간 붉은빛을 띈 검은 눈을 살짝 감았다. "....당연한걸 묻는구나." "...하지만 그때 제가 어떻게 할수 있었겠습니까." 우우욱...닭살이 파바바박... 찢어진 옷 틈새로 소름이 보이지 않도록 수갑을 찬 팔을 약간 뒤로 빼면서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거 완전히 신파극 처럼 되어가는구만. 이른바, - 사또,!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옵고 아녀자는 두 아비를 섬길수 없사옵니다. 헝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 흠, 여봐라, 어서 이년을 매우 쳐라 ........상상력의 한계로군. 망할 춘향전. 주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황제께 빌어라." "전 잘못한게 없습니다." 여기서 냉랭 서늘 광선을 쏘아주자. 파바바박... "...정말로 잘못한게 없다고 생각하는가." "현무님을...전 ...." 다음 대사를 생각하니까 머릿속에도 소름이 돋는것 같군. 느끼해라. "...저는...죽게 놔둘수 없습니다..." 파바바박! 개미가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주작은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슬픈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황제폐하께서....네가 현무를 죽이면 용서해 주겠다고 하셨다." 미쳤냐! 내가 사람을 죽일수 있을것 같아? 거기다가 현무씨를! 차라리 감방에서 썩고말지! ================ 현무의 시점 ======================== 아무것도 안 보인다. 여기는 어둠속이다. 내게 어둠속은 언제나 친숙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음에까지 어둠이 스며듯한 기분은 무엇인지... 내가 그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갈라지고 쪼개지는 것인가. 눈앞에 그의 남색 머리카락이 선명하다. 이제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황제의 손에, 아니면 성유의... 성유의 검에. [ 성유는 검을 안 쓴다는 것을 굳이 지적해 주고 싶지는 않군요] 내 아버지를 죽인 백도. 흑도를 매장하려 하는 백도. 또한 나를 개발하라 시킨 백도... .....그들의 황제를 죽인다면.... =============== 황제의 시점 ====================== 모든걸 없애 버려야 해. 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면 무엇이든.. 그를 빼앗아 간 사람도, 앞으로 빼앗아 갈 이들도. 만약 그가 나를 끝까지 거부한다면, 그도 죽여버리겠어. 내 방에 가둔채로 영원히 부셔버리지. -------------------------------------------------- ================= 성유의 시점 ======================= 나는 고개를 쳐들었다. 이렇게 밖에 해결을 못 하겠지. 정.면.승.부. "황제 폐하를....뵐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목소리도 낮게 깔자. 약간 잠긴듯한 목소리로. 내 머릿속을 또다시 헤엄쳐 다니는 야오이 만화의 내용들. 덧붙여, 어딘지 냉정한 수의 이미지. 하지만 유유하고 여유로운 여왕님의 이미지를 붙이는 거야! ...역시 나는 천재라니까. "....무서운데, 성유." ...하지만 연기가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주작한테 따끔한 일침을 받고나서야 눈에 힘을 풀었....으면 되겠냐? 눈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할 수밖에. 솔찍히 내가 연기인걸 다 알아차린것 같지도 않고. 평소보다 분위기가 냉각되어서 그런듯 싶은데.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입술을 세게 한번 깨물자. 주작은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죽고싶어?" 아니, 별로. 살고싶어. 하여튼 대답하자. ".....페하께서 그걸 원하신다면." 우욱.... 루이스씨가 만들어줬던 전복죽이 올라올것 같아. ..애초에 먹은적도 없는것 같지만.. 그 희무끄리한 이상한 액체를 넣어서 만든걸 나더러 먹으라는게 말이 되냐! ...하여튼 이게 문제가 아니고. 주작은 자세를 바꿔 쇠창살을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내 눈을 들여다 보았다. 아니, 왜 자꾸 노려보세요? ....아니면 그냥 내 심리적 상상인건가. 마음속으로 도리도리 몇번 하고 정신을 가다듬는데, 그가 쇠창살에서 손을 떼면서 내게 냉정히 말했다. "..죽고싶다면, 내가 베어줄수도 있어." 저런! 맨날 실실 웃기만 하던 놈이 폼 잡으니까 왠지 무섭....지 않고 웃기는군. 그래도 내색할수는 없지. "저는, 지금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쪽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려줬다. 싸가지 만땅 미소. 오예~ 재수없음의 빔빔빔~ 그는 뒤를 돌아섰다. 붉은 기가 도는 검은 머리카락이 깃털처럼 펄럭....너, 진짜 영화찍냐? 왜 이리도 말이 안돼는 스토리가 자꾸만 이어져? 그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황제의 손에...너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 주작이 어쩐지 쓰게 웃었다. 그렇다면 내 대사는... "..." 침묵....일리가 없잖아! 드라마도 아니고. 할말은 해야지. "저는...폐하의 손에 죽지 않을 것입니다." 아, 물론이지. 죽긴 왜 죽어. 하렘건설을 이루기 전까진 죽을수 없어. ...한마디 덧붙여서, 이 무림의 사방신과 추가로 황제까지 꼬시지 않고는 현세로 돌아가지 않을거다. 그러니까 걱정 말아. 큭큭큭...동인의 정신을 아직 모르시는구만. 그가 아무 대답 없이 미끄러지듯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 미쳤구만. 정녕 내 눈앞에서 날아갔단 말인가. 내 눈깔이 삐었거나 대가리가 이상하거나...둘중 하나군. 역시 동인정신 때문에 뇌세포가 많이 죽은건가. 그나저나. "......엣취!" ...어쩐지 감기약이 그립다. =================== 다음날 ========================== 손이 묶인채로 질질질... 허리춤에 차고 있던 부채는 넝마가 되어 황제의 칼날아래 스러진지 오래다. 반쯤 나신이 드러나다시피 한 옷을 입고 공식자리에 서라는 거야? 이거 너무하는군. 하지만 내 운이 어디 그리 막강하던가. 덜티하고 덜티한 내 운은 끝내 나를 배신하고야 말았다. ....상체를 거의 드러낸 채로.. 지금 재판장에 끌려가고 있으니까! ' 어이, 형사 양반.' 나는 나를 질질 끌고 가는 관병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마음속으로만. 입이 찢어져도 저런 말은 못해! 이미지가 있지. ....아, 입이 찢어지면 애초에 말을 할수 없나? 아니, 그게 아니라! ' 좀 놔주시지...슬슬 은팔찌가 살을 파고드는데....' 은팔찌라는 은어를 모르시는 분은 없으시리라고 믿는다. 하여튼 뜨거운 태양아래서 질질질...끌려가는 나. 이런 악운도 악운이 없지. 한동안 추운 날씨가 계속되다가 [ 감방의 경험을 잘 아실 것이다 ] , 정작 끌려가는 날 이렇게 덥다니. 차라리 춥기라도 했으면. 하여튼간에 대리석과 옥돌들로 포장해 버린 왕도 [ 王道 ] 를 따라서 휘청거리는 몸으로 걷는 중이다. 쳇, 돈도 많은 귀족나리들. 나같은 불쌍한 죄인에게 좀 적선해 주시라고요~ 돈만 있다면야 지금 나를 끌고 과는 이 관병에게 돈을 먹여 매수해 버릴텐데 말이지. 아아...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둥근 해가 떴습니다- ....더워! 덥다고! 빌어먹을 무림같으니! 숲도 얼마 없으면서 무림이 무슨 무림이야! 내가 기대했던 온유한 학자들도 없구만! "으으으..." 드디어 내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고야 말았다. 휘청휘청 걷는 것도 슬슬 한계치. 하지만 황궁은... "조금만 가면 된다." 옆에서 안쓰러운 눈길로 보던 관병 나으리가 입을 열었다. 그렇겠지. 부러질듯 가느다란 손목에는 굵은 수갑을 차고, 새처럼 가늘디 가는 다리에도 두꺼운 족쇄를 찼으니. 거기다가 옷은 반쯤 넝마지, 넝마 사이로 들여다 보이는 나신은 피투성이지, 드디어 입에서는 피가 흐른다. 하지만 조금...이라고? 저기 보이는 황궁은 실루엣...일리도 없잖아! 심지어 보이지도 않아! 으아아아! 슬슬 한계치라고! 야! 신들! 아프지 않게 좀 해달라고! ================ 신님들의 시점 =================== [ ....그렇다는 구만.] [아, 그래?] 뻐억 [ '아 그래'가 아니잖아! '아 그래' 가! 이 악신 녀석, 뇌도 없는 멍청이...] [ 시끄럿, 시끄럿 잔소리꾼! 그래, 고통을 없애줄까? 신경을 파괴해줘?] [ 너 바보냐?] 옆에 있던 신이 끼어들었다. [ 그냥 단순히 고통을 없애주면 되는걸 신경까지 없애? 그래서 성유가 널 싫어하는거야. ]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악신이 혀를 내민다. [ 그렇게 잘 알면 당신이 하지 그래?] [아, 진짜 그래도 괜찮은가? 자네를 믿기에는 내 정신이 아직 양호해서 말이지....] [ 영감탱이, 너 진짜! ] 한동안 삿대질이 오가고, 겨우 진정이 되었을 때도 악신과 그 신은 서로를 죽일듯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 너같은 건..] [ 영감같은 건...] [ 흠흠! ] 우두머리가 끼어들었다. [성유가 뭔가를 저지르려는듯 보이니, 아직은 손을 쓰지 맙시다. ] [ 좋소!] [ 좋소이다! ] [오케이-] 하지만 성유는 고통으로 인해서 신들을 죽어라 욕하고 있었다. ================ 성유의 시점 ===================== 오, 빌어먹을 제기랄 쉬파 젠장 덴장. 아무데도 쓸모 없는 신님들. 지금 뜨겁게 달구어진 은팔찌가 저를 아주 지지고 있다고요! 조금만 더 있다가는 구운 고기 되겠어. .....고기에 머리카락이 달렸다니...아무도 안 먹겠.. ..........는게 당연하지! 나 미쳤나봐. 드디어 뇌도 찜처럼 쪄 졌나봐. 뜨끈뜨끈하다 못해서 김까지 솟아오르는 대리석 길을 걷다보면 미치는게 당연하지. 하아, 아직도 황궁은 멀었다. ====================== 한시간 하고도 이십분 뒤... ===================== ".....윽....윽..." 지금 나는 재판장에 반쯤 쓰러지다 시피 앉아 있다. 바닥에 온돌을 깔았는지 아주 따뜻...하다 못해서 슬슬 지진 고기가 되겠어. 기름만 뿌리면 딱이야, 아주. " 무슨 일로 왔는지 황제께 고하라." 염소수염의 아저씨가 그 낭랑하다못해 짜증나는 목소리로 외쳤다. 뭘로 말할까. 못 죽이겠습니다? 높은 단상 위에 앉은 황제와 그 주위의 사방신들을 잠시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현무의 모습은 없다. 냉랭한 청룡의 모습. 슬픈듯한 주작. 걱정스러운 표정의 백호. 그리고.... 현무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황제. 얌마! 그것은 현무 버전이야! 현무 특허라구! 그러니까 너는 그걸 사용하지....말라고 할 정도로 나는 대담하지 않다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인 은성유, 황제께 청을 드리나이다." 내 조롱하는듯한 목소리가 금으로 떡칠한 재판장 안을 울렸다. 이제부터, 즐거운 파티타임이다. ------------------------------------------------------- 내가 미쳤지. 즐거운 파티 타임..? ...물론 즐겁겠지, 나만 제외하고. 내 피와 눈물과 살을 먹고 마실텐데 어찌 즐겁지 않으랴. 내 육질은 이미 고루고루 구워졌으니 잡수시기도 좋을... ....닥쳐! 이 자아비판 모드! 잘만 하면 내 파티고, 못하면 저기 있는 염소수염의 파티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금으로 쳐바르고 보석으로 번쩍거리는 옥자 위의 황제를 올려다 보았다. "폐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소신이 어쩌고 죄송하지만 어쩌고 하는 말을 쓰지 않고, 곧바로 말해서인지 염소수염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썩을것. 네놈 같은 것을 간신이라 부르는 것이렷다! ...가 중요한게 아니고! 하여튼간에 황제는 그 거만한 얼굴을 들어서 나를 쏘아보았다. 턱은 위로 치켜올린채 눈만 살짝 내리깐것이... ....' ....싸가지 없는 것 ' 아주 뭐뭐 같아 보인다. 우씨, 왕자병에 지가 잘난척 하는 누구누군가의 영혼이 한겹 씌워진듯 재수없는 것. "...말하라." 입에서 나오는 음성은...현무보다는 조금 딸리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이로군. 현무처럼 매혹적인 목소리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거만한 멋이 있어. 하지만 여기선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냉랭하다못해 얼음이 꽝꽝 얼어버린 목소리로 말을 하자. "폐하. 저는 현무님을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황제의 얼굴에는 조금의 미동조차 없다. 주작님은... 약간 당황스런 표정이군. 내가 뭐라 그럴지 다 알면서도 왜 이리 오바해? 청룡의 표정은...말할 필요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속에서 꼭 뭐가 올라올것 같다. ' 제길...눈깔 튀어나오고 입 딱 벌어져 침이 줄줄 흐르는 꼴을 내가 꼭 봐야 해? ' 얼음탱이 청룡의 완전 일그러진 표정은 처음보는군. 백호씨는... 언제나 그렇듯이 약간 아저씨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꼭 [ 아, 술 마시고 이 모든것 잊어버리고 싶어 ] 라는 표정. 쳇, 눈만 버렸구만. 황제의 눈이 냉랭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이유를 말하라." 그래, 말해주지. 이번에는 부드럽게, 부드러운 어조로. "잘 아시지 아니합니까?" 여기서는 정떨어지는 싸가지 미소를 지어보이자. 한쪽 입꼬리만 쓰윽 올리자 옆에 있던 대신들이 길길히 날뛴다. 난 니네한테 말한것도 아닌데 왜 니네가 더 난리야? "무엄한!" "저, 저, 저놈을 당장 처단하시옵소서~" 맘대로 해라. 개중에는 뒷목 잡고 [ 아, 혈압이야...] 를 외치며 쓰러지는 놈도 보였다. 웃긴놈. 역시 자네는 드라마를 너무 본거야. 황제가 차갑게 말했다. "그게 전부인가?" "물론..아닙니다. 폐하." 나는 도도하게 일어섰다. 이제, 내게는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 암! 필요하고 말고! =================== 신들의 시점 ==================== [들었지?] [그랬네.] [뭘 어쩌자는 걸까?] [좀더 기다려 보자.] 그들은 그렇게 수수방관을 하고 있었다. .....성유가 만약 알았더라면 신들은 욕을 엄청 얻어먹었을 것이다. ============= 성유의 시점 ============================== "잘 보세요, 앞으로 이런 서비스는 없을 거니까." 장난스러운 어조로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이제 눈앞이 다시 붉다. 하지만 고통은 없다. ....뭔 말인지 모르겠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하면 이야기가 안 이어지잖아! 사실은! 그냥 옆에 있는 병사의 칼을 뺏어서 심장에 찔러 넣었다. 물론 마음 속으로 신신신 이 돌팔이들아~ 를 강렬히 외치며. 하지만 신들은 [ 이름만 신은 아니었는지 ] 내 고통을 없애 주었다. ...이런 능력이 있으면 아까 더위에 반쯤 찜이 되었을때 써 줘야 했을거 아냐?! 내 다리가 퍽 꺾였다. 귀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웅성거림이 들린다. 망할것들, 좀 조용히 기절좀 하자. 기절하던 사람도 깨어나겠다. 어쨌거나. ....지금 고통을 없애준게 고맙다기보다 열받는군. 하여튼 반쯤 기절해 가면서 이런 생각하는 나도 참..... 나도 진짜 독종이라니까. 피 철철철 흘리면서 황제랑 싸우던 현무 못지않게. 몸이 반쯤 무너져 내렸다. ....뭐, 반은 일부로 그랬다는걸 시인하는 바이다. 아, 씨. 거참 바닥한번 딱딱하군. 빌어먹게도 대리석으로 쫘악 도배되어 있으며 따끈따끈한 철판 못지 않게 달구어져 있다. 피가 뚝뚝 아래로 흘러내린다. 입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내린다. 나는 흐려져 가는 눈을 들어서 서늘하게 황제를 노려보았다. 입에서 약간 갈라진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뒤로 쓰러져 기절한 척 했다. 우씨, 기절이 어디 쉽게 되냐고! ------------------------------------------------- ============================= 현무의 시점 ================================ 사부님이 나를 창조해 냈다는, 황제의 명에 의해 만들어 냈다고 알게된 그 순간부터 나는 백도를 증오했다. 내가 내 사부님을 스스로 죽여버리고 나서 마교가 나를 불렀다. 나는 마교의 힘으로 만들어진 아이였다. [ 마유 曰 : 왜 갑자기 ' 인조인간 로보트~' 가 생각나는 걸까...;] 그들이 만들어 놓은 육체에 그들이 만든 영혼인 나. 완벽히 최강이라 생각해 오고 있었다. 아니, 나는 아직도 이곳 무림에서 최강이다. 어느 누구도 나를 이기지 못한다. ..... 하지만 그 모든건 싸움, 싸움 뿐이다. 내가 잘하는 것은 오직 싸움. 그 외의 다른 방면에서....나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곳은 피가 흐르는 곳. 다른 곳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들은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기에. 피는 나의 삶이었다. 하지만.... 황제와의 싸움으로 결국 지고 말았다. 눈앞에서 검신이 은빛 선을 그리며 찔러들어오는데 피하지 못했다. 복부에서 상처가 터져 피가 줄줄 흐르는게 느껴졌다. 이상하리만치 몸이 둔했다. 그리고.... ......졌다. 난생 처음으로. 비록 빈혈로 인해서 몸이 둔해졌지만 진건 진 것이다. 그리고 그는...이겼다. 싸움은 결과다. 과정이 어땠던 나는 졌다. 그리고....나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도록. ==================== 나의 시점! ======================== 바닥에 쓰러진 성유의 몸 주위로 피가 퍼져나갔다. 황제는 옥좌에 앉아서 냉랭한 얼굴로 그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그의 손톱은 팔걸이를 파고들듯 세워져 있었다. 진한 녹색빛의 대리석 위의 남색빛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 핏기를 잃어서 더욱 새하얀... 마치 희디 흰 꽃잎처럼 애처로와 보이는 색. 주작은 그의 몸 주위로 퍼진 피가 꼭 꽃잎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도도하고 우아한 이. 냉정하고 도발적인 이. 그 만큼 화산의 매화에 잘 어울리는 이도 드물것이다. 차가운 눈빛이 그들의 사이를 날카롭게 갈라버린 이후에도 그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황제는 입을 열었다. 무겁고, 냉정한 목소리였다. "주작, 데려가라." 주작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무릎을 털썩 꿇고는 그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죽은건 아니었다. 그는 마음을 놓았지만 차갑고 흰 대리석처럼 얼어붙은듯한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래, 마치 죽은사람 같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성유의 몸을 들쳐업었다. ===================== 성유의 시점 ========================== 뭔가를 중얼중얼 거리던 주작이 나를 엎었다. 하아, 기절한 척 하기도 힘들구만. ...다행스럽게도 깊이 찌른건 아니어서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였다. 돌팔이 끼가 다분하던 신놈들도 왠일인지 상처가 별로 나지 않도록 힘을 써주었다. ....힘을 썼다고 생각하니까 정사와 끄으응....가가 생각나는걸. 이봐! 나는 변비가 아니야! 하여튼간에 어찌하고 어찌된 나의 기절사기극 [ 과 자살사기극] 은 주작의 손에 이끌려 질질질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파티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결말이로군. ================= 황제의 시점 ========================= 그는 모른다. 내가 얼마나 가슴졸이고 있는지를. 차갑고 유혹적인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얼마나 미친듯 부셔버리고 싶은지를. 그 매혹적인 입술로 나를 향해서 저주의 말을 쏟아낼때는 미칠듯이 안아버리고 싶다. 그의 눈이 향한 사람이 내가 아님을 알면서도... 미칠듯이... 그는 그렇게 우리들 사이를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나갔다. 우리가 그의 빛깔에 젖어 더이상 날수 없게 될 때까지. ------------------------------------------------ =================== 성유시점 ================== 황당한 사기기절에서 깨어났을때 [ 처럼 보이게 만들었을때 ]제일 먼저 보인건... ......뭐겠냐, 천장이지. 원래 칼잠을 잤었는데 주작이 이리 뉘어놓은 모양이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크윽...아까 기절한척 하느라 몸에 힘을 억지로 뺀체 눈을 감고 있었더니 온몸이 뻐근하다. 붉은 나무로 가장자리를 댄 창문과 어딘지 고급스러운 붉은빛 휘장이 둘러진 방. 천장에 보이는 것은 깃털무늬가 수놓아진 모란 모양 등. ......상당히 비싸보이는데... "....일어났니?" 화려한 불꽃무늬의 조각이 새겨진 문이 열리며 주작의 모습이 보였다. 손에 받쳐들고 있는 저것은... "....죽이야, 조금 가져왔어." 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고 보니. ' 그걸 또 써먹을까? 크큭...' 예전에 판타지 세계에서도 써 봤었지. 바로.. "....누구세요?" 크하하하하! 이름하여 수의 로망, 기억상실모드! 맨날 우아 도도 이것도 약간 질렸으니 이번에는....그래! 약간 바꿔서 싸가지 모드를! 이른바 지랄수가 되어 보는 거야! 글썽글썽한 눈망울의 꽃수 [ 플러스 아방수 ] 도 질렸거든. 그건 판타지 모드잖아. 내 물음을 들은 주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쩐지 조금 미안한데? 하지만 재밌으니까. "....누군데 여깄는 건가요! 제 아버지 어머니는!" .....그러고 보니 나 예전에도 한번 기억을 잃은 소년으로 사기친 적이 있었지. 기억이 안나시는가? 왜, 왕한테 발견되었을 당시에 강간당하고 버려진 소년처럼 행동했던걸 잊으셨나? 그러니까 그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주작의 손에서 그릇이 미끄러져 바닥에 장렬히 부딪혔다. 쨍그랑 그리고 쏟아지는 죽. ' 오매, 아까운것 ' 괜히 사기쳤나 하는 기분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손들어! 정말...재미 없어? 하여튼간에 기절할듯 하얘진 주작을 쏘아봤다. 주작이 입술을 파들파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단 말이지?" " 아 진짜 짜증나게 하네. 당신 누구예요?" 아싸! 원래 성질과 비슷한 지랄수가 되니까 입에서 저절로 말이 술술 나온다. 역시 나는 천성이 지랄여우수? ...설마. 나는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윽 하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실 그렇게 아프지 않았지만... 우후후.... 약한모습도 괜찮지. 하기야 가슴을 날카로운 도구로 찔렀는데 안 아픈게 이상하다. 지금도 붕대가 칭칭 감겨진 상태고. [ 덕분에 숨쉬기도 힘들다. 누가 이리 꽉 조여놨는지 ] 신님들의 덕에 고통은 없는게 다행이다. 아팠으면....크윽... 피로 내 몸 주위 거의 일미터 가깝게 피가 낭자했는데, 얼마나 아플 것인가? ...잡생각은 관두자. 하여튼간에 내가 쓰러지듯 주저앉자 그가 내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그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성유야." 그가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후후, 완벽한 연기를 위해서라면. "나는 성유가 아니에요! 내 이름은 지민이란 말입니다!" 다른 이름을 지어내면 더 헷깔리지 않겠어? 그냥 쓰던 이름 쓰자. 조금 이상하게 들리지만 뭐...한자어인건 맞으니까. 智[지혜 지 ] 旻 [하늘 민 ] 성은....그냥 아무거나 붙이자. 김지민은 좀 이상하잖아? 그가 나를 다시 침대위에 내려놓고는 슬픈 눈빛으로 날 보았다. "....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어디 가지 마라." 당근이지. 하지만. "...당신이 누군데 이러는 거예요! 나는 가야 해요! 어머니 아버지가-! 이거 놔요!" 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거의 발광하다시피 하는 나를 붙잡고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나가면 안돼. 금방 돌아올게." "하, 하지만 어머니가!" "부모님 가문이 어디지?" .....김씨가문 이와요....라고 할 수 있겠냐?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고 그것을 말씀드리지요?"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황제 직속 호위병 사방신중 주작이다. 설마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겠는가."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 당신이 사방신이라는 것도 못 믿겠어요." 그리고 차가운 눈길로 그를 쏘아보았다. "내보내 주세요!" 그가 나지막히 말했다. "안돼." "내보내 주세요! 아버지가 지금 죽어간단...흡?!"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왜 그러냐고? 리얼한 연기의 연장선일 뿐이라네. 훗. "누가 네 아버지를 죽인다는 말인가?" 주작의 눈동자에서 알수 없는 빛이 일렁였다. ....오싹하지만 뭔가 슬픈느낌....을 느꼈을 리가 없다. 그냥 이상한 빛 정도로만 알아둬라. 내가 무슨 독심술사도 아니고. "....." 나는 살짝 그를 재 보는척 하다가 입을 열었다. "... 옷에...붉은 염소가 그려져 있는 것만 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어렸다. "...설마...그? 그일리가 없어...그는 고위 관리라고." ...누굴 찍었을것 같은가? .....염소수염이지 누구겠는가! 당신 유난히 짜증났어. 맨날 황제한테만 아부떨고 나는 맨날 천민 천민 하는 표정으로 째려보고. 죽었어, 간신자식. 아, 염소수염이라 해서 내 싸부님과 착각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절대로 아니다. 우리 싸부님은 콧수염은 정상적이라고. 하지만 그 빌어먹을 간신새끼는 콧수염이 팔짜수염이다. 이른바, 八. "...제발 빨리 가 주세요..제발...." 그가 고개를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저었다. "미안...그럴수 없어." "...이렇게까지 물어봐 놓고, 대체 왜 이러시는 건가요? 아까 화낸 것은 사과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제 부모님을 살려주세요..." 눈물까지 뚝뚝 흘리면서 그를 쳐다보자 그는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네가 주작단에 들어온지 벌써 시간이 꽤 흘렀어. .....아마도...살아계시지 않을 거다." "예? 주작단이라니요?! 지금 저를 놀리지 말아주세요!" 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따졌다. 어딘지...약간 궁지에 몰린 모습인데. 지랄수가 아니잖아? 다시 조금더 지랄지랄 하고 싶지만서두 그랬다가는 한대 맞을까 두렵군. 또 그럴 상황도 아니고. "....너는....예전에 기억을 잃고서 황상을 만났어. 폐하는 너를 화산 학원에 넣어주었지." 그는 눈을 갸름하게 감았다. "너는 그곳에서 무공을 익혔고 대회에서 이겨 내 아래의 주작단에 들어와 황제폐하를 모시게 되었다." 여기서 살짝 몸을 떨어주자. 바르르... ....부르르가 아니니 조심하도록. "너는 폐하께 말했다. 기억을 잃고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수도로 올라온 것이라고..."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자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미안. 너의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는 몸을 돌려 그대로 나갔다. ...자아, 그럼 마지막을 장식해 볼까. 쨍그랑! 나는 화병을 문에 던졌다. 날카로운 파편이 이곳저곳에 튀었다. ...으음...이게 바로 내가 의도하던 것이야. 훗. 주작이 발을 멈칫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그는 돌아서 가 버렸다. 아아...역시 드라마 모드가 좋긴 좋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시작할때는 조금 부드러운 우아함 이었는데 왜 점점 도발적임이 되어 가는 걸까? ....역시... ' 초심을 잃은 게야. ' --------------------------------------------- ============ 성유의 시점 ================== 복도에 인기척도 없어지자 나는 슬며시 이불을 끌어다 덮었다. 춥군. 얼어죽겠어. 상처로 인해서 열이 나는지 이마는 펄펄 끓고 있었다. ....앞으로는 두번다시 내 심장에 흉기를 박아넣지는 말아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짐했다. 이건 정말 인간이 할 짓이 못돼. 밖에서는 비바람이 휘몰아치며 창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 주작의 시점 ====================== 황제한테 감히 그런 말을 할수 있을까. 모용천. 그가 내 어릴적부터 친구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그는 황제다. 성유, 기억을 되찾은 것인가. 기억을 잃고 버려진 그. 하지만... 이제 우리를 향한 기억을 잃어버렸다. 길 양 옆의 억새가 비바람에 젖어 사납게 흔들렸다. 솨아- 솨아- 그 소리 만으로도 비가 오는것 같다. 차가운 빗방울이 내 얼굴로 날아들었다. 황제, 내가 이 소식을 너에게 전한다면, 너는 그를 부숴뜨릴까? 폭행하고 독설을 쏟아내서라도 그의 망각을 깨뜨려 버릴까? 하늘은 아주 검었다. 마치 현무가 하늘을 덮어버린듯. 부탁이야. 그는 그냥 잊어버리는게 나을 거야. 아니면...우리에게 승산이 없으니까. 성유가 현무를 기억하게 만들지 마. 억새가 날카롭게 울었다. 그들의 그림자가 길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 제 3 자의 시점 ================== 황제의 방안에는 침상 하나와 탁자 하나가 있을 뿐, 다른 가구는 없었다. 차가운 다기잔 안에는 식어버린 찻물이 소용돌이를 치며 담겨있었다. 그리고 황제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서 있는 청년을 노려보고 있었다. "...기억을 잃어버렸단 말인가." "....직접 보시겠습니까." 청년의 약간 긴 앞머리에 가려진 눈동자가 깊고 검었다. 황제는 잠깐 고민을 했다. 그는 입을 열었다. "...그를 보고싶지 않다." 주작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황제는 차가운 목소리로 주작의 말을 끊었다. "나를 배신한 자를, 찾아가는게 선택이 아니라 의무인가?" 나무로 단정히 테를 두른 창문이 삐걱거리며 바람을 들여보냈다. 탁자위에 놓여 있던 등불이 세게 흔들렸다. 주작은 차가운 얼굴의 황제를 보았다. 황제의 얼굴은 등불에 가려서 더욱 잔인해 보였다. 서늘하다. 날카로운 날이 서있다. 청룡과는 다른 그런 격렬한 차가움이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 천[天]." 촛불이 휘몰아친 바람에 꺼져버렸다. 깊고 차가운 어둠속에서 황제의 차가운 눈이 빛을 발했다. "내가 알바 아냐. 더구나 그가 성유가 아니라 지민이라면 더 그렇지." 입술 안쪽으로 따끔한 아픔이 느껴진다고 주작은 생각했다. 비릿한 맛이 입 안으로 퍼졌다. 그는 단정하게 포권을 취했다. 깊게 잠겨버린 눈이 슬퍼보였다. "그럼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 폐하." 주작은 뒤돌아서서 천천히 나갔다. 입구에 드리워진 대나무 발을 치우고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낮게 잠겨있었다. "그가 기억을 되찾게 만들겠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주작은 고개를 돌렸다. 황제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 성유의 시점 ======================== 어느새 잠 들었는지 내가 막 일어났을때는 한밤중이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창문가로 향했다. 크윽...목 아파라. 하기야 일어나 보니 머리가 90 도로 꺾여있기는 했다. 역시...잠을 잘못 잔거야. 나는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았다. 밤보다 더 까만 빛의 하늘에 의아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비오는구만.' 아까까지는 그냥 비바람이라 할만 했는데, 지금은...거의 태풍 수준이다. 창 밖에 긴 가지를 드리우고 있던 매화나무 한 그루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꺾여나갔다. ....아싸. 저거때문에 빛이 안 들어왔는데. 가장 굵은 가지가 꺾여나가서 창밖의 풍경을 더욱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나무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태풍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나는 파괴를 좋아하거든. 물론 인간이 파괴하는거 말고, 태풍이라던가, 홍수라던가 하는 것. 화산 밑에 자리잡은 억새밭은 미친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바람이 그만큼 거세다는 소리겠지. 내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에 흠뻑 젖은 주작이 들어왔다. ....뭐하다가 저렇게 비맞은 개새끼 꼴로 들어온 거야? ....또 나간지가 언젠데 이제야 슬금슬금 기어들어와? 하기야 슬금슬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당당히 들어왔지만. ================= 주작의 시점 ================= 술을 마셨다. 미쳐버린 비와 바람을 친구삼아 술을 마셨다. 독한 술을 두어병 넘게 들이마시자 날카로운 통증이 내 몸을 관통하는것 같았다. 성유가 아니라 지민이라... 그가 그렇게 말했지. 황제도 그렇게 말했지. 지민이라고. 성유가 아니라고. 내가 알던, 나를 알던 성유는 어느곳에도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수도 있잖아. 주점의 창문이 거센 비바람으로 깨져나갔다. 찢어지고 떨어진 잎들이 바람을 타고 주점 안으로 휘몰아쳤다. 미쳐버릴것 같았다. 사라졌다. 사라졌다. 성유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건 지민이라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또 하나의 인물 뿐. 나는 웃어버렸다. 바람의 소리와 대결하듯 웃으면서 하는 화산으로 향했다. 지민이라는 청년이 있는 곳으로. 억새들은 아직까지도 춤을 추고 있었다. 발목이 잘린채 춤을 춘다는 어떤 여신의 모습같았다. 날카로운 돌들이 내 발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내 등을 후려치는 비바람을 지나 바람소리로 꽉 찬 복도를 지나, 나는 그가 있는 방에 닿았다. 나는 문을 열었다.... 창문을 내다보고 있는 남색빛 머리카락의 그가 보였다. 그가 흘낏 나를 쳐다본다. 순간, 내 이성은 사라져 버렸다. ================= 성유의 시점 ========================== 야! 이 작자가 뭘하는 거야! 나는 환자라고....라고 차마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만하란 말이다! 아프지야 않지만 진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아직까지 붕대도 칭칭 감고 있는 사람한테 뭘 하는 거야! 엉? 그렇다. 그는 당신들이 상상한 그 짓을 내게 마음껏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거친 몸동작에 내 지랄수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윽...윽......그만해! 아파앗-" 천만 다행으로 그의 손이 내 붕대는 풀지 않았지만, 유두가 있는 위치를 자꾸 찝쩍거린다. 상처 덧나면 너 죽어. 하기야 신들의 가호가 있는 한 덧날 일도 없겠지만. 그의 이빨이 내 목덜미를 물었다. 세게 문건 아니지만 ....아까 잘못 잔 잠의 여파로 아픈 자리인지라 거의 자지러졌다. 저저저 씹탱이! "아아악-" 그의 손이 내 바지 안쪽으로 들어와 천천히 허벅지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허벅지 안쪽으로 차가운 손가락이 닿자 내 몸이 움찔 했다. 크윽..소름끼쳐. 재수없게도 내 성감대가 그곳인걸 알아차린 주작은 내 바지를 완전히 벗겨놓고서 혀와 이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오늘만 그냥 넘어가자. 나 지금 근육통이란 말이야. 가슴에는 상처도 있고. 응? 밖에서는 태풍이 몰아쳤지만 안에서는.... 우리들이 엉켜있다. 내 반항과 그의 공격적 플레이는 거의 태풍 이상이다. 내가 동인계라 하지만, 목이 아픈데 하고 싶겠는가? 아프다 못해 늘어지는 몸을 사수하기 위해 발을 뻗어 그를 차자, 그가 이를 세워 내 발목을 물었다. 크윽.. 니가 개[犬]인줄아냐. 하지만 그의 눈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을 멈추어 버렸다. 아무런 빛도 없었다. 현무의 눈이라 착각했을 만큼. 슬퍼보이기까지 했다. .....괜히 기억상실이라 뻥쳤나. 어쩐지 루이스씨의 때만큼 사람에게 상처를 준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 =================== 주작의 시점 =========================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미쳤다.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안 그랬다면 그가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에 몸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일도 없을 테니까. 그의 남색빛 머리카락을 보는 순간에 미쳐버린게 틀림없다. 안 그렇다면 내가 그를 지금처럼 범할수 있단 말인가. 그의 옷을 찢어내리고 거칠게 목을 깨물고 그의 머리카락을 휘어잡는다. 그의 놀란듯 동그란 밤하늘빛 눈동자에는 이미 물기가 어려있다. 미쳐버렸나봐. 고통인지 쾌락인지로 흐느끼는 그의 얼굴이 색정적이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 미쳐버린거야. 내가 그에게 미쳐버린 거야. =================== 성유의 시점 ========================== 크윽! 아프다. 나는 지금 기억상실이라 뻥 친것을 절대로 후회하고 있다. 크으윽! 밑에 깔린채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는 나도 생각해 주란 말이야! "....윽...읏.....아윽..." 그가 거친 동작으로 허리를 움직일때마다 나는... ....축 늘어진채 힘 없이 끌려가고 있다. 무식한 것. 그만 좀 흔들어! 허리에 쥐 나겠다. "...으윽..." ...기억상실을 좀 오래 끌을까...생각도 했지만 안되겠다. 그냥 이번 씬을 마지막으로 다시 돌아오자. ...몸이 안 남아나겠어. 그가 내 손목을 위로 꺾었다. 허어어억! 네 힘을 생각해! 너는 너 자신을 모르는게 틀림없어. 뼈 마디에서 우드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부러졌다. 제.기.랄! 눈물이 얼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엄청 아프단 말이야.. 시큰거리는 손목과 저리기 까지 하는 허리가 고통을 극대화 했다. 야아! 돌팔이 신들! 상처 부위의 고통만 없애면 좋냐? 지금 내 뒤쪽도 완전히 나간것 같다구! "...그만...그만..." 그냥 이제 정신을 차린 걸로 연기하는게 좋겠다. 허리가 부러지기 전에. 그가 내 허리를 거칠게 튕김과 동시에 뼈마디가 장렬히 전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드득. 크으윽...아직 나는 살았어. 하지만 곧 죽을지도. 나는 그의 가슴을 밀어내면서 울먹이듯이 절규했다. ...라고 연기했다. "...제발...그만해요...으윽...주작, 주작님!" 쾅 허어억! 아무리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침대에서 나를 밀어버릴 것 까진 없잖아! 갑자기 다리사이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나는 침대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콰앙- ...뇌진탕 걸리면 너 죽여버린다. 그러지 않아도 아팠던 허리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고, 직격으로 바닥에 부딪힌 머리에서는 별이 반짝거리고. 이런 빌어먹을 일이! 하지만 주작은 침대에 가만히 앉은 채로 나를 들여다 보았다. "....너.." "....으윽..." 지금 내가 대답을 할수 있는 상태라 보십니까? "기억이 돌아왔나?" "..주작님. ...으윽...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너.." 그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지금 바닥에 수북히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섞인 저 하얀 가루들은 무엇인지? 그냥 내 착시라고 해 두자. ...농담이다. 그런 가루따위 없다. 한참을 자학하던 주작이 고개를 들고는 나를 노려봤다. "일부로 속인 거냐?" "..무슨 말씀이신지?" "..." 그가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부시시한 머리카락 사이로 그렇게 노려봐도 하나도 안 무서워. "네 부모 말이다." "제 부모는....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처음 정신이 들었을 때는 황야에 버려져 있었던지라.." 그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노려봤다. 크윽... 팔아먹은 양심이 조금 돌아왔나봐. 또 조금 따금거리네. "좋아." 그가 일어섰다. "폐하한테 알려드리러 가야겠군. 안 그랬다간 너를 죽일거야." ...움찔. 그러고도 남을 자식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 ============== 성유의 시점 ==================== 하아아..돌겠군. 기억상실 모드는 무지 좋은 모드였는데.. 허리 통증으로 인해 발끈한 나머지 그냥 날려버렸어어어어어! ...이런 쉬팍. ...그냥 다시 기억을 잃은 걸로... 그래! 그게 좋겠다. 기억이 오락가락 할수도 있는 거잖아? 응? ..하지만 왠지 절대로 기회가 없을것 같군. 왜냐구? 주작의 말 대로라면 화나 있을게 분명 하다나. 현무가 화났을때도 무서웠지만, 저놈이 화나면... ...크윽... 끝장이다. 주작이 희망찬 얼굴로 나를 달랑 안고서 걸어가고 있다. ...빛이 나다못해 광선이 눈부신 얼굴을 보니 또다시 ....짜증이.. ....그만 반짝반짝 거려요. 황제궁의 무식할 정도로 텅 빈 복도를 지나면서 그는 가끔씩 아주 진지하게 나를 쳐다봤다. "정말 기억 나는 거지? 그런거지?" ....콱 밟아버리고 싶다. "...아예." 힘 없는척 [실제로 힘도 없지만]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아.. 이런 행복을 그대들이 아시는지? 의외로 잘 단련된 늘씬한 몸 [ 하지만 별로 근육은 없다. 진짜 신기하다]. 말꼬리처럼 길게 늘어져서 흔들리는 다크레드의 머리카락. 어딘지 붉은 기운이 어린 눈동자. 턱선은 현무와 황제에 비해서 단단해 보이는 느낌은 없지만 날렵해 보이기는 한다. ...잘못 보면 상당히 얍쌉해 보이기도... 눈매야 현무의 그윽한.. 눈매에는 못 미치지만 날카로운 눈초리는 모든 이를 압도할 정도다. [ 그정도로 날카롭게 올라갔다.] ....약간 얍쌉해 보이기도 하고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도의 날카로운 날 같다. 하지만 약삭빨라보이는 면은 최대 단점처럼 보이는데... 한가지 더 보태면 실속없어 보인다. .....눈치는 더럽게 없어 보이고 자존심도 없어보이는 타입. 하지만 저런 놈들이 의외로 제 재물은 잘 긁어모으더라. ....여기까지가 주작의 외모 품평이었습니다. ....하여튼간에 무시무시하고 조용하고 검은 황제의 방에 들어갔을때, 나는 오한이 쭉 끼치는걸 느꼈다. 크윽. ...노려보지 말란 말이야. 황제는 창문 밖을 내다보고 서 있다가 발소리를 들은듯 뒤를 돌아보면서 매섭게 쏘아보았다. 귀티가 흐르는 모습...이라고 말하지 못할 잔인한 눈빛에 식은땀이 흐르다 못해 옷을 적셨다. 그 무서운 눈빛좀 거둬주실래요? 속으로야 움찔에다 눈물까지 펑펑 쏟고 있지만, 겉으로는 냉정 침착을 계속 유지하는 나도 참 나다. "... 무슨 일인가." ...그런건 노려보기 전에 물어줘.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벌리려 했을때, 주작이 말을 가로챘다. "기억이 되돌아 왔답니다." 황제는 천천히 탁자에 앉았다. 그리고 낮게 목을 울렸다. "음." ..무서워 무서워 더 무서워! 주작이 나를 의자에 앉혔지만, ....왜 하필 황제의 맡은편에 앉힌 것이냐. 차를 타다말고 눈만 들어 나를 노려보는 모습에 소름이 쫙 끼친다. 하지만 내색할수는 없는 일. ...내색 했다가 괜히 이제까지 쌓아왔던 이미지라는 게 단순간에 무너지만 어떡할래? "..제가 타겠습니다." ...나도 미쳤지. 만화책에서 흔히 나오는 우아하고 정숙한 수인 마냥.... 찻주전자를 뺏어 들게 뭐냐. .....그것도 황제의 손에서 말이지! 주작이면 " 아 그래?" 라고 할 것이고 청룡이면 " 고마운걸, 성유가 손수 타주겠다니 " 하면서 능글 거릴 것이고, 백호라면 "아냐, 내가 끓일게." 라고 할 것이며 현무라면 "...." 하고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끝나겠지. ...하지만 황제라면? ..... "....건방지군." 내가 그말 부터 나올 줄 알았어. 하지만 나는 고개를 돌린채 찻물을 걸렀다. 그다음 황제씨와 주작씨의 잔에 물을 붓고, 그 위에 국화꽃을 띄웠다. ...원래 국화는 끓이면서 꽃이 펴지는 것이지만, 그렇게 끓이면 찌꺼기가 나오니까. 능숙한 손놀림...이라고는 죽어도 할수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집에서 루이스씨가 타다주는 커피만 마시던 내가 뭘 할줄 알겠는가. 그냥 TV 정보센터 에서 해 주는 것을 눈도장으로 익힌건데. ...하지만 용케 제대로 했는지 나를 보는 주작의 눈이 달라졌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런 것도 할 줄 알어?' 라고 묻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것 같은데. 하지만 옆에서 황제가 살기등등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으니 차마 말도 못 꺼내겠지. [ 탁자는 원형이고 황제와 성유가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주작은 황제의 옆에 앉았고요 ] 하아, 이래서 인기인은 곤란하다니....닥칠게. 그런눈빛으로 노려보지 마! ..어이, 방금 돌 던진거 누구야. 하여튼 차마 황제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밑으로 떨군채 차를 마셨다. 하지만 앞에서 자꾸 후끈후끈한 기운이 나는것 같은데.. "..고개를 들어라." 황제가 나를 노려보면서 거만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하루만 좀 겸손해...지는건 바라지 않지만, 이런대서도 그런 말투를 쓰다니. 참 너 답다. 나는 고갤 들었지만 그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무서워서 감히 쳐다보겠어? 주작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봐라." 황제가 차갑게 말했다. ...뻣뻣한 눈을 억지로 돌려서 그를 쳐다봤지만, 무진장 더러운 인상에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크윽.... 무서운 놈. "...나를 보라고 했다." 챙그랑 말로 해! 황제는 그 말과 동시에 수도 手刀로 내가 들고 있던 찻잔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적어도 쳐다 볼 시간은 줘야 하는거 아냐? 그는 내 목을 휘어잡았다. 현무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여기 사람들은 왜 다 남의 목을 조르길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네. 주작이 깜짝 놀라 일어섰으나... 어떡하냐, 나는 이미 숨이 막혀있는걸. "크윽...폐하..." 그의 손을 떼어내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어디 쉽게 되겠는가? 단련되어서 굳은살이 배길대로 배긴 손과, 가늘디 가는 손가락이? ....게임이 될 수 없다. 나는 천천히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황제가 손을 놓았다. 동시에 나는.. 바닥에 털썩. 그가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황후가 되어라." 이건 또 뭔 소리래? ---------------------------------------- ============== 성유의 시점 ==========================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겠지. 암암. 목을 죽일듯이 졸라놓고서....프로포즈라니! 이런 빌어먹을 정신나간 새끼가! ".....잘못 들었겠지, 그렇겠지, 황제야?" ...맛이 갔구나, 주작놈. 부러지지 않은 손으로 기껏 타 준 차를 마구마구 흘리고 있잖아. 나쁜놈. 하지만....네가 더 나빠! 이 빌어먹을 폐하! 자고로 프로포즈란 장미꽃을 어쩌고 와인이 어쩌고...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목을 조른 다음에 황후가 되어라...하는건 너무하잖아? 아아...낭만이 죽은 세상이여. ...SKT 에서 나온 누구누구의 말 대로 낭만이 정말 아사해 버렸다구! 황제는 무시무시하게 나를 노려보다가 눈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창가에 가서 섰다. 비바람이 그의 옷자락의 뒤로 휘날리고 있었다. .....진짜 영화찍는것 같네. 조명만 있으면 딱이겠어, 아주. 주작과 거칠게 놀아날때 부러진 손이 너덜거렸다. 크윽.. 비오면 관절이 마디마디 쑤신다더니 그게 진실이었던가. 휘청거리며 일어나자 주작이 내 몸을 끌어안았다. ....이제 와서 달려와도 늦었어, 새꺄. 너랑 방금전까지 한 베게 베고 있던 상대가 다른 놈한테 죽임 당할뻔 했는데 이제야 달려오냐? 슬프게도, 내가 그의 품에 안겨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완전히 일어섰을때 황제가 딱 부러지게 말했다. "...당장 월하루로 가서 준비를 하도록." ...오 이런. 월하루라니. 월, 달월, 하, 강하. .....왕궁 안에는 초승달 모양으로 곱게 휘어진 강이 있고, ..그 강 옆에 지어진 붉은 색의 섬세한 궁이 황비궁이다. ....이제는 하렘이 불륜이 되는 것인가? 그것도 괜찮....지 않아! 루이스씨한테 진심으로 미안하잖아! ==================...... 월하루에서. .... 끝이 휘어진 곡옥 [曲玉] 이 달린 찰랑거리는 띠가 내 머리에 둘러진다. 그 위에 얇게 꼬은 은사슬이 내려앉는다. 머리카락은 섬세하게 틀어서 검은빛 비단천으로 올려묶었다. 나비 비녀와 진주가 박힌 산호비녀가 서로를 가로질러 꽃힌다. 그 중간을 길고 화려한 봉황비녀가 가로지른다. 용 장식이 새겨진 백금비녀가 봉황비녀와 수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는다. 귀에서는 백금과 은, 푸른빛의 청옥 [ 사파이어라고 하죠 ] 으로 만든 막대모양 귀걸이가 철랑거린다. 부러진 손은 하얀 무명천으로 감겨있고 안 부러진 손에는... ...부러뜨릴려고 작정했는지, 은반지와 푸른색의 아쿠아마린 반지, 푸른빛의 둥근 칠보 팔찌가 잔뜩 끼워져 있다. 목도 부러뜨리고 싶은 건지, 은색의 목걸이를 잔뜩 감아놨다. ...두께야 얇다지만 길이가 길고 또 여러개가 걸려 있다면 상황은 변한다. 내 몸은 어느새 은박을 입힌 남색 옷으로 감싸지고 있다. 은실로 봉황의 수가 놓여있는데, 무척이나 섬세해 그 깃털 하나하나까지 뚜렷하다. 봉황의 주위를 오색 구름들이 휘감고 있고, 그 구름들 밖으로는 붉은 빛의 매화송이들이 둘러싸고 있다. 은빛의 봉황 머리와 푸른의 꼬리가 아름답다. 소매는 길고 치렁하며 손끝까지 닿는다. 허리에는 품이 넓은 비단천이 묶인다. 자주색으로 황제만 사용할수 있는 색이다. 하지만 어딘지 차가운 느낌이 도는 자주색이다. 띠에는 아무 수도 놓여있지 않다. 내 시중을 거들어 주던 사람이 뒤쪽에서 그 띠를 묶었다. 다 묶은 띠는 역시 아래까지 흘러내린다. 남색의 봉황옷 안쪽에는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흰색의 옷이 있다. 그 옷은 손끝에서 끝나는 남색 옷 아래까지 흘러내려 땅에 닿을락 말락 한다. 발에는 푸른빛의 비단 천으로 지은 신이 신겨졌고, 머리에는 백금으로 만든 봉황과 청옥 꼬리가 달린 공단 관이 씌워졌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시종은 내 몸을 파란색 비단천으로 감쌌다. 화장은 기초화장품인 향수를 뿌려주는 걸로 마쳤다. 다행이군. 나는 또 뮬란을 만들까봐 무서웠지. [ 뮬란을 안 보신분은 없겠죠. 거기서 중매할때 희디 흰 파운데이션...보셨나요?] 가뜩이나 힘이 없는 내 팔을 시종은 밀면서 밖으로 내보냈다. 크윽.. 무겁고, 조이고. 얇디 얇은 실크라 하지만, 허리를 그렇게 꽉 조일 이유는 또 뭐야! 청나라의 옷 처럼 펑퍼짐한 옷이 차라리 나! 내가 간신히 밖으로 나가자 그 앞에는 가마가 있었다. 화려한 장식. 푸른 비단. ...황제가 푸른색에 환장했나. 붉은색은 내 입술과 가슴에 수놓은 매화밖에 없잖아. ...그건 그렇고... 어떻게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네? 대신들이 무지 반대했을텐데 말이지. ...왠지 주먹이 나갔을것만 같은 이 예감이란.... 후후후.. ...그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절대로 알고 싶지 않아! --------------------------------------------- ......시끌벅적한 거리. 눈은 푸른빛의 비단천으로 완전히 가려져 있다. 이거이거.... ...돌아가는 길을 못찾게 하려는 속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건 왜인지. 망할 망할 망할! 지독히도 몸을 조여오는 옷에 반쯤 질식당한채로 나는 어딘가에 내려졌고, 눈이 보이지 않는 관계로 휘청거리며 걸었다. ....내공을 사용해서 투시하라고?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게 무슨 배트맨인줄 알어! ....그런데 배트맨이 투시도 하던가... 휘청. 이런! 옷 밟았다! 입에서 튀어나온건 빌어먹을 이라는 나지막한 욕설. 그와 동시에 내 몸은 앞으로 급하게 떨어지듯 숙여졌다. 보여야 땅을 손으로 짚던지 말던지 하지! 뒤에서 커다란 손이 내 목덜미를 잡아챘다. ...누, 누구냐. 당장 이름을 대라! "...미안, 네 눈에 감긴 천 풀어주는걸 깜박했다." 백호였다. ...정말 이름값을 하는구만. 사냥할때처럼 남의 목덜미를 확 잡아채고. 하지만...목소리에 열기가 느껴지는건 왜인지? 눈에 감긴 천이 풀러졌다. 그와 동시에 등장한 위풍당당 은빛 기와와 푸른빛의 돌로 만든 거대한 별궁. ...여긴 또 어디냐. 백호는 천을 손에 든 채로 내 뒤에 서 있었다. 내 한쪽 옆에는 청룡이 서 있었고, 다른쪽 옆에는 주작이 팔짱을 낀채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어이, 인상들좀 펴라. 뭐가 그리 문젠데? 하여튼간에 그 푸른 돌의 별궁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싸늘한 바람이 몸을 휩쓸었다. ...순간 에어컨인줄 알았어. ...으음...살기인가. 아니면 저놈의 서늘한 눈빛? ....그랬다. 황제는 아주 차가운 눈으로 나를 흘낏 바라보았다. 재, 재수없는 놈. 늬가 내 목 졸라서 프로포즈 한 거지, 내가 네 목 졸랐냐? 왜 이리도 인상을 써? 날카로운 모서리를 그대로 드러낸 하얀 대리석 의자를 향해서, 나는 한발짝을 더 떼었다. 으음.. 옆에 늘어선 대신들의 얼굴에 피멍이 하나 둘 들어있는건 왜인지. 어라? 저기에는 미라도 있네? 흰 빛의 대리석으로 완전 도배한 긴 방. 그리고 단상위에 놓여있는 의자도 흰 대리석 작품. 한가지 더 보태자면, 그 의자 위에 앉아 있는 황제는... .......이것이 블랙 앤 화이트로 통일하려 했나? ......완전 까마귀였다. 대체 이 궁은 뭐하는 곳이고, 네 옷은 그게 뭐냐. 평소대로 금빛 옷을 입어! ....으음....저놈이 죽을때가 된 걸까.... ....가 중요한게 아니구! ...나 진짜 왜 이러는 거지. 차가운 눈을 번득이고 있는 황제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네놈이 왜 여깄냐. 아직 안 죽었었나? 현무였다. 팔에는 밧줄이 감겼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고, 몸에 헐렁하게 걸친 검은 옷에는 피가 배어나오고 있다. 옷의 여밈 안쪽으로 드러난 복부와 가슴에는... 또 상처가 늘었군. 그건 그렇고 말이야, 현무씨. ........대체 왜 그런 표정인데? 섭섭해서 죽을 것 같은 표정도 아니요, 죽여버리고 싶다는 표정도 아니라. ....그 표정은 뭐냐, 진짜. ....하기야 너 답다. 다름아닌, 무덤덤한 표정이었던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은 .... 눈밑이 까매진 것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꽤나 고생좀 했나 보네. 내가 자살 미수 일으킨 다음에 고초를 당한 건지 그 전에 당한건지 모르겠지만. 하기야 알고 싶지도 않아. 평소에는 예리하던 눈매가 살이 빠짐으로 인해서 더 날카로워졌다. 크윽...섹시한 놈. 이런 상황에서도 입맛 다시는 내가 변태인걸까? .....그냥 동인이라 불러다오. 훗. 백호가 내 등을 떠밀었다. “....?” “앞으로 가라.” 그런다고 사람을 미냐. 하기야 현무의 피골상접한 모습을 감상하느라 움직이지 않기는 했었다. .....밤하늘 같은 검은 천으로 몸을 두르고 있는 황제와, 어둠 그 자체로 보이는 검은 삼베옷을 걸친 현무. 어쩜 저렇게도 분위기가 다를까. 현무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비틀면서 내 눈을 쳐다보았다. 빛이 없다. 그저 검은 심연. 차가워보이기까지 하는 검은 눈동자. 그 눈동자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에서 주작이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 또 너는 왜 그러냐. 내시가 간드러지게 말을 뗐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 .....내시야, 앉았던 사람은 아까의 황제밖에 없거든? 다들 누군가한테 한대씩 맞고 휘청거리며 서 있는걸. 물론 나랑 사방신은 제외. 흠흠, 우리는 얻어맞지 않았으므로. 황제의 눈길이 서늘하다. 그가 일어서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가 걸을때마다 옷에 수놓아진 번개처럼 날렵한 용이 살아 꿈틀댄다. 그는 손을 뻗어서, 많고 많은 장식에 반쯤 압사당한 내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다시 가마에 올라타라.” ....뭐야 이거? 진짜 던져버릴까? ================== 하여튼 권력의 주먹앞에 가마에 올라탄 뒤....============== .....또 거리를 행진했다. 와아아아! 쪽팔려어어! 다른점이 있다면 아까는 눈을 천으로 가리고 있었고, 이번에는 똑바로 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외쳤다. 좋아하지좀 마요! 좀! 크윽...너무해. 나는 자발적으로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하게 질질 결혼식에 끌려왔는데. 황제는 차가운 얼굴로 내 가마 앞에서 말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내 가마 뒤에는 세 명의 사방신이 따른다. 현무는 어딨냐고? ......글쎄다. ......아까 감옥으로 다시 끌려갔다고는 죽어도 말 못한다. 크윽. 왜냐? ....황제의 히스테리거든. 상황을 말하자면. -아까 내가 가마타기 전 - 황제 : 사방신들은 말에 올라라. 내시 : 말 한 마리가 부족한뎁쇼. 황제 :.....그럼 현무는 두고 가면 되겠군. ....뭐냐, 정말 이상해진 전개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란 이유로 질질 감옥으로 끌려가면서도, 현무는 말이 없었다. 너 진짜 왜 그래! 그냥 화 내고 이 궁 뒤집어 버리란 말이야! 화끈하게, 화끈하게! ...너 진짜 황제보다 강한 것 맞아? 저번에야 빈혈로 휘청일때 황제가 머리를 후려친 것 같다만.. ...설마 머리까지 나빠진 건. ....하하하, 아니라고. 절대 아닐거야. 암. 설마 사람이야 잡겠어? 응? 밖에서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빌어먹을! 이 가마에 커튼이라도 있었으면 오죽이나 좋아. 붉은 벽을 세운 고만고만한 집들이 가득 찬 거리. 그 다음은 호화찬란한 불야성인 이른바 주점거리. [ 마시고 죽자! ] 라는 웃기지도 않은 거대한 나무 팻말을 지나서, 우리는 등불이 밝혀진 주점거리를 빠져나왔다. 우웃, 진짜 쪽팔려.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이거이거, 웃어야 하나, 그냥 무시해야 하나? .....그냥 씹도록 하자. 아암. 그냥 씹어도 되는 거야. 내 평소의 이미지 대로 행동한다, 라는 웃긴 핑계로, 나는 서늘하지만 어딘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람들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조그만 꼬마애가 인형을 높게 흔들면서 소리지른다. “엄마! 공주님이 가마에 타고 있어요!” ...기왕이면 왕자님이라고 해주지 그래? 하기야 둘다 내 정체에는 거리가 멀다만.. ....내 원래 정체는...‘ 조폭마누라! ’ 아닌가? 으음....조폭두목 주제에 대기업 회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루이스씨가 보고 싶군. 내 아들네미 카이스도 보고 싶고. 루이스 씨가 나지막한 목소리고 ‘ 카르-’ 하고 부를때의 그 온화한 울림이란! 크윽...하지만 아직...이곳에서의 하렘의 꿈은 이루어야! 꿈은 이루어 진다! ...하지만 망하게도, 그 꼬마 여자애는 나의 감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엄마! 공주님이 정말 예뻐요. 입술도 붉고, 눈도 크고.” 그만 좀 닥쳐라. 응? 공주님이란 소리 그만 듣고 싶어. 나는 남자야!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야오남이란 말이다! 하기야 한때 야오녀인적도 있었지만..... 그건 과거일뿐! 전전전 생이면 충분히 과거 아닌가? 검붉은 색의 말에 타고 속보로 걷고 있던 황제는 그 꼬맹이의 말에 흘낏 뒤를 돌아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웃긴 왜 웃어?’ 조금전까지 인상을 있는데로 다 쓰고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푸웃- 이라니. 푸웃- 이라니! 그리고는 소매자락으로 얼른 입을 가린다. 그래봤자 다 봤어. 황제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오오, 짜증나는 것. 그리고 이 기막힌 황제의 결혼식은 서서히 막바지를 향해 치달았다. 제발좀 빨리 끝내라! 나 슬슬 압사당하겠어! 크윽...이 장식들 만든 사람 정말... ......던져버릴거야! ...물론 가벼우면 말이지만... -------------------------------------------- =================== 성유의 시점 ==================== 어찌어찌하여 간신히 돌아온 나. 가마에서 내내 흔들리느라 속은 불안정하고, 다리는 굳을 대로 굳었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다리와 허리에 힘을 주고 있던 것의 부작용. 옷은 그 화려했던 [ 불편하디 불편했던 ] 옷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흰 옷으로 입었다. 지금은 복도를 열심히 걸어서 황제의 침실로 향하는 중. 원래 법도가 조금 이상한지라 황제가 잠자리에서 기다리면 준비를 [ 일부로 ] 느지막히 마친 황후가 사방신 중 한명의 호위를 받으면서 침실로 향한다. 하지만 황궁은 다 미로. 따라서 수십개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수십개의 복도를 지나면서 굳을대로 굳었던 다리가 더 굳고 있다. 망할, 이 황궁 지은 사람의 목을 당장 베어버리고 싶어. 하지만 지은지 300 년이 지났다니까 이미 죽고 없겠지? 백골이 진토나 되어버려라. 어쨌거나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내 뒤를 친절히 받쳐 주는건 호위무사로 선정된 청룡이다. “...청룡님.” 어두운 복도를 지나가면서 내가 물었다. 하기야 불을 안 킨지라 모든 복도가 다 어둡기는 하다. “왜 그러지?” 그가 친절히 고개까지 숙여준다. 으음...네놈의 키를 잘 아는구나. 네놈이 제일 크다. 그다음이 현무고, 그다음이 황제고 그다음이 백호. 젤 작은게 주작... ...아마 맞을걸? “현무 님은 어디 계십니까.” 나를 부축하고 있던 그의 손가락에 힘이들어갔다. .....내 살을 뚫을 셈이냐! 이 잔인한! “황제께서 친절하시게도 사형은 면해주셨다.” 그것 참 고마워라. “사방신으로의 직위도 회복되었다.” 옷자락에 발이 걸려 휘청거린 내 몸을 그가 친절히 세워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황제의 속 마음이야 내가 알바 아니지. 하여튼 그랬다는 것이다. 현무는 지금 자신의 암실에 있지 않을까. 그곳 밖에 그를 환영해 주는 곳이 없으니.“ 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여기 인간들은 왜 눈이 다 차가운지 몰라. 거만하게 빛나는 황제의 눈도, 검은 심연뿐인 현무의 눈도 내 앞에서만 친절하다는 청룡의 눈도. 아, 주접인 주작과 친절한 백호씨는 빼야겠군. 그놈 둘이 얼마나 착한데. 청룡이 내 몸을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 달각 달각 울리는 발소리가 거슬린다. 그러게 누가 쇠를 박은 신발을 신고서 대리석 복도를 걸으랬어! 으음...대리석에 금가겠군. “황제에게서 도망치지 마라.” 그가 정원으로 발을 옮기며 말했다. 푸른빛으로 탈색된 그의 옥빛 머리칼과 눈이 냉랭한 빛을 발한다. “나는 너를 못 지켜 주니까.” 그가 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 어께를 움켜쥐고서 정원의 기둥으로 밀여붙였다. 이게 미쳤나! “.....” 예상했었어. 너무나 뻔해. 그거 알아? 역시...남자들은 단순하다구. 수는 영악하다. 하지만 공은..? .....이런 상황에서 당연한 공의 행동. 수의 머리칼을 휘어잡고서 거친 키스. ....이거이거. 너무 뻔하잖아. 차갑고 차갑다던 얼음탱이 청룡이 거칠게 키스하고 있다. 역시나. ......청룡아 청룡아. 나는 내 머리칼을 움켜쥔 손의 악력을 느끼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불륜이야’ 라고. 혀가 치열을 쓸어내린다. 그 뒤에 이어지는 설왕설래. ....하지만 내가 괜히 하렘주인이겠어? 설왕설래를 하되, 숨은 코로 쉴것! 그의 입술을 거부하는척 혀를 뒤로 뺐다. ....하지만 후회했다. 이 빌어먹을 자식.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서 내 머리카락을 뽑아버리려 드냐! 숱도 많은 편이 아닌데. 황제가 알면 천지가 뒤바뀔 만한 사건이 지금 황제의 정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황제가 친히 호위무사로 정한 청룡이 도리어 황후의 입술을 겁탈하고 있다니 말이지. 겁을 상실했구나, 청룡아. 도마뱀아. 그가 내 머리카락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죽을래? 청룡이 이로 내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고맙기도 하셔라. 시간으로 치면 한 3 분 이상은 한 것 같은데. 2 분 더 안 한 게 고맙다. 왜냐구? ........날 죽여주시옵소서. 내 입으로 말 못한다. 정원의 나무 아래서 황제가 눈을 이글거리며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고! 오오오...이런 빌어먹을 스토리 같으니. 구겨서 쓰레기통에 스트라이크로 넣고 싶어. 아아....목숨이 또 위태로워 졌어. 망할 인생. 망할 운. 나 같은 악운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불행이야. 꽤나 테크닉이 좋았던 청룡의 혀를 튕기고 앙탈부리느라 황제를 못 봤어. 내 친구 동인녀들이여, 저 먼저 갑니다. .....아니지! 언제라도 신들이 있어! 황제는 천천히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내 몸을 보호하듯이 반쯤 안은 자세인 청룡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청룡, 간도 크다. 시퍼렇게 눈에 불을 키고 있는 황제를 당당하게 마주봤다. 양심에 털난 놈. ....으음, 그러고 보니 내가 남말할 처지가 아니지. 아아아! 황궁 깊은 중심에 위치한 야외정원 [ 복도가 네모로 되어있고 그 사이에 천장 없는 정원이 있는 ]. 무럭무럭 잘 자란 [ 또는 현재진행형인 ] 식물들이 가득한 곳. 기둥도 많고 꽃도 많고 잎이 넓은 나무도 가는 나무도 많은 곳. 빽빽하게 솟아올라서 그 정원에 10 명의 사람이 있다면 1 명도 발견하기 힘든 곳. 그런곳에서 하필 황제가 있는 나무 옆에서 키스를 했던 거며, 그것도 가벼운 입맞춤도 아니라 완전한 프렌치키스였던 거며, 빌어먹게도 황제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 ....이것 전부가 나의 악운이란 말인가. 진짜 빌어먹을. 불운인지 악운인지 전부 날아가버렷! 청룡이 슬쩍 웃었다. “장난이었습니다.” 웃기셔. 장난인 놈이 혀로 핥고 주뎅이로 빨고 난리를 친데? 황제가 말했다. “나 와 장난하자는 건가?” 어이 어이. 순간 잘못 알아들었잖아. ....완벽하게 공 격인 두 사내가 키스하고 있다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 호러일지도. 하지만 왠지 상상이 가는 건 내가 떡대수 만화를 조금 봤기 때문? 아, 황제랑 청룡이랑 사귄다면 누가 아래쪽일까? ...궁금하지만....절대로 알고 싶지 않아! 청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입술이 유혹 하길래 그냥 맛을 보고 싶어져서..” 드디어 미쳤구나, 도마뱀아. 아니, 꼬리 없는 도룡뇽아. 네놈 목숨만 간당간당하면 될 것이지 내 목숨까지 끌여들어? 내가 기필코 너를 처단하리라~! 오오, 악의 축이여. 망할, 나 죽으면 너도 죽어라. 응? 그냥 죽어! 죽어버리는 거야! 지도 즐긴 주제에! 남의 탓으로 돌리기냐! 나쁜자식. 황제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이번만은 참아주지.” 안 참아도 괜찮아. 그냥 죽여버리는게 어때? 저렇게 발뺌하는 놈은 살아있어봤자 도움이 안된다고. 어쨌거나 마음속으로 한 말을 그가 알아들을 수는 없는 일. ....심지어는 바랄수도 없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청룡의 손아귀에서 나를 채갔다. 질질질 끌면서. ================== 신혼방 =================== 신혼방은.... 아까 말했던 대로의 그 푸른 돌로 지은 건물이었다. ....으음...방이라고 하기는 너무 크지만. ....뭐랄까, 집은 집이지. 방 [ 房 ] 자를 써서 그렇지. 어찌되었거나, 황제의 억센 손가락이 내 손목을 죄었다. 놔라! 지금 멍들었다구! 네놈이 그렇게 힘 안주더라도 충분히 아파. 슬프게도 말이지. 그가 내 몸을 바닥으로 던졌다. 크윽... 주작이 부러뜨린 손목이 땅에 부딪혔어! 으으 빌어먹을! 손에 부목 대고도 아픈데 뭔 짓이냐! .....하기야 살인을 하려면 뭔 짓을 못해. 방 안은 차가운 느낌의 푸른 돌로만 되어 있었다. ....아까 황제랑 대신들이랑 모여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흰 대리석 방과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방이다. 아까의 흰 대리석 방은 남쪽에 위치해 있었지만, 지금 이 방은 북쪽. 밤인데 어떻게 알았냐고? ...하늘에 비록 북두칠성은 없지만, 그 비스므리한 역할을 하는 별이 있거든. 이름이 뭐더라... 황제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뜨끔. 나는 이놈이 싫어. 물론 잘생기고 돈도 많고[ 이 점은 중요하다 ] 약간 거만한 점도 매력포인트지만, 유민혁 선배를 연상시킬 정도로 거만한 녀석! 그가 내 머리카락의 휘어잡아서 들어올렸다. 여기 사람들은 내 머리카락이 풀처럼 억센줄 아나보지. 또 한 뭉치 뜯겨 나가겠군. 망할. “네놈이 남창과 다름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시끄럿, 시끄럿! 남창..? 아, 이놈을 그냥 던저버릴까보다! 그러는 네놈은 그런 나한테 프로포즈 했잖아! 진짜 사돈 남말 하시네. 응? 하지만 마음속이야 어떻던 머리가 뽑히는 아픔에 눈에서 눈물이 찔끔 찔끔 흘러내렸다. 으으...아파. “폐하..” 조금만 더 있다가는 머리에 완전 구멍이 날것 같다는 불길하고도 불길한 예감에, 나는 간청하는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물론 아픔에 못 이겨서 헉 소리가 섞였지만 그것은 빼자고. 흠흠. 그는 다른 손을 내 목으로 가져갔다. 또 조를려구? 응? “자꾸만 나를 배신한다면... 죽여버릴테다.” 컥! 그렇게 심한 말을. 아, 저기 근데요, 황제나으리. 아니, 황제님. ......말로 하자고요! 진짜! 왜 또 남의 목을 조르고 지랄이야 지랄이! 그런데 내 머리 휘어잡으면서 한편으로 목 조르면...힘들지 않아? “으윽...큭....하악..” 숨이 부족해, 숨이 부족해! 너는 결혼식 첫날 밤부터 남의 목을 졸라버리냐! 엉? ....하기야 첫날밤에 다른 놈팽이랑 키스한 나도 나다. 하지만 내가 유혹한건 아니라고. 이 몸이 워낙 아리따워야지...후후.. ...미안하다. 농담이었다. ......진짜 돌 좀 던지지 말라고! 어이! 방금 칼 던진 놈! ....두고보자. 어쨌거나 머리가 뽑히는 고통과 질식을 동시에 당하다못해 추욱 늘어져서야 황제는 내 몸을 다시 던져버렸다. 차라리 던지는 게 나아. 목은 이제 그만. 그는 천천히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냉정한 눈으로 바닥에 쓰러진 나를 내려다 보았다. .....첫날밤 치르려구? 목을 졸라놓고서 양심도 없냐. 하기야 목을 조르고 프로포즈 한 것보다야 만배 정도 낫지만. 그는 내 몸을 침대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 앗싸라~ 끊었다~ 어이! 돌 던지지 마세요~! 제가 무슨 과녁판입니까! 우후후후....청룡이 입술을 냅다 먹어버렸네요. .....언제 시간이 나면 황제와 청룡의 떡대수식 놀이를 써 보고 싶다는.. 하지만 떡대는 싫어! ....그냥 즐길 뿐이죠, 후후후. 그럼 꼬릿말. 아, 맞다. 뽀너스입니다^^* - 만약에 이 모든 게 영화를 찍는 것이었다면, 영화 찍고 나서 쉬는 시간의 반응들은? 성유 - [ 손에서 우드득 소리를 내며 ]‘ 죽고잡냐? ’ ..? 응? 너 진짜 나 죽이려 들은 거지? 그런거지! 황제- [ 화사시하게 웃으며 ] 설마 내가 그러겠니. 청룡- 네놈은 그러고도 충분히 남아. 황제- [ 빙글빙글 웃으며 ] 설마 내가 이쁘고 이쁜 성유의 목을 진짜 힘줘서 졸라버리겠니. 그렇게 사람을 못 믿어서야 쓰나. 귀여운 성유군~ 성유- [ 음침한 목소리로 ] .....아까 손아귀에 힘을 준 것은 뭐지? 응? 황제- [ 땀을 흘리며 ] 아아..그것은 그냥 장난질. 성유- 닥쳐! 장난이라는게 목에 손자국 날 정도로 조르는 거냐! 청룡- 네가 이해해라 성유야. 저놈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 天上天下 有我獨存 ] 에다가, 안하무인 [ 眼下無人 ] 이라고. 이른바 ‘ 내 위에 잘난놈 없고 내 아래 못난놈 많도다 ’ 정신이랄까.. 황제- [작은 목소리로] ....청룡, 네가 그렇게 심한 말을... [ 어디선가 등장한 주작, 백호가 동시에 소리친다 ] 주작& 백호 - 네놈은 그래도 싸! 황제 -....나라고 상처 안 받을 줄 알아? 응? 흑...나 상처 받을거야! 주작 & 백호 & 현무 & 성유 & 청룡- [ 이구동성으로 ] ....웃기셔! ======================================================================= ================== 성유의 시점 ==================== 부러진 손목이 너덜거리며 흔들린다. 그가 ..... 애무라는 이름을 덮어쓴 고문을 내게 실행할때마다! 흐어어어~ 그만좀 깨물어! 그가 내 팔을 뒤로 꺾었다. "으윽....읏....." 꺾기만 했으면 오죽이나 좋으랴. .....제발 비틀지는 마! 그리고 무릎으로 허리 찍어내리지도 말고! 나를 죽일일 있냐. 거칠게 물어뜯긴 입술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역시나 사디자식. 피가 턱까지 흘러내리는 통에 반쯤 맛이 가 있는데, 갑자기 다리쪽이 들렸다. "으엇-" .....그냥 죽여라! 나쁜놈. 그가 당황한 눈으로 갑작스레 신음을 낸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너, 애낳냐?" ....뭐, 뭣? 그는 내 몸 위에서 천천히 내려갔다. 그와 동시에 밀려드는 허리의 격한 통증. "하아아악-" 그가 쪼그리고 앉아서 나를 쳐다보았다. 으음...의외로 귀여운 점도 있단 말이지. 하지만 사람 입술을 너덜너덜하게 물어뜯어놓은 놈에게 동정이란 없다! 그냥 콱 죽여버릴......리가 없지? 미남은 미남! 이쁘면 장땡! 가끔 SM 을 즐겨줄듯이 보이는 사디자식 만난것도 인연이라면 인연. 그가 눈썹을 찌푸렸다. "많이 아픈가?" 방금전까지 황망한 눈으로 쳐다본 놈이 다시 분위기 잡으니까 웃겨. 그가 내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런데... ......앞이 아니라 뒤로 쓸어넘겨 줘야지! 네놈은 바보십니까! 어째서 앞머리를 얼굴로 쓸어내리는데? 그때 갑자기 번개같이 스친 생각 한토막. '....꼬셔야 한다. 꼬시자. 꼬시고 말것이다 .....'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폐하.." 바로 도도한 수의 글썽거리는 눈물 한방울. 그는 어느새 냉정한 얼굴로 돌아와 있다가, 내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고 화들짝 놀라버렸다. 얼굴에야 표정이 없었지만.... 눈을 속일수는 없는 법이지, 후후. 나는 지금 당신의 감정을 알고 있다. 그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곳에서는 입술을 깨물어 줘야 겠지. 후후. 입술을 꾹 깨문채로 눈물만 주르륵 흘리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손가락으로 천천히 내 입술을 쓰다듬었다. "왜 우는 거지." 몰라서 물어..? ....모르기도 하겠군. 그의 굳은살 배긴 손가락은 거칠었다. 섬세한 손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날카로운 감각이 깃들여 있는 손가락이었다. 그가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뭐가 그리..." 그리고는 더 이상 말 못하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귀여운 것...이라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자. 조금전까지 팔을 비틀고 강간을 방불케 하는 뭐를 벌인 놈이라고. 진짜 나쁜 것.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마음을 더 아프게 해 줄테다! 내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 =========== 성유의 시점 =================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자, 황제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여기서는 튕기기를. "폐하...." 그리고 차가운 눈동자로 번득. ".....당신을 원하지 않습니다." 닭살이 팔과 목덜미를 따라 쫘악 곤두섰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연기다! 자고로 수는 순정틱해야 제맛인 것을. 그렇지 않은가? 황제의 눈에 서늘한 기운이 어렸다. 조금전까지만해도 그런대로 근심스런 눈동자더니.... 변화 한번 죽이네. 나는 미미하게 슬쩍 올라가는 입가를 억지로 내리면서, 말을 이었다. "당신이 원하면 뭐든지 하겠지만..." 앞으로 할 대사를 생각하니 털까지 곤두서는군. 갑자기 팽귄들이 등장해서 훌라춤이라도 추겠어. ======================= 황제의시점 =============================== 그의 눈이 차갑다. 하지만 입술은 피로 너무나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현무에게 가지는 말아줘. 내가 그를 죽여버릴테니까. 내가 가장 원하는건 손에 넣을수 없는 것. 미치도록 원하고 또 원해서 손에 넣는 그 기쁨을 너는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의 눈이 잠시 흔들리다가, 이내 단호한 빛을 띄었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 그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매혹적이다... ================== 성유의 시점 ================================ "....제 마음까지는 드릴수 없습니다." 으어어어어-! 결국 해 버렸다! 우욱...이 느끼한 대사를 뱉어내는 내 심정이 어떨것 같은가? 피자 한판 다 먹어치운뒤의 그 느글느글함! 살이 찐다는 부담감과 느끼함이 오묘하게 섞인 그 맛의 진수가, 역효과가 나지 않길 바라는 긴장감과 느끼함이 역시 아리땁게 섞여서 엄청난 자극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아....콜라가 그리워.... .....가 아니라!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상황이 이런데도 할 맛이 나냐? 예상 하셨겠지만, 그는 또다시 내 입술을 아주 물어뜯어놓고 있었다. 따끔거려, 이것아. 지금도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데 또 물어뜯냐? 아예 먹어치우지 그래? 응? 지금처럼 아주 쭉쭉 빨고 당기고 물다가 아예 삼켜버리라구! 자꾸 이런식으로 분위기 깨게 행동 할 거면! 차라리 뺨 한대를 갈기면 얼마나 좋.... 뻐억- 순식간에 내 몸이 나뒹굴어졌다. 저 위에서 했던 말 취소. 저 인간한테 뺨 맞으면 거의 날아가니까. 하기야 최종병기 현무보다야 낫다. 그놈이 한대 치면 벽까지 뚫을걸. 어쨌거나 나는 벽에 머리를 정확하게 맞고서 픽 쓰러졌다. 당연하지, 검은 세상이 보일 정도인데 쓰러지지 않으면 배기겠어? 내가 철인이냐? 황제는 차가운 모습으로 꼿꼿히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살기라는 서늘한 기운이 따끔거릴정도로 구체화 되어 그의 몸 주위를 맴돌았다. 한발짝만 띄면 죽여버린다는 그 표정은... .....우어어어-! 재수없어! 그런 슬픈눈으로- 나를 보지.....않고 있다. 미안하다. 그냥 바나나맛 우유 패러디 해 봤다. 목숨이 오락가락 하니까 정신도 오락가락 하는군. 드디어 미치셨소, 미치셨소. 나는 아예 잡아잡숴~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 이제 몰라. 될대로 대라지. "하지만 당신은 제가 섬기기에는 흠이 많으신 분 같군요." ......드디어 세상이 멸망했다. --------------------------------------------- ====================== 성유의 시점 ========================== 세상이 멸망했다. 초목은 모두 불타버리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뒤덮였다. 모든 집들은 폐허가 되고 사람들은 희디 흰 백골이 되어.... .....라는게 전 세계적으로는 아니고, ...단지 이 방 안이 이렇다는 말이다! "크윽.." 제딴에는 월야환담의 여왕님처럼 이 악물고 버틴다고 버티다가, 꼭지 돌아버린 황제의 발차기 한방에 그런 각오는 날아가 버렸다. 터엉- 벽에 부딪혔다. 동시에 입에서 터져나오는 핏방울. 아아, 신혼이었는데. 신혼이었는데 내 몸을 배신한 혀 때문에 이게 뭔 꼴이람. 바닥으로 서서히 추락하는가 했더니 단단한 무릎이 내 어께를 부셔뜨릴듯 치고 들어온다. 비명이 이성을 억누르고 튀어나왔다. 미쳐버린 아수라의 얼굴을 한 황제는 무자비하게 발 뒤꿈치로 내 꼬리뼈 쪽을 강하게 찍었다. 나쁜놈! 아까까지 몸 섞었던지라 허리가 뻐근했는데, 아예 부셔뜨릴 참이냐? 뭐, 두번다시 나랑 하기 싫다면 그리 하던지. "윽...으윽......윽.." 나지막히 신음을 내 뱉는데, 그가 칼을 뽑아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저항도 못하고 널브러져 있는 사람을 아주 죽이려고 드냐! 검집과 칼날이 스치는 스르릉 하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렸다. 그리고 빠른속도로 공기를 가르다 다시 고요해지는 시.작.자.세. .....정말 죽일 셈이야? '꿀꺽' 정말 목숨이 달랑달랑한 상황이 아닐수 없다. 긴장해서 신음소리도 못 내고 있는데, 예외란 없이 황제씨가 칼을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아, 진짜 누가 좀 구해주라고! ============== 백호씨의 시점 ========================== 불안하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성유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저 멀리서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황제의 방 쪽이다. 황제폐하의 결혼인지라 보안이 강화되어, 유폐된 현무를 제외한 모든 사방신이 이 곳에 묵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못 들은것 같았다. 달려가는 소리가 없었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나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차가운 밤 공기가 피부를 서늘하게 휩쓸고 지나갔다. ==================== 성유의 시점 ======================== 이제 생을 마감했다! ....고 하고 싶었는데, 나는 살았다. 너무나 고맙게도, 위급한 순간에 나타나는 왕자님처럼 백호가 짜잔- 하고 등장해준 것이다! 덕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 버린 황제는 분노게이지가 폭발해 버렸고, 씩씩대면서 나가버렸다. ....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지만 피떡이 되어서 널브러진 나를 내버려 두고 나간것은 맞다. 백호는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부드러워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은 귀를 살짝 덮을 정도로만 길었다. 후후후, 저놈도 미남이로군. 나는 아까 팽개친 한세건 모드를 슬쩍 집어들었다. 그리고.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터져버린 입술로 냉정히 말하느라 힘들다. 하지만 그 말투에 백호의 잘생긴 얼굴에 약간의 파문이 일었다면 그것 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 아아- 감격. "무슨 일이냐니?"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러면서 손으로 내 상처를 더듬었다. 아주 사람 잡겠다, 아주. 아픈 사람의 상처를 손으로 더듬거리면, 아예 죽으라는 거냐? 루이스씨의 터프하고 어딘지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고 매너좋은 목소리와는 조금 다른, 완전히 상냥한 목소리로 그가 말을 걸면서 내 몸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나는 당신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분명히 반짝반짝 하겠지? -------------------------------------------- 어찌되었거나 아프다 못해 쓰라리는 상처를 북북 찢은 흰 천과 약으로 치료하고 나서, 백호는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가 아니라, 받혀서 세워주었다. 나는 환자라고, 그것도 방금 전까지 피를 줄줄 쏟아내던 중환자. 하기야 이 미친짓 [ 황제를 꼭지 돌게 만들어 버린 짓 ] 은 신들의 빽으로 당당히 한 것이지만, 너무나 슬프게도 돌팔이 신들은 눈치코치 없는지라 고통을 없애주지 않았다. ....한세건 모드는 확실히 맷집이 있어야 한단 말이야. 어찌 되었거나 내 허리를 팔로 감싸고 있던 그가 눈웃음치며 말했다.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아예. "하지만 유부남 [有夫男] 을 함부로 안을수는 없지 않겠어?" 그 동시에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귀여운 놈. 네 생각쯤은 다 읽고 계시는게 나, 동인경력......몇년이더라? 어, 어쨌던간에 20 년은 간단히 넘은 동인 경력을 자랑하는 나란 말이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감아서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는 척[ ....이 아니라 진짜 힘 없기도 한다 ] 하면서, 머릿속을 바쁘게 굴렸다. 상냥한 놈은 좋다. [ 맨 처음 이미지야 지적인 남자였지만 실상은 ]약간 맛이 간 사모예드 씨나, [ 처음에는 쿨 했으나 점점 바보틱한 이미지가 살아나고 있는 ] 매너 좋은 루이스씨. 그리고 내 제자들. .....물론 제자 중에서 나를 날로 삼켜버린 수 같은 공 녀석은 제외한다. 어찌 되었거나 전부 다 착한 사람이었다. 백호같이. ....하지만 미친짓을 일삼는 사모예드 씨는 보면 볼수록 주작같단 말이지. 싸가지 없는 양아들 카이스. 그 카이스와 꼭 닮은 싸가지를 자랑하는 겉은 쿨 가이, 속은 ....차마 말할수 없는 대학 선배이자 교사 선배인 유민혁 선배. 이런 왕싸가지를 자랑하는 두 인물과 꼭 닮은 사람은 황제. 그야말로 개싸가지의 진수다. 이 리스트에 무지막지 상냥하고 지적인 놈 한명 포함시켜도 좋겠지. 나는 속으로 씨익 웃으면서 상처받은 수 들의 대사를 읊었다. "...백호님..." 그의 흔들리던 눈동자가 가라앉으며 나를 응시했다. "저를 데리고 가 주십시오." 눈동자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오, 저 상냥한 얼굴에 번져 있던 미소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남이로군. "폐하의 곁에 있을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당신이시라면...저를 데리고 가실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으음....팔을 안 잡아줘서 다행이로군. 안 그랬다면 내 팔에 오도도도 솟아오른 닭살들이 들켰을 테니까. "나는 사방신이다." 알고 있어. 그가 뒷 말을 이었다. "나는 폐하의 부하이기에, 너를.... 원할수 없다." 내 눈동자도 여기서 살짝 흔들려야 겠지. 촉촉히 젖어들어간다면 일석이조. 그의 눈동자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흔들흔들 거리는 것이 빤히 보였다. 하지만 줏대 없는 남자는 정말 싫다구. 고맙게도 백호는 줏대 없는 남자가 아니었던지라,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나는 너를 원하지만....미안하다. 절대로...나는 그를 배신 할수 없어." 내 눈꼬리를 타고 시간을 교묘히 맞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 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손가락도 경련 하듯이 심하게 떨렸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했으면 좋겠다, 성유. 그렇지 않으면.." 그는 침을 삼키며 말을 골랐다. "그에게 고할수밖에 없으니까." 아예. 그렇다고 해서 나를 포기하지는 말아라. 내가 너를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내가 황제의 부하가 아닌 때가 오면.." 그가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제 폐를 그렇게 압박하고 싶으셨습니까? .....제발 누르지 마! "그때는 너를 보내지 않겠어." 닭살이 오소소 돋는것을 간신히 막으면서,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풀려나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 눈물의 대부분 이유는 ..연기를 위하여....이지만, 백호의 말을 듣다 보니까 반은 웃기고 반은 속으로 고민한 녀석이 불쌍해서 눈물이 자꾸 난다. 기특한 것. 머지 않아 내가 돌아갈때를 기대하라구, 백호씨. 그때는 너도 황제의 부하가 아닐 테지? 응? 나는 휘청거리는 무릎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원래 야오이의 묘미는 앙탈부리던 [ 아니면 진짜 도도한? ] 수가 그 모습을 벗어던지고, 귀엽거나 처량한 모습을 보일때에 있는 법.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그러는척 하면서도 밖에 다른 사람의 기척이 있나를 잘 살폈다. 없군. 근육이 없는 덕에 이상한 잡기술만 잔뜩 배워놓은 내 레이더를 피할 놈은 없으시다. 나는 손을 내리고서 아예 흑흑 거리고 울어버렸다. "당신이 좋아요.." ========================== 잠시 뒤 ========================= 그는 나를 침대에 앉혀주고서 나가려 문에 드리워진 커튼을 걷었다. ....하지만!.....황제를 잊으면 안돼지! "저, 백호...님..." 여기서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려 주자. "죄송하지만.....내일 저녁에 폐하를 이 방으로 불러 주시겠습니까." 불륜의 재미는 거짓말이지. 황제에게는 황제만을 위하는 척. 현무에게는 현무만을, 주작에게는 주작만을. 백호와 청룡에게도 해당사항. 그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왜 그러는지 물어도 괜찮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백호의 눈빛이 약간 흐려지는듯 하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도망치듯 재빨리 나가버렸다. 백호 꼬시기 성공. ....백호에게는 아마 주군의 비가 된 나와의 이루어 질수 없는 로맨스 일 것이다. 아마도 그런 오해를 하고 있겠지. 착한 사람을 꼬시는 것은...이래서 조금 미안하다. ------------------------------------------------- ========================== 성유의 시점 ========================== 나는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길게, 출렁이며 내려왔던 머리카락을 목덜미를 덮을 정도로만 자르는 기분은..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럽다. 아깝기 그지없다. 꼭 털 빠진 닭 같은 느낌. 손으로 쓸어내릴때마다 허전한 그 느낌을 아시는지? 백호가 가고 난 뒤에 어두운 방 안을 밝히기 위해 촛불을 켜고, 나의 날카로운 단도로 머리카락을 잘랐던 것이다. 거울을 요리조리 들여다 보며. 앞 머리카락은 약간 층지게 눈 아래까지 내려오도록. 귀 앞의 머리카락 한 줌은 턱 밑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게. 하지만 귀 바로 뒤쪽의 머리카락은 귀를 막 덮을락 말락 할 정도로 짧게. 그 짧은 머리카락은 목덜미로 오면 올수록 층을 지며 길어져서 나중에는 뒷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완전히 덮었다. 누가 보면 내가 헤어샵을 했었는줄 알겠군. 하지만 나는 초보자 답게 몇번의 실수를 해서 자르고 자르고 또 자르다 보니 이렇게 짧아진 것이다. 원래는 묶을라고 했었다구. 실수도 아주 심한 실수를 두어번 해서 턱과 내 손가락에는 베인 자국이 생겼다. 아, 그러고 보니 설명이 빠졌군. 왜 자르는지 말해줄까? ..... ....이따가 알게될 것이다. 후후. ============== 한참 뒤, 다음날 저녁쯤 ================== 해가 떨어지기 일보 직전. 분홍빛과 오렌지 빛, 화려한 황금빛의 구름들이 서서히 붉은기운이 도는 보라색의 솜털 구름들로 변해갈 무렵이었다. 물 속에 온 몸이 잠겨 있는 것처럼 푸르스름한 물빛의 그림자는 모든 사물을 감싸고 있었다. 가느다랗게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도, 내가 특별히 탁자위에 차려놓은 [ 물론 내가 만든것은 아니지만 ] 접시위의 다과와 찻잔들도. 이쁘장하게 옷도 차려입었다. 부디 어여쁘고 가냘프게 보이기를.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저 멀리서 흰 옷자락이 흔들리는게 보인다. 지금은 바람도 멈췄는데 저 펄럭이는 옷자락은... 그가 심히 자뻑의 황제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분명 황제야. 그럴 것이 분명해. 왜냐! 이곳은 황제와 사방신 외에 다른 인간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니까. 하기야 황후의 궁궐에 들어올 자가 누구겠어? 죽고 싶어 발광하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말이지. 그리고 위풍당당하게 휘날리는 저 옷자락은. 내 추측이 정확하게도, 황제의 서늘한 얼굴이 정원의 나무 아래서 불쑥 나타났다. 이거 참. 체셔 캣 [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나오는 미소짓는 고양이 ] 도 아니고. 그렇게 불쑥 등장하다니. 그의 단정한 마스크에는 일말의 감정도 서려있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 일뿐. 이제부터 당신과 화해를 청하겠노라. 잘 속지 않는 속성을 가지기 바래. 안 그러면 재미없거든. 나는 슬픈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침 딱 알맞게도 바람이 불어오고 구름이 머리위로 낮게 드리워져 우중충한 분위기의 연출. "오셨습니까." 나이쓰! 약간 잠긴듯한 목소리 내는 것 성공. 황제의 눈이 내 얼굴에서 미끄러져 돌탁자위의 찻잔들로 닿았다. 그의 입술이 비틀리면서 냉소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젠 나를 독살하려는 것인가." 이젠 내 파트. "안 드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순간 다시 불어오는 물기 섞인 바람. 장마철은 지났을텐데. 왜...이리도 비가 자꾸 쏟아질려고 하는 거야! 내 발악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이 다시 휘이잉 하고 우리 둘 사이를 휩쓸었다. 얼어죽겠군.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앉으십시오." 그의 눈이 내 머리카락을 스쳤다. "머리카락을 잘랐군." "예. 상처 치료를 하느라 잘랐습니다." 웃기네. 치료는 무슨. 치료 할때는 머리를 올리고 치료받았는데 뭘. 그리고 그렇게 거울 보면서 꼼꼼히 잘라내지도 않았겠지. 목의 보랏빛 멍자국이 확실히 부각되어 보이도록 나는 고개를 약간 치켜올렸다. 그는 옷자락을 휙 스치며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지." "조금 이따가 말씀 드리도록 하지요." 천천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얼어죽는거 아니야? 왠지 신들이 이 신파극을 지켜보며 어울리는 배경을 해 놓은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은 내 머리카락에도, 뺨과 목에도, 손목과 정원의 모든 이파리들에도 은빛 잔상을 남기며 떨어졌다. -------------------------------------------------- =========================== 성유시점 ====================== 그의 얼굴은 냉담했다. 여기서는 살짝 시간끌기. 나는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되어있는 찻주전자를 들어올려 찻잔에 따랐다. 희고 매끄러운 표면에 푸른빛 자개가 날아오르는 봉황을 선명히 그린 찻주전자는 ....정말 진품이었다. 얼마야, 저거. 빗물에 손이 미끄러져 떨어뜨린다면 그야말로 죽음. 갚을 능력은 도저히 없다. 내가 월급을 받아, 뭘 받아? 지위도 지위이거니와 황궁의 모든 물건은 황후것♥ ....이라는 이상한 논리앞에, 특별히 받는 보너스 수당조차 없다. 이런 제길.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찻물이 찻잔에 천천히 고였다. 옅은 녹색의 차는.... 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무슨 차였더라... 벽[ 碧 ] 뭐 어쩌고 였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그가 입을 열었다. 드디어 시작이다. 나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폐하." 나는 한껏 분위기를 잡았다. 공기를 휘어잡기 위해 내가 가진 카리스마 [ 사실 그렇게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 을 한껏 발휘하며. 그의 눈이 내 눈을 마주보았다. "저는 남자입니다" 비가 더욱 격렬해졌다. 오 제길. 꼭 돌로 두들겨 맞는 기분이다. 분위기야 있다만 비에 맞은 자리가 따끔거릴 정도로 아픈걸? 나는 금방이라도 방 안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저 대신 다른 여자를 황후로 앉히십시오." 닭살이 오소소소 돋았다. 우선은 느끼한 대사 때문, 둘째는 닭살이 오도도독 돋을 정도로 추운 날씨 때문, 셋째는... 이제부터 지어야 할 슬픈 표정 때문. 나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내 옷은 완전히 젖어서 몸에 추적추적 달라붙었다. 뭐랄까... 무척이나 얇은 재질이어서 다 비칠텐데. 야하겠군. 하지만...꽤나 쓸모가 있겠어. ====================== 폐하씨의 시점 ========================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파랗게 질린 입술을 보니 무척 추워하는것 같다. 분홍빛이 은은히 어린 얇은 하늘색 무명옷 안쪽으로 가느다란 몸이 비친다. 그리고... 그는 안쓰러울 정도로 눈동자를 심하게 떨고 있다. 비가 그의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길고 가는 목. 목에 선명히 낙인찍힌 보랏빛 멍. 그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제발 다른 사람을 찾으십시오."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란 말이야. "저는 후세를 이을수 없습니다." 말이 날카롭게 내 가슴을 비집는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그의 눈은 무척이나 슬퍼보인다. 눈에 맻힌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 했으나 절대로 흘러내리지 않았다. 나는 그의 가느다란 어깨를 품에 안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작은 몸집이 느껴진다. 아...그랬지. 항상 냉정하고 우아하지만 도도한 표정을 보이던 그가 평소의 포커페이스를 허물었다. 그의 작은 키가 오늘처럼 분명히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작고 말랐다. 그건 사실이다. 그의 입술에서 억누르고 있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제발 다른 사람을 찾으라구요...." 나는 입을 열었다. "절대로, 못한다." "..." "절대로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제발...폐하.."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퍼억- 그의 주먹이 내 뺨을 세게 치고 지나갔다. 눈빛은 다시 차가워져 있었다. "제가...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줄 아십니까?"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비가 그의 작고 가녀린 어깨위에 내려앉았다. 은빛의 잔상이 그가 움직일때마다 남는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당신을 원합니다, 너무나..." 성유의 어조는 강경했다. "너무나 원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저는..." 그는 뒷말을 흐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인다. 나는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의 몸을 내 품안에 가두었다. 그가 나를 원한다고 말했다. 절대로, 나도 그를 원한다. 그러기에 나는 놔줄수 없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니, 그것은 빗물이던가? 차가워보이는 얼굴이 드디어 울음을 터뜨렸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 성유의 시점 ======================== 이렇게 된 것이다. 튕김을 남김없이 사용해, 사랑하나 원할수 없는 척 연기를 한 것. 당연한 공식에 의해서 황제는 홀랑 넘어갔고, 덧붙여 나는.. 잘 살아 남게 되었다. 이제 황제와 백호랑은 해피엔딩. 이제 기타등등만 남았군. ---------------------------------------- =================== 성유의 시점 =================== ......약간 바보스럽고 멍청한 저 황제는 그냥 홀딱 넘어가.... 열심히 으쌰으쌰를 하고 난 뒤, 허리의 뻐근함을 호소하면서 나는 침대에 뻗어있다. 그리고 유아독존에다가 바보같고 이기주의에다가 ....뭐랄까... 어리광이 많은 애기같은 황제씨는... .... 나로 인해서 한동안 손에 잡히지 않아 밀린 서류들... ...백호 손에 두들겨 맞으면서 처리하러 가셨다. 그런데 백호 손에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간 것은 나의 착각? ....이길 바란다. 절대로. ....으음...뭐랄까. 황제씨의 형이자 그의 부하이신, 선량하시고 심약하시지만 부드러운 남자라고 소문난, 착하고 아리따우시고 심지어 멋있기 까지 하신... .....빌어먹을 백호님께서 손에 너클까지 끼고 황제의 머리를 쥐어박았다고는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망할..." 나는 허리를 쭈욱 폈다. 등에는 멍이 두군데, 세군데, 네군데. 황제가 일부러 때린건 아니지만.... 열심히 레슬링을 하면서 벽에 부딪힌 곳이, 멍 없이 매끄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핏줄이 속에서 터져 붉은 빛과 보랏빛을 이뤘을 것을 생각하니 이가 으득으득 갈린다. [ 직접 볼수는 없으니까 그저 짐작만. 고개를 돌려서 등을 볼수 있는 분 별로 없다. 그것도 어께 쪽을. ] 이제 현무에게는 조금 ' 나에게는 너무 먼 당신~ ' 을 연출하고, 주작에게는 ' 금지된 사랑 ' 을 연기하고, 꽤나 능글능글하지만 의외로 차가운편인 강공 청룡씨에겐 ' 미안하다, 사랑한다 ' 를 시도해 봐야 겠군. 크크크....꽤나 재밌을 거다. =================== 귀찮아서 대본체로 나갑니다 ====================== [ 황제와 성유, 청룡이 문지기 역을 하고 있는 정문 옆 정원으로 향한다 ] 성유 : [ 조용한 목소리로 ]....꽃이 참 예쁘군요. 황제 : [ 진지하게 나비난초의 꽃잎을 들춰보며] 난초를 좋아하나? 성유 : ....예. 황제 : [ 꽃의 줄기를 꺾어 성유의 머리에 꽃아준다 ] ...잘 어울리는군. 성유 : [ 소매로 입을 가리며 ] .... [ 이 모든 것을 다 듣고 있던 청룡, 점점 열받는다 ] 청룡 : .... 성유 : [ 청룡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 너무나 가녀린 꽃이로군요... 황제 : [ 꽤나 터프하게 악의 축 (청룡)과 성유의 사이에 끼어들며 ] 그런가. 청룡 : [핏줄이 튀어나오며 ].... 성유 : [ 황제한테 가로막힌채 애달픈 눈빛으로 청룡을 올려다 보며 ]...예. 청룡 : [ 약간 애매한 눈길로 성유를 쳐다본다 ] 성유 : [ 황제의 의아한 눈빛을 피하며 입을 다문다 ] .... 황제 : 기분이 좋지 않은 가? 성유 : [ 도리질을 친다 ] 황제 : [성유의 등을 밀며 ] 아무래도 들어가는 것이 좋겠구나. 성유 : [ 황제의 눈을 피해 청룡을 돌아본다 ] ...예. 청룡 : [ 차가운 눈동자가 서서히 흔들린다 ] 성유 : [ 고개를 돌린다. 그때 눈물이 옷자락으로 떨어진다 ] ....돌아가는게 좋겠습니다 청룡: [ 마음속으로 ] '...이거 설마...설마...' 황제 : [성유를 에스코트 한다 ] 성유 : [ 황제 몰래 다시 뒤를 돌아본후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떨군다 ] 청룡 : '....정말...인가...? ' 성유 : [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청룡 : [ 쾌재를 부를듯 하다가 순간 눈에 황제가 들어온다 ] '...빌어먹을 ' [ 성유와 황제, 나무덤불 뒤로 사라진다. 뒤에 남은 청룡, 손에 들고있던 칼을 바닥에 던져버린다 ] ----------------------------------------------------- ============= 역시 대본시점 [ 주작 ] ================== [ 비가 내리는 새벽, 성유, 화산본가의 담 뒤 덤불속에 앉아서 울먹거리고 있다. ] [ 우연히도 성유를 발견한 ] 주작 : .... 성유 : [무지 서러운듯 ] 흑...으흑.... 주작 : [ 주위를 두리번대다가 고개를 숙이며 ] ...왜 울고 있는 거지? 성유 : [놀란듯 고개를 들고 ] ...주작...님? 주작 : ....왜 혼자 여기 있는 거야? 황제는? 성유 : [도리질을 친다 ] 주작 : .... 몰래 나온 거야? 성유 : [ 움찔 하다가 도리질을 친다 ] 주작 : [속으로] '...몰래 나왔군' [ 주작, 성유를 옷을 감싸안아 일으켜 세운다 ] 주작 : 들어가자, 바람이 차다. 성유: [속으로 ] '...바람 한점 없거든? ' - 집 안 - 주작 : 춥지? 성유 : [도리질하지만 몸은 부들부들 떤다] 주작 : ....마셔. 몸이 풀릴거야. 성유 : [찻잔을 받아들며 ] ...감사합니다. 주작 : 여기까지 무슨 일이지? 성유 : ... 주작 : ..... 성유 : [고개를 떨군다] 주작 : [속으로] '...뭐랄까, 이 시츄에이션은...' [마침 밖에서는 바람이 휘잉- 불어오고 창문이 덜커덕 덜커덕 흔들린다] 주작 : [꺼진 촛불에 불을 붙이러 일어나며 ] ...한잔 더 줄까? 성유 : [고개를 숙인채로 주작의 소맷자락을 잡는다] 주작 : .... [ 비가 거세게 들창을 두드린다 ] 성유 :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 ...가지 마세요. 주작 : [ 당황한듯 ] ..어? 성유 : [ 약간 잠긴 목소리로 ] ...가지 마세요. [ 주작, 다시 의자에 주저앉는다. ] 주작 : ...무슨 일이 있는건가? 말해봐. 성유 : ...아무 일도. [성유, 도리질 친다 ] 주작 : [다시 일어서며 ] ..돌아가라, 황제가 걱정한다. 성유 : .... 주작 : 비가 그치면 데려다 주마. 성유 : [고개를 번쩍 들면서] .......정말 ...모르겠어요? 주작 : [고개를 돌린다 ] ...뭘.. 성유 : [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 ....정말로...모르겠어요? 주작님... 주작 : '...이, 이...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은!!!! ' =========== 그리하여, 성유는 주작에게 꽤나 닭살스러운 앙탈을 부리며 꼬셨다는 이야기. .....하나 더 덧붙여서, 청룡도 넘어갔다는 이야기. 이제 남은건 현무뿐, 성유는 주작의 품에서 씨익 미소지었다. ================ 한편 황제는... ========================= 황제 : ...음... 대체... 목욕을 얼마나 오래 하고 있는 걸까? 즉! ...성유는 황제에게 목욕한다고 구라를 쳐놓고 창문으로 넘어 도주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주작은 성유와 열심히 구른뒤에 모른척 시치미 뚝 떼고서 황제에게 돌려줬다는 이야기. ========================== 현무편 =============================== 어둡다. 서늘한 어둠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사부님...나의 양아버지. 내손으로 죽인 나의... 문득 그의 미소띈 얼굴이 생각난다. 죽기 직전에 보였던 여린 미소. 그 미소는 이내 성유의 차가운 비웃음으로 바뀐다. ' 당신의 손에서 벗어나겠습니다...' 어쩌면, 내가 성유를 속박한게 아니라 성유가 나를 움켜쥐고 있는게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빛이 쏟아지듯 밀려들어온다. -------------------------------------------------- 성유양입니다! 으하하하하하... 그리고 유일하게 망가지지 않은 케릭터, 현무씨의 스토리. 이제부터 시작이랄까요;ㅁ;... 담편은...글쎄나...열심히,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들고 오겠어요! 그리고 꼬릿말좀! 꼬릿말은 나의 생명이요, 양식이....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만..ㅜㅡ 흠....그럼 덤으로 좌담회를 열어보도록 하죠! --------------------- 성유 일당과 마유씨의 좌담회 ------------------ 성유 >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백호 현무 주작 청룡 > 오랜만입니다 황제 [ 혼자서 ] > 안녕하세요 마유 성유 사방신들 > 왜 너 혼자만 그렇게 튀어! 황제 > 으음...주인공의 비애랄까.. 마유 > ...네가 주인공이라고 누가 그래? 성유 > ...그러게나 말이다. 황제 > ..성유! 너까지-! 현무 > ...카이사르 흉내 내려면 제대로 해. 백호 > 내 말이. 주작 > 내 말이. 마유 > 그러게나 말이야. 성유 > ...마유씨, 왜 혼자 튀고 지*? 현무 주작 백호 청룡 > 내 말이. 황제 > ...내 말이. 마유 > ..후후후..작가의 비애랄까.. [ 이내 들려오는 경쾌한 타격음 ] 성유 > ...마유씨가 뻗어버린 관계로! 제가 진행을 하도록 하... 마유 > ...나 아직 살아 있거든? 사방신 일동 > ...마유씨, 이젠 됐거든? 황제 > 내 말이. [ 경쾌한 또 한번의 타격음과 동시에 풀썩 쓰러지는 황제의 몸뚱아리 ] 마유 > ...너도 당했구나. 황제 > 후후.. 맨 처음에 나 등장할때는 진짜 폼나게 등장하더니만.. 점점 망가지고 있어. 성유 > ...나한테 깔려 넘어진게 그렇게도 폼나냐? 사방신 일동 > 황제씨, 마유씨, 이젠 질렸거든? 마유 > 너희들도 이제 됐거든? [ 타격음이 낭랑하게 들려오고 이내 피떡이 되어 쓰러진 한 사람 ] 성유 > ..자! 이제부터 정식 좌담회를 열어보기로 하도록 하죠. 마유 > ...그럼 이제까지는 가짜였단....컥! 성유 [ 발로 지긋이 밟으며] > 오늘의 주제는...바로... 작가는 얼마나 무능한가! 입니다. 마유 > 내 동의도 안 받... 사방신 일동 [ 발로 사뿐히 즈려밟으며 ] > 그럼 열도록 하죠. 황제 > ...[속으로 ] ...비참하군. 성유 > 이제까지 무능했던 작가의 일대기를 읊어보죠. 주작 > 처음과 끝이 나날이 틀려진다. 현무> 점점 재미없어진다. 청룡 > 반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백호 > 점점 질질 끌어간다. 황제 > ...무엇보다 끝으로 달려갈수록 점점 흐지브지 하다! 사방신 일동과 성유 > ... 진 자는 말이 없어야 하거든! 황제 > ... 마유 > [속으로] 동지 하나 생겼군 성유 > 이제부터, 작가의 변명을 들어보도록 하죠. [ 모자이크 처리된 작가 등장 ] : 아, 제가 원래 그렇게 하려고 했던건 아니구요,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읽고 또 연구하고 하다보니까 점점 흐지부지가 되더라구요! 저는 원래 천재에다가... 성유 > ...라고 하지 마. 백호 > 천재였기에 아무 사람도 나의 작품세계를 몰라준... 청룡 > ...거라는 둥의 헛소리도 하지 마. 주작 > 매년 똑같은 소리를 해서 아주 질리겠어, 마유씨. 작가 > ...나의 작품 세계를 아무도 알지 못한... 사방신과 성유의 합동 프리 킥 > Shuit! [ 그대로 뻗어버린 마유. 좌담회는 이대로 계속 될 것인가? ] --------------------------------------- ===================== 성유의 시점 ========================= 귀차니즘으로 인해서 해봤던 대본체 대신에, 원래 말투로 말을 하도록 하겠다. 앞에는 현무씨가 이쁘장하신 등을 보이며 걷고 있다....고 하면 뭔말인지 알겠어? 처음부터 설명하도록 하지. 현무씨의 시점부터 말이야. 후후후... ===================== 현무씨의 시점 =================== 어둠속에서 빛이 밀려들어온다. 늘 친숙하게만 느꼈던 어둠이 걷히는데도 안도감이 스며나온다. 빛을 정면으로 받아 흐릿한 눈동자안에 역시 어렴풋한 그림자가 비쳤다. 짧은 머리카락. 기대했던 마음이 우르르 무너진다. 그는 긴 머리였어. 그는. "나오십시오." 착각이었을까. 그의 목소리였다. 다만 평소처럼 차가운 목소리는 아니었다. 약간 물기어린 목소리. "나오십시오." 나는 벽을 잡고 일어섰다. 오랫동안 일어서지 않아서인지 다리가 뻣뻣했다. 족쇄라도 찬 듯이 발이 무거웠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아서 나는 균형을 잃었다. "윽.." 그가 들어왔다. 그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나를 부축하며 천천히 어둠에 잠긴 나의 비밀실을 나왔다. 황금빛 빛무리에 둘러싸인 그의 푸른 머리카락이 보였다. 강렬한 햇빛은 그의 머리에 둥근 금테를 씌워주고 있었다. 황금빛의 왕관 그는 천생 패왕의 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성유씨의 시점 ================ 황제한테 알랑거리고 생긋생긋 웃어준 덕에, 현무씨를 유폐에서 간신히 빼냈다. 아직도 약간의 제한은 있지만 그래도 평소와 다름 없이 사신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황제의 지랄맞은 간섭만 없다면 말이지. 하지만 당분간은 계획없음이다. 왜냐? 내가 그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노력을 할테니까. 현무한테 간섭할 정신을 아주 쏙 빼놓아야지. 예를 들어보라고? 아이, 다 아시면서... .... ....미안하다. 잠시 딴데로 샜다. 그리하여! 황제는 현무를 찌릿찌릿하게 감시하며 그를 당분간 묵을 곳으로 안내하는 중이다. 물론 나와 그 사이에 껴서 말이지. 하지만 최고강수신공 [最高强嫂神功] 을 익힌 나에게는 절대로 이길수 없단 말이지. 나는 생긋이 황제에게 웃어줬다. 그리고는 그의 옆으로 냉큼 달려가 섰다. 그리하여 황제가 나를 감시하는 감시대신에 동행의 태세가 된 것. 그리고 천천히 속력을 높여야지. 황제는 내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다리에 힘이 없어 주작과 청룡이 열심히 부축하고 있는 현무는 느린지라 나와 황제는 금방 따라잡았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탓인지 그의 다리는 무진장 뻣뻣해 보였고, 그런 다리로 휘청휘청 걷는 그의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솟아났다. 현무씨의 속눈썹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황제가 약간 긴장한 눈빛을 보냈다. 여기서는 다시 생긋. 얼음수의 냉랭한 면상을 깨고서 던져주는 한가닥 미소. 그 처절한 공식에 의해서 그는 역시나..홀딱 넘어갔다. 뭐랄까..... 바보황제? 옛날의 루이스씨가 생각나는군. 그러고보니 루이스씨가 보고싶어진다. 하지만, 카르페디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돌아갈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나는 황제의 눈을 피해서, 또한 나를 가끔씩 쳐다보는 주작과 백호 등등의 눈을 피해서, 현무씨를 향해 눈물젖은 눈빛을 보냈다. 고개를 내 쪽으로 약간 틀고 있던 현무씨가 그 모습을 봤는지 약간 움찔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수는 없지. 나는 약간 굽이 있는 신발을 신은 발로, 다른쪽 발목을 세게 찼다. ......일것 같은가? 내가 미쳤어? 내 스스로 자학하게?! 그저 살짝 찼을뿐. 약간 붉게 되도록. 나는 황제의 소매를 잡았다. 마침 기댈 곳이 있는 복도인지라 안심. 쉴 곳은 많은 곳이다. 또 무성한 나무가 꽤나 많아서 한점 빛도 못 들어오는 그런 곳. 그러니 여기서 쉬자고. " 폐하... 잠시 쉬었다 가면..." 고개를 푹 숙여줘야지. 그가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내 다리로 향했다. 긴 바지였지만 아랫부분을 붕대로 감아서 무릎까지 올린지라 종아리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 발목의 상태를 살폈다. 무진장 딱딱한 굽이라 아프지 않게 찼는데도 붉게 부풀어 올랐다. 대단한 효과랄까. 그가 손을 들어서 사신을 저지시켰다. "잠시 쉬었다 가지." 그와 동시에 현무가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는다. 힘들겠지. 오랜만에 걷는 것처럼 보이는데. 예전의 그 건강하고 날카로운 칼 같던 모습대신 지친 모습이었지만, 그 무심한 모습은 변함없다. 황제는 벽에 기대어 서서 물끄러미 현무를 들여다 보았다. 약간 푸석한 얼굴. 창백해 보이는 뺨 주위. 입술에는 말라붙은 피가 괴기스러워 보이고 눈은 깊게 잠겨있다. 누가 보아도 불쌍해 보이는 모습. 하지만 아직도 차가운 모습은 그대로이기에 서슴없이 불쌍하다고 외치기엔 미안한걸. 하기야 저 앞에서 그랬다가는 허리에 차고 있던 긴 대검으로 한대 맞을지도. 저 무식한 떡대검으로 머리 한방이면....바로 골로 간다. 농담 아니다. 비틀 휘청 걸어온 그의 등에는 그의 몸무게 만큼 나갈것 처럼 보이고, 그의 키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검 하나가 걸려있었으니까. 나는 황제의 앞에 앉았다. 물론 등을 돌리고. "...목 마르십니까?" 언제나 반말이던 주작도 황제 앞에선 내게 존댓말. 나는 고개를 젓는척 하다가 그냥 끄덕였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망설이는 자세 그대로 재연 성공. --------------------------------------- =================== 성유의 시점 ===================== 현무가 황제의 무시무시한 째림을 피해서 나를 흘낏 쳐다본다. 청룡이 보였던 동요나 백호의 망설임 등의 감정은 물론이요, 반했다는 표시나 슬프다는 감정도 일절 들어가 있지 않은 검은 눈이다. 그저 무표정한. 하지만 저런 눈은....그냥 돌려가며 부셔버리는 것이 재밌지. 무표정한 얼굴에 표정이 어리는 것 또한 즐길만한 것. 소매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백호와 청룡의 눈을 피해서, 또한 주작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는 황제의 감시망을 피해서 현무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소매의 위로 입을 약간 드러냈다. 그리고.. - 현무님... 현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나의 얼굴을 쳐다본다. "...무슨..." 그가 막 입을 열다가 고개를 휙 돌린 황제로 인해서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여기서 꿀릴 내가 아니지. 나는 소매로 입을 다시 살짝 가리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것이야 말로 가련...[ 이 아니라 내숭? ] 의 극치! 순간 내 머리 위로 ' 웃기고 자빠졌네 ' 란 문구가 왜 스쳐 간 걸까? ....흠...이것은 나를 시기하는 무리들의 소행이렷다! ((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뭘 좀 잘못 먹어서요. )) ...닥쳐! 나는 소매를 약간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다시한번 그를 불렀다. - 현무님. 어쨌거나 현무는 눈물이 흘러내릴듯 안 흘러내리는 내 눈을 보고는 또 다시 흠칫 하고야 말았다. 여기서는 부드럽게 웃어주는게 좋겠군. 그러자 이내 그 검은 암흑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감정의 조각들이 보인다. 창백하던 얼굴에는 약간의 동요가 어린다. 입꼬리를 살짝 우아하게 들어올리면서 속삭였다. -미안해요. 여기서는 절정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입을 작게 움직였다. 나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서 그를 응시했다. 현무의 눈에 감정이 어른거린다. 그의 손이 천천히 나를 향해 뻗어진다.... "이제 가도록 하죠." 어느새 등장한 주작이 내 앞에 찻잔을 건내며 현무씨를 가로막았다. 어이....지금 당신이 완전 깨 버린것 알아?! ....라고 해도 원래 드라마에는 이래야 제맛이지. 주작과 다른 놈들이 알아채기 전에 재빨리 소매로 얼굴을 훔쳤다. 그 모습을 현무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로막힌 사랑이란건 얼마나 애절한 것인지. 또한 냉담한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수 있는 아이템인지. 그것을 시험해 볼 좋은 요소다. 한 가지 더. 가로막혀버린 현무씨는 손을 거두어 들이고, 조용하고 무심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하지만 평소의 무뚝뚝함 보다도 숫사슴의 젖은 눈망울이 연상되었다. 이제 나는 원하던 것을 얻은 것 같은데. 후우, 그럼 이제 돌아가야 하는 건가?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나는 황제의 손에 이끌려 일어나면서 마음속으로 외쳤다. ================ 현무의 시점 ======================== 항상 날카롭던 눈초리에 천천히 물기가 어린다. 서늘하게 나를 쳐다보던 그 밤하늘빛 눈동자는 어느새 물기로 얼룩져 있다. 소매의 주름 사이로 살짝 보이는 그의 입술이 작게 달싹인다. - 현무님.. 다시한번. - 현무님. 입술의 붉은 기운이 고혹적이다. 황제의 날카로운 얼굴도, 백호와 청룡의 동정하는듯한 눈도 전혀 내게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그 순간만은... 그의 입술이 작게 웃는다. -미안해요. 울면서 웃고 있다.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린다. 희디 흰 뺨에 긴 꼬리를 남기며 흘러내린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입술이 다시 작은소리로 속삭였다. - 정말로... 그 순간 주작의 붉은 옷자락이 내 눈앞을 가로막았다. 피로 얼룩진듯한 붉은 옷이다. 성유의 피부에 붉은 기운이 비쳐, 마치 피로 물든 모습이다. 주작의 등 뒤로 묶인 검이 그의 등을 관통한 것처럼 보였다. 주작의 아래까지 끌리는 붉은 옷은 피 처럼 보였다. 천천히 물들어간다. 바닥은 피로 붉게 물들어간다. 성유가 몸을 일으켰다. 순간 그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와 모든 곳을 붉은 꽃잎으로 뒤덮는 환상이 보였다. ---------------------------------------------- ====================== 성유의 시점 =========================== 사모예드 씨가 뛰어온다. 그 백발이 펄럭인다. 그의 눈이 보인다. 연한 은회색의 눈동자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아주 푸르러 보인다. 그가 손을 내민다. 나는... 저 멀리로 무언가를 던졌다. 그리고.. "왈 왈 왈 왈 " .......사모예드 씨가 미친듯이 그 곳을 향해 뛰어가더니, 이내 입에 장난감 뼈다귀 [ 얇은 천으로 만든거 아시죠? ] 를 물고 뛰어... 저런 쉬파... "개새꺄!!!!" 깜짝. 옆에서 심히 놀란듯한 황제의 모습이 보인다. "...뭐, 뭐라고?" .....미안해요. "....아, 개, 개,개.....개교기념일이라고요...하하하.." 나는 땀을 훔치며 몸을 발딱 일으켰다. 왜 이렇게 거짓말이 허접하냐고? ....개새끼를 무슨 변명을 대겠는가? 그냥 비슷한 개교기념일을 골라....라고 하고 싶지만 별로 비슷한것도 없군. ....으음...그러고 보니 개기일식으로 할걸 그랬나.... 황제가 뻘쭘하게 물었다. “개교기념일?” 그런걸 꼭 따져 묻지 말란 말이야! 하지만 그냥 오호호홋 웃어주는게 수들의 도리. 나는 생긋이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는 빠르게 화제를 돌려야지. “아, 눈이 오네요.” 그랬다. 참으로 말도 안되는 이 세계는, ......창문가에 위풍당당히 피어있는 벚꽃을 배신하기라도 하듯이 눈이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기야 저 벚꽃은 일년 내내 피어 있었다만은... 하긴 이 곳은 가을의 코스모스와 봄의 민들레가 같이 피는 나라였지. 참 언벨런스한 창문 밖 풍경에 반쯤 넋을 잃었을때 그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닮았군." 뭐가? 고개를 반쯤 돌렸을때 그가 눈을 감고 있는게 보였다. 뭐냐? "....?" 그가 눈을 뜨고서 손에 든 찻잔과 신문 ' 왕실일보 ' [ 우어어어! 이런것이 다 있을줄은! ] 를 내려놓았다. "아니...그냥.." 뭐, 바람이라도 피우시나? 약간 싸늘한 시선으로 그의 눈동자를 쳐다보자 그가 당황한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아니...그런게 아니라..." 더이상 추궁하면 울겠군, 그래. 황제, 너도 참 이미지 많이 망가졌다. 그때! 덜컥- ....? 갑자기 모든것이 멈췄다. 하늘에서 내리던 흰 팝콘들도 [ 웰컴투 동막골에서 나온거 알고 계시죠? ...여기서는 눈을 의미한다구요! ] 반쯤 기울어진 찻잔속의 차도, 살짝 입을 벌린 황제도. 모든것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툭 "......다, 당신은...!" 나는 말을 더듬거렸다. 그것은 내 앞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온 한 사내 때문. 그가 머리카락을 휙 넘기면서 웃었다. "안녕- 카르군♥" 하지만 나는... "...누구시더라?" 미안하다. 어디서 많이 본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안 난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으어어어- 미안하다고! 당황 실망 어이없음이 섞인 눈동자로 그렇게 쳐다보지 말란 말이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 진짜 기억 안 나?" ...기억나면 내가 이 짓거리 하겠냐! ".....하기야 그런 짓거리 할리가 없지." 내, 내 마음을 읽은거야? 잠깐. 그런놈을 어디에서 한번 만난적이 있는데... 나는 검지손가락을 세우고 소리쳤다. "악신!" 그가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악신이라니, 마신이라고 해줘. 네 모든 활동 서포트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특별관리위원회의 회장이지!" [ 그 시각, 신들은 하늘에서 우우 야유를 터뜨렸다. ]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왜 왔어?"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요 를 붙여." ".....잘난척 하시기는. 왜요?" 그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지만 이내 진정했다. "내가 온 이유는!" 그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 183 번째 전쟁, 김지선. 추락사. 184번 전생, 카르, 압사. 185번 전생, 지민, 복상사." 그가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쳤다. 저기...그런데 김지선은 죽은게 아니라 3 개월간 기절이었거든? 하기야 다른 세계에서 태어나서 새로 들어왔으니 전생으로 칠수 있을지도. 그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참혹한 결과 대신 화끈하게 죽어보고 싶지 않나." 뭔소리야? "그러니까, 이번 생에서는 ....이러고 저러고 저러고..." 속닥속닥속닥. 꽤나 그럴듯한 소리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믿어도 되겠어?" "암! 나만 믿어!" "...아무 사람도 없는 벌판에 버려둔게 어디의 어디였더라?" 그가 뜨끔한 표정을 지을듯 하다가 화사하게 웃었다. "아하하하하하! 그건 네가 너무 발버둥을 쳐서 였어!" 지랄하네. 어쨌던간에 돌아가긴 가야겠다, 한번 믿어봐야 겠군. 그가 생긋 웃고는 자신의 검은 옷을 내 몸에 휘감아 주었다. 동시에 파삭하고 사라져 버리는 그와, 그의 검은 옷. "....그게 아니라..." 동시에 황제의 입에 떼어지고, 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황제의 시점 ====================== 눈과 성유는 닮았다. 차가운것이 닮았다. 하얀 피부도 닮았다. 무엇보다 처음 만났었을때,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와 닮았다. 그가 웃는다. "폐하." 부드러운 미소다. 처음의 불안해 하는 미소, 그 다음의 만남에서 차가운 미소, 우아하지만 너무나 냉정하고, 그럼에도 유혹적인 미소. 지금은 부드러운, 순수한 미소다. 날카로운 칼날이 무디어 진 것과 같은.... 그의 얼굴이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맞춘다. ----------------------------------------------- =============== 성유의 시점 ===================== 드디어, 대망의 날이 밝았다. ....라고 하면 뭔 말인지 아는가? ....바로! 내가 죽게 되는 날!...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비장해 보이는군.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야. 빌어먹을 악신과의 속닥거림에, 나는 현무의 완전 석방을 위한 두 번째 재판의 날 [ 물론 내가 신청했다 ] 을 이용해, 장렬한 죽음을 맞을 것인 것이다. .......사기꾼이라고? .......하지만 나의 그 동안 기막히고도 비참했던 죽음을 떠올려 보라. 뭐였더라...첫번째는 추락사. 그나마 이건 좀 나았지. 왜냐고? 진짜로 죽은건 아니었으니까. 아니면 신들이 살려 준 건가. 두 번째는 장미꽃에 질식사. 로맨틱하다고? .....같이 죽자. 셋째는.....크아아아! 빌어먹을 복상사! 이런 최악의 죽음이 다 있어?! 남들은 축복받은 어쩌고를 중얼거릴지 모르지만, 이건 내게 저주라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껄이는 새끼들, 눈깔을 손가락으로 파 줄테다. 으음....아니... 손가락 말고 다른걸로... 생각해 보니 그 말캉한 눈동자를 손으로 찌르는건 양심적으로 [ 그런게 남아 있던가? ] 찔리는군. 혐오스럽기도 하고 말이지. 하지만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중요한건 이번에는 가장 장렬하고도 아름다운, 우아한 수의 죽음에 걸맞는........후후후.......내가 말해주길 바랬지? ......내가 말할 것 같아! 응?! ================== 황금으로 도배된 집무실에서..============= 빌어먹게도 돈이 썩어나 황금겸 대리석으로 쳐바른 이 저주받을 장소. 이 빌어먹을 집무실은 참 빌어먹게도 오늘따라 더 화려해 보인다. 바닥이 매끈매끈해 보이는게...넘어지면 머리 깨지기 딱 좋겠다. 아주 따끈해 보이고 거기다가 아주 ......뭐랄까..... 휘익- 한 신하가 넘어질뻔 하다가 몸을 바로 세웠다. 그래. 참 미끄러워 보인다. 제길! 대망의 날을 위하여 목욕재계하고 옷도 꽤나 이쁘장하게 차려입었는데... 그게 다 물로 가면....악신, 널 죽여버릴테다. 괜히 거금을 들여 산호가 박힌 비녀를 샀는줄 알아! 서민근성이 아직까지 뿌리뽑히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돈의 허무한 지출 따위는 용서할수 없다고! 한국의 귀족나리들이 수 억원 스포츠카를 구입할때마다 손 마디마디를 빠득빠득 꺾으며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렸던 내가 아닌가? ....어찌되었던 이건 패스하고. 중요하지도 않은...건 아니지만, 지금 더 중요한건... 황금빛과 자주색 용포를 위풍당당하게 차려입은 황제가 문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 “폐-하” 모든 대신들은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아주....수염이 바닥에 끌릴만큼 깊게 숙였다. 저런 싹수들. 두 손바닥을 싹싹 비비면 잘 어울리겠군. 나는 고개만 약간 숙였다. “오셨습니까.” 정말 빌어먹게도 나는 황제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주작단의 신하다. 그래서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것. 안 그랬다면 지금 사방신들과 함께 황제 뒤를 졸졸졸 따라왔겠지. 속내를 딱 까발리자면.....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꽃단장 한 사실이 기분 나쁜 것! 지금이 몇신줄 알아? 엉? 무려 자정이라고! 하지만 내가 언제 이 곳에 왔는줄 알아? 나는 새벽 4 시부터 여기에 죽치고 있었다! 하기야 대망의 죽음의 날....어쩌고 때문에 잠을 쉽게 들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거보다는 황후궁으로 쳐들어와 종을 울리며 나를 깨웠던 사방신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 일어나! ....어서 재판에 가야지! -.....지금은 두시 입니다만.. - 4 시부터 재판이야! 빌어먹을 새끼들. 그렇게 구라를 쳐 놓고서, 자기들은 지금, 거의 20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어슬렁 어슬렁 기어들어 온다, 이거지? 제기랄! 권위주의! 어찌되었거나 나는 황후였으므로 황제 바로 아랫 자리에 앉아 있었다. 황제는 황금빛의 용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옷의 자락을 휙 넘기면서 멋지게 자리에 앉았다. 개폼은 다 잡는구만. “시작하겠다.” 그의 낮고 거만한듯한 목소리가 조용한 집무실 안을 울렸다. 그리고... 구석 자리에 앉아 있던 현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 앞에 깔려진 붉은 카펫 위에 섰다. 그리고 포권. “폐하를 뵙습니다.” 그렇지, 뵈는 거지. ......그렇게 눈으로 무섭게 노려보는게 보는거 아님 뭐겠어? 황제의 눈썹이 잠시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반역행동. 황제의 조롱을 한 죄. 이 죄를 지은 현무단의 수장, 마교의 인물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한 제판에 참석한, 그 장본인인 현무가 맞나.“ 다 알면서 물어보기는. 현무가 빛이 없는 눈동자로 그를 노려봤다. “이제까지 내게 보낸 모든 암살자들이 자네가 보낸 것인가.” 황제가 옥좌의 팔 받침대 끝에 새겨진 용의 여의주를 손가락으로 꽉 쥐었다. 현무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교와 사파를 탄압한 것으로 인한 복수행위인가.” 황제가 차갑게 물었다. “지금 내게는 반역자를 처단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 재판을 개최해 달라고 호소한...” 그 말에서 황제는 나를 흘낏 쳐다봤다. “......황후의 신분을 봐서, 죽음을 면해주었다. 또한, 유폐도, 감금도, 현무직 박탈도 하지 않겠다.” 그건 예전에 다 면해 준거잖아, 멍청아. “이 재판은 너의 권리를 돌려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열린 것이다.” 현무의 눈은 차갑고 무덤덤했다. “마교의 앞잡이여, 네가 원하는건 무엇인가.” 황제가 그 다음 말을 막 이으려고 할 때에, 낮고 매력적인 음성이 공기를 갈랐다. “난 마교의 앞잡이가 아니다.” 당신 마교의 앞잡이 맞잖아, 지금도 그렇고.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부채 안쪽으로 얼굴을 숨겼다. “아니라면?” “내가 원하는건, 백도에 대한 복수.” “그렇기에 네가 흑도의 명을 받아 온 것이 아닌가.” “내가 자청한 것이다.” 뭐? 현무의 감정없는 목소리에, 갑자기 오만함이 가득 어렸다. “내가, 자.청.한.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주받을 생명체를 만들어낸 백도의 우두머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내가 자청했다.” 그거 설마.... “닥쳐!” 황제의 목소리가 현무의 말을 단호히 잘랐다. “네가 생명이라고조차 말하고 싶은 거냐?” “물론 나는 생명이다.” 현무의 오만한 목소리가 황제의 말 뒤를 이었다. “네 전의 황제, 그가 만든 인공 생명이다.” ....으음....안드로이드.......라고 할 때가 아니잖아! 비록 저 놈이 인간의 몸은 아니라는걸 예전부터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조인간이라니! 그것도 실제로 이런 자리에서 거론될 정도로 중요한! “ 하지만 이제 내가 원하는 건 성유 뿐이다. 돌려받겠다.” “닥쳐라, 죄인. 지금 네 완전 사면을 논하는 데 네가 원하는게 필요한 것 뿐이다.” 황제가 차갑게 일갈했다. “네가 혓바닥을 얼마나 잘 놀리느냐에 따라서 죄가 더해질수도, 사해질수도 있다.” 빌어먹을! 악신! 좀 이 대치 분위기좀 깨 달라고! 현무가 내게로 손을 내밀었다. “오늘의 재판도, 필요없다.” 그의 눈동자에 기대가 일렁였다. “내가 원하는건...너 뿐이다. 이리로 와라.” 황후한테 이러면 곤란한데... 잠깐! 그러고 보니 혹시... 오늘 재판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게 내가 참석하기 때문? 하기야 그럴 가능성도.......있을지도 모르겠네. 아주 조금은. 나른하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리로 와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무언가 천장에서 뛰어내렸다. 물론 내 앞으로. 누군지 알겠지? “누구냐!” 그 움직임을 눈으로 잡아낸 사방신과 그 휘하 졸개들이 고함쳤다. 물론 황제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나.” 날카롭고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두건 안에서 흘러내렸다. “네 정체가 뭐냐!” 황제와 현무가 동시에 무기를 빼어들면서 외쳤다. ......이 상황이 종결된 다음에는 상당히 기분 나빠 하겠군. 하지만 여기서의 내 역할은 이게 아니고...바로 이것. 이름없는 사내가 나지막하게 웃었다. “당연히 모르겠지. ...하지만 알 필요도 없다.” 대본대로군. “내 역할은.....너를 죽이는 것이니까!” 그 동시에 그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콰앙- 머리위로 들어올린 내 부채가 힘겹게 그 자객의 도를 막아냈다. “어라? 제법이군.” 야, 악신. 그 어라? ...는 대본에 없었잖아. 얼빵해 보이면 어쩌자는 거냐. 그가 좌우로 도를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아악-” 저자식! 내 손목을 꺾어버린다는 것도 대본에 없었잖아! 황제와 기타 등등 사방신들이 막아내려 했지만, 당연하게도, 악신은 그 공격을 가볍게 물리쳤다. 당연하지, 네놈들은 인간이고 [ 한놈은 제외하지만. ] 저놈은 신인데. 저놈한테는 네 놈들의 공격이 다 읽히고 있다는 소리. 나는 대본대로 허리에서 단도를 꺼내들어서 휘두르려....! ........했으나! ....야! 내 손목을 발로 밟아서 부러뜨려 버린다는것도 대본에 없었잖아! 아으으윽-! “아아아악-!” 빠득빠득 하는 소리와 동시에 뼈가 부러져 나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고통은.....당연히 없었지! 여기다 고통까지 있어봐라, 그냥 저놈을 조져버려야... 흠흠, 본성 나오는군. 그가 긴 검을 들어올리면서 내 가슴을 밟고 있던 발을 치웠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서 나는 몸을 옆으로 굴려 빼 냈지만... “어? ...어라?” 주작이 황당하다는 소리를 냈다. “에엑?” 청룡이 평소의 포커페이스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고함쳤다. 바로..... 미끌. 그리고..... 콰당-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주작의 검에.......내 스스로가 몸을 던져버렸던 것이다! 빌어먹을! 이건 대본이 더더욱 아니야.....! ...라고 외치기 보다, 더 중요한 유언이... “미안해요...찾아와요.” .....잠깐, 어디로? ......................... 죽지 않고서야 찾아 올수 없지만, 그렇지만... ....... 저들더러 죽...으라는 소리? 제기랄! 유언까지 황당하기 그지없군. 죽음까지 일련의 과정이야 황당하고 또 황당하지만, 아무렴 어때. 눈앞이 캄캄해지는걸 느끼며 나는 천천히 죽어갔다. ..........빌어먹을. 암살자의 손에서 나온 것 까진 좋은데, 미끄러운 대리석에서 발을 헛디뎌 미끄러져, 스스로 주작의 검에 쓰러졌다는게.... ...............이런 제길, 촌극! 완전 쌩쑈! 아이씨, 쪽팔려! 아무리 바닥이 미끄럽다지만, 혼자 자빠져 칼에 꽃혔다는게....말이 돼, 이게? 하기야 저 바닥 처음 볼 때부터 불안했어. 흐릿한 시야가 점점 맑아진다. 그리고 눈앞에, 걱정스러운 듯 나를 들여다보는 초록빛과 갈색이 섞인 특이한 눈동자가 보인다. 저런 흔치 않은 눈동자는... “루이스씨.” 그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놀랐잖아! 갑자기 축 늘어져서...” ....시간이 멈춰서 아무것도 모른 모양이로군. 다른 사람들도 한마디씩을 던졌다. “정말 놀랬다구.” “죽은줄 알았어.” 그래, 죽었었지. 복 상 사. .....으아아아-! 아까전의 ‘지 혼자 쌩쑈하고 자빠져서 꽂힘’ 이 생각나 버렸어! 빌어먹을! 그때... 벨이 울렸다. 그리고... 문이 날아서 반대쪽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반쪽으로 똑 부러졌.... ...........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 대체 뭐야?! 이 일을 저지른 사람은 [아니면 괴물은?] 먼지에 휩싸여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사이에 나체이시던 사람들은 모두 잽싸게 옷을 챙겨 입었지. ....나만 빼고. 왜냐고? ........미안하다, 내 동작이 굼뜬 탓이다. 대신에 이불을 돌돌 감았다. 어쨌던 먼지가 천천히 걷히고 나자, 검은 정장을 쫙 빼 입은 남자 네 명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한명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깊은 심연같은 검은 눈동자. 그가 웃는다. "오랜만이군." 저 사람은... “현무씨.” 그가 살짝 웃었다.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이지만, 붉은빛을 띈... 아, 주작님. 연하게 탈색된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청룡이다. 그리고... “오랜만이야.” 손에 꽃다발을 들고서 서 있는.... 백호씨. 하얀 정장이 잘 어울린다. 아, 물론 은회색이야, 은회색. ......흰 정장이라면 악취미지, 솔찍히. 앙드레 모 씨도 아니고. 신님들, 고마워요. 현세로 보내 주셨군요. 그때... "하이." 하늘에서 떨어지다시피 내려오는 한 사내. ".....악신?" 그랬다! 악신이 천장에서 [아님 하늘에서?] 툭 떨궈지듯 떨어진 것이다. "안녕-! 오랜만이지." 얼어죽을. 조금전에 봤구만. 그런데... "....안 투명하네?" 그러자 허리에 손을 척 올리고 웃어젖히는 그. "음하하핫- 내가 인간이 되었다, 이말이야!" 빌어먹을, 베게 던져버리고 싶구만. 나는 맨몸에 이불을 둘둘 감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신들의 시점 ========================= [ 결국 저질렀구만 ] 한 신이 한숨을 쉬었다. [ 그러게나. 신 주제에 인간의 모습을 가지다니... ] [ 어쨌던 벌어진 일이지 않소. ] 한 신이 끼어들었다. [ 앞으로 성유에게 저놈으로 인해 나쁜 일이 생기지만 않기를 빌어야 할수밖에 없군요. ] 신들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꼬아 '행운' 의 표시를 만들었다. =============== 성유의 시점 ======================= "그런데, 너 여기서 뭔 직업을 가졌길래.."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위 아래로 훑어봤다. "완전 명품이야?" 그가 으쓱거렸다. "변호사지, 변호사. 아주 유망하고 미래가 창창하며 이제까지 이겨보지 못한 소송이 없는 29 살의 창창한 변호사!" 지랄한다. 저놈이 변호사라니, 사람들 여럿 죽어나겠구만. "저놈들 직업은 안 물어보네?" 아, 현무씨 백호씨 주작씨 청룡씨가 실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음...미안해라. 여기서 이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한 살인적인 미소. 생긋- "직업이 뭐예요?" 그러자 완전 눈이 풀려버린 [물론 뇌주름도 풀려버린] 주작이 히죽 웃었다. "우리? .....대기업 MAB 의 회장 아들네미." ......... 가 네명? 회장님, 정력이 좋으시군....이 아니라! 저 회사는! 루이스씨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우리 라이벌 회사 아냐. 그런데....." 그의 눈이 험악해졌다. "이 떨...." 그때... 다다다다다다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 점점 가까워지다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쌩- 하고 지나... 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그리고.. "늦었습니다-!" 하던 말을 잘린 루이스 씨나 우리나 황당해서 그를 쳐다보았다. 검은 뿔테 안경, 범생이 티가 나는 생머리. 그리고 손에 꼭 쥐고 있는... 사모예드씨가 입을 쩌억 벌리고 그것을 읽었다. " ' 경찰이 되고싶은 대학생을 위하여 '? " .......옆에서 백작님이 한숨을 쉬었다. "....저건 또 누구냐?" 나도 알고 싶다. 그런데... 사방신들, 악신. 그런데 누가 빠진 것 같지? 그래... 아닐거야. 아니어야 해. 저렇게 어린놈이 황제일리 없어. 그래! 아닐... "오랜만이군, 성유." 아닐거야! "나 왔어. 어엿한 대학 4 학년생!" ....아닐거라고! 그런데 당신 나이가 그렇게 어리지 않을텐데. 악신이 옆에서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오호호홋 웃었다. 꼭 미친X 같군. "저 성깔이 어디 가겠어. 선생님 대갈통 부셔먹었다가 퇴학당하고 몇년 쉬다 검정고시로 들어간 대학이라고!" 하기야... 너한테 뭘 더 바라겠니. 그런데... 은근히 뜨끔한 표정을 짓고 있던 황제 [ 이자 지금은 늦깎이 대학생 ] , 현무등 기타등등 개성만점의 인물들과 변호사 [를 자칭하는] 악신을 훑어보던 루이스 씨의 몸이 푸들푸들 떨렸다. 아, 화났다. ..... 그리고... 그 시각 길거리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별안간 집의 지붕이 들썩한 장면을 목격할수 있었으리라. "......카르.....저 떨거지들은 또 뭐야아아아아!"